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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사이먼 디 - SNL League Begins
    rhythmer | 2011-10-11 | 2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사이먼 디(Simon Dominic)   
    Album: SNL League Begins
    Released: 2011-10-07
    Rating: 
    Reviewer: Quillpen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많은 힙합팬이 규정해놓은 사이먼 디의 음악적 색깔이란 것이 과연 있었느냐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그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피처링 활동과 겨우 믹스테잎 한 장을 냈을 뿐이다. 그가 정규 결과물을 낸 건 아메바 컬쳐에 들어간 이후, 즉, 메이저에 입성하고 나서다. 그의 시작은 언더그라운드였지만, 정식으로 ‘사이먼 디의 음악색’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 슈프림 팀으로서 정규 앨범을 냈을 때부터, 혹은 이번 솔로 앨범부터라는 이야기다(단지 그 시작과 씬에 몸담은 횟수만으로 정체성을 구분 짓는 건 옳지 않다. 일례로 시작은 거리와 믹스테잎이었지만, 메이저에 가서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오늘날 미국힙합 씬의 수많은 신예는 언더그라운드를 방패로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피처링과 믹스테잎에서 드러난 그의 성향을 참고하면, 하드코어한 언더그라운드 랩퍼로서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지만, 사이먼 디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확실하게 구축했던 뮤지션이 아니라 가공할 힙합 정신으로 무장하고 씬을 이끌만한 손꼽히는 기대주 중 한 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힙합팬들이 사이먼 디에게 품었던 실망이 단지 그가 초기 활동 시절에 구축한 이미지에서 온 것이라면 몰라도, 마치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힙합으로 일가를 이루었던 인물인 것처럼 왜곡된 환상 속에서 온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평단이나 리스너가 현재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랩퍼, 또는 하드코어 랩퍼로서 그의 색깔을 한정하여 결과물을 평가절하하거나 과대평가한다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뮤지션 역시 언더그라운드를 ‘마음의 고향’으로서 간직하는 건 몰라도, 본작의 곳곳에 흩뿌려 놓았듯이 자신의 뿌리로서 ‘Still underground’를 외치는 건 공허하고 다소 구차해 보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는 현재 메이저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언더그라운드, 혹은 하드코어 힙합으로 회귀했다.’라거나 ‘사이먼 디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식의 평은 본작에 대한 감상으로써 이치에 맞지 않다. 흥미롭고도 중요한 건 이러한 이유로 앨범의 가장 거대한 감동 요소가 되어야 할 ‘회귀’와 ‘뿌리’라는 드라마는 거세되고 만다는 점이다. 결국, 홍보자료에도 써있는 ‘대중성이라는 그늘 아래 그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오직 그만의 음악’이 어떠한 스타일로 구현되었으며, 그 완성도가 어떠한가가 이번 앨범의 가치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그를 집요하게 물고늘어졌던 ‘변질’에 대한 대답이자 자신 안에 응축되어있던 음악적 욕구를 폭발시키는 지점이 될 본작의 파트너는 다름아닌 랍티미스트(Loptimist)다. 랍티미스트 역시 기존의 붐 뱁(Boom Bap) 힙합 노선을 버리고 작법의 변화를 꾀한 이후로는 실망을 안겨왔던 터라 여러모로 이번 앨범은 두 뮤지션에게 중요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둘의 결합은 ‘1 MC 1 프로듀서’ 체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서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다. 프로덕션이 일관된 사운드 아래에서 응집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하거나 과감한 시도도 엿볼 수 없다. 랍티미스트는 대부분 곡에서 [Lilac] 때의 완성되지 않은듯한 리얼 세션 도입과 자신의 색깔 찾기 사이에서 여전히 길을 헤매고, 사이먼 디의 랩은 그 위에서 마냥 앞만 보고 달려가는 느낌이다. 특히, “퍽이나”와 “해부 (Body Rock)” 등의 곡에서는 랩 스킬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 보니 정작 중요한 랩의 구성미나 전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의 랩은 항상 호불호가 갈려왔는데, 이번에도 이는 계속될 듯하다. 오히려 그의 랩이 매력을 뿜는 곡은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라임과 플로우를 만들고 뚝심 있는 남자의 모습을 그려낸 “에헤이 (Eh Hey)”와 힘을 빼고 여유 있게 박자를 밟아가는 “Stay Cool”(첫 번째 벌스는 백미다), 그리고 심의를 센스 있게 피해가는 구절(‘코알라 코스프레’)과 역시 여유있는 플로우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짠해” 같은 곡에서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여자친구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지친 여인에게 건네는 ‘낯간지럽지 않은’ 위로가 담긴 “Stay Cool”은 사이먼 디의 차진 랩, 자이언. 티(Zion. T)의 감각적인 보컬, 랍티미스트의 나른하고 탄탄한 비트가 훌륭하게 합을 이룬 앨범의 확실한 킬링 트랙이다.

    본작은 매번 기대를 한몸에 모으는 한 뮤지션의 절치부심과 흥미로운 컨셉트 아래 완성되었지만, 아쉽게도 평범한 힙합 앨범에 머무르고 있다. 이쯤에서 포인트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논점이 있는데, 사이먼 디에게, 더 정확하게는 슈프림 팀의 음악이 많은 힙합팬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건, 그가 언더그라운드 랩퍼로서 정체성을 버렸기 때문도, 붐 뱁 힙합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주류 시스템 안에서 ‘타협’이라는 두 글자에 음악색을 빼앗기지 않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레이블과 촉망되는 실력자가 만나서 나온 결과물의 색깔이 확실하지 않고 흐릿했기 때문이다. 사이먼 디는 충분히 커머셜 랩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할만한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자꾸만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라는 환상을 힙합팬들과 스스로에게 심음으로써 그 음악적 결과물마저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상하게도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코어한 힙합을 대변하는 듯이 되어버렸는데, 작금의 상황은 꼭 그렇지도 않거니와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커머셜 랩퍼라는 위치가 언더그라운드 랩퍼에 상반되는 ‘현실과 타협한’ 랩퍼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늘날 세계 힙합 씬의 흐름을 이끄는 거물들 중에 커머셜 랩퍼로서 성공하지 않은 이가 누가 있는지 보라. ‘메이저에서의 타협’과 ‘내 뿌리는 언더그라운드’는 이제 절대 쉴드가 될 수 없다. 아니,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청자는 메이저 뮤지션들의 ‘타협’을 이해해줘야 할 의무도 없다. 본작은 그동안 그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기대했던 작품이어서 더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걸 제외하고 음악적으로만 보더라도 별다른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결과물이다. 자연스레 '완성된 사이먼 디만의 음악'을 만나는 건 이번에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을 듯하다.



    Track List

    01. 퍽이나(intro) feat. DJ Friz
    02. 에헤이(Eh Hey) feat. 조휴일 of 검정치마
    03. 컴플렉스(Complex 3) feat. B-Free, 지구인 of 리듬파워
    04. 짠해(Cheerz) - 타이틀곡
    05. 히어로(Hero)
    06. Stay Cool feat. Zion.T
    07. 끈(No More) feat. jonggigo
    08. 해부(Body Rock)
    09. 힘(We Got feat. Dynamic Duo, Boston Horns
    10. 혼자만 남은 오후 (Gettin'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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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성준 (2013-02-20 17:10:43, 1.223.112.***)
      2. 리뷰인지 칼럼인지 헷갈리는 글이다..............@.@
      1. 힙칰이 (2012-01-31 19:13:40, 210.125.184.**)
      2.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레이블과 촉망되는 실력자가 만나서 나온 결과물의 색깔이 확실하지 않고 흐릿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올커니하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정말 날카로운 리뷰! 잘봤습니다
      1. Becks (2011-10-13 20:18:52, 58.151.3.***)
      2. 몹시 공감 되는 리뷰네요.
        저도 앨범 몇번 돌리고 짠해, 에헤이, 스테이쿨 빼곤 들을만한 트랙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곡이 정확히 겹치는군요. 아마 이런 느낌은 저만 받은게 아닐듯 합니다.
        꽤나 실망스러운 앨범/
      1. 아비브 (2011-10-12 17:32:57, 219.241.191.***)
      2. 선공개 됫던 두곡중에 히어로는 딱히엿고 스테이쿨이 괜찮아서 아 나름 기대햇엇는데 .. 별 감흥도없고 약간 제리케이의 마왕앨범 들을때 느꼇던 그런 느낌도 들고 ... 하여튼 좋게 듣진 못햇습니다 ..
      1. doh! nuts (2011-10-12 09:25:36, 164.124.106.***)
      2. 제생각과 같은 리뷰네요 이번 쌈디 앨범은 그의 색을 보여준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쌈디의 딜리버리는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뭔말인지 도무지 못알아듣겠네요;;
      1. 외계소년 (2011-10-11 23:08:47, 110.10.162.***)
      2. 이번 앨범에 귀가 잘 안가는 이유가 있었군요. 쌈디만의 끌리는 요소를 더 찾아야 할듯. 똑같은 사투리 랩임에도 메타님의 충격의 비하면 요상하리만큼 매력이 없더라구요
      1. UhHuh (2011-10-11 22:40:12, 125.137.182.***)
      2. 슈프림팀때보다 더 음악적으로 퇴보한 듯합니다. 본인의노력여하에 따라 틀려지겟지만 이건 너무 성의없게 만든티가 납니다.랍티의 분전이 돋보인 그냥 비트듣는 재미뿐.
      1. 장하림 (2011-10-11 20:29:00, 14.33.151.***)
      2. 쌈디의 수프림팀으로서 보여준 모습을 부정하기보다는 좋아했었기에 딱히 언더로서의 모습으로 연결시켜 보진 않았구요. 쌈디도 '언더로의 회귀'라기보단 그냥 자기의 세계관을 보여준 것 같고 그것이 완성은 아니지만 성공적인 증명이었다고 생각해요.
      1. 장하림 (2011-10-11 20:26:21, 14.33.151.***)
      2. 랩의 구성미와 전달력 부분을 지적한 건 크리티컬한 것 같네요 ㅎㅎ
        구축한 세계관이 없었다는 건 쌈디가 정규결과물을 언더씬에서 발표한 적이 없고 피쳐링 벌스들과 믹스테잎 한 장이 솔로로서 보여준 전부라는 데에서 기인한 것 같은데, 그 것이 세계관을 파악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는지는 이견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전달력을 내려놓은 면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전 이번 앨범을 통해서 쌈디의 리릭시스트적인 면모를 다시 봤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을 통해서 보여준 모든 캐릭터가 거부감이 없었고 꽤 유기적인 구성이 짧은 고민을 통해서 나온게 아님을 짐작했습니다.
        과감한 한 걸음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아티스트 모두에게서의 발전과 신뢰를 확인한 작품이었습니다.
      1. 김도현 (2011-10-11 20:00:29, 180.66.18.***)
      2. 날카로운 리뷰네요.
        뮤지션에 대한 마니아들의 인식의 오류도 정확하게 짚어주셨고요.

        정말 심심한 앨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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