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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스윙스 - Upgrade EP
    rhythmer | 2009-10-22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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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스윙스
    Album: Upgrade EP
    Released : 2008-05-06
    Rating :
    Reviewer : 강일권




     

    스윙스(Swings a.k.a Moon Swings)는 한국힙합 씬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논란을 야기시키며 리스너들의 시선을 모았다. 자신의 랩스킬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조롱과 자기 과시로 버벌진트의힙합 지진아발언만큼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선배 래퍼 UMC를 디스하여 일부 팬들로부터 예의 없는 녀석이라는 공격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었다.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선배 뮤지션과 리스너들을 이렇게 서슴없이 깔 수 있는 그의 마인드가 참 시원하다고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정규 앨범도 내놓지 않은데다가 아직 보여주고 증명해야 할 게 많은 상황에서 너무 설레발이 요란스러운 건 아닌가도 싶었다.

     

    물론, 이전에 발표했던 믹스테입에서 안정된 플로우와 센스 있는 비유, 그리고 유려한 영어 래핑이 돋보이긴 했다. 하지만 영어 래핑이야 국외로 진출할 것이 아닌 이상 국내에서 래퍼의 개인기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고, 신인 뮤지션의 믹스테입은 그 가능성과 실력의 맛보기는 될지 몰라도 진정한 능력을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표된 EP [Upgrade]에 거는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스윙스의 호언장담과 여러 프리스타일 트랙이 많은 이의 기대감을 높여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관건은 두 가지다. 그가 항상 외치는 펀치라인킹(Punchline King)으로서의 진가가 과연 제대로 발휘되었는가, 진정 그는 업그레이드된 음악과 랩을 들고 왔는가.

     

    앨범은 타이틀에서부터 한국힙합 음악과 리스너들의 귀를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하는 스윙스의 한결 같은 의지로 점철되어 있다. 로보토미(Lobotomy)가 주조한 간결하고 프로그레시브한 비트의 ‘Intro’를 시작으로 마지막 10번째 트랙까지 비트가 플레잉되는 동안 스윙스는 수도 없이 자신의 펀치라인을 작렬시킨다. 그의 가사에서 가장 큰 줄기를 이루는 것은 비유(‘~처럼’)와 비교(‘~보다’). 그동안 미국의 랩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이러한 표현법을 가져와 한국어 가사에 잘 적용시켰다.

     

    무엇보다 마디당 들어갈 단어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서 유연한 플로우로 이를 더욱 빛나게 한다. 현재 씬에 대한 지루함의 토로와 자기 과시가 그루브한 플로우를 타고 흐르는 “Upgrade”,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빛나는 가나다순 두음법”, 남녀 간의 섹스를 분위기 있고 위트 있는 라임으로 표현한 “I Wanna”, 그리고 약 2 30초간 북한의보다 치명적인 피날레 래핑이 펼쳐지는 ‘‘Punch Line 놀이등은 MC로서의 역량이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트랙들이다.

     

    비단 랩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상당히 준수하다. 빈티지한 사운드로 각광받는 제이에이(Ja)와 꾸준히 더티 사우스(Dirty South) 비트의 세계를 탐험해온 두 프로듀서 제이 락킹(Jay Rockin’)과 브라운 슈거(Brown Sugar), 그리고 오버클래스의 동반자 웜맨(Warmman) 등이 선사한 적당히 미 메인스트림 힙합 지향적이면서 신선한 비트와 고교시절 함께 크라이베이비즈(Crybabies)라는 소울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던 파트너 크라이베이비(Crybaby)와 신인 전군이 연출한 얼번(Urban)한 감성의 비트는 스윙스의 랩과 최적의 궁합을 보여준다. 다만, "I Wanna"에서 코러스 라인의 보컬이 다소 튀는 점은 아쉽다. 믹싱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의도적으로 보컬을 좀 더 앞으로 내세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반 R&B 성격의 곡은 음악과 보컬이 자연스레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 매력인 점을 생각했을 때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스윙스의 이번 앨범은 펀치라인에 대한 논쟁으로 뜨겁다. 사실 그의 가사가 펀치라인지 아닌지를 것을 따지는 것은 다소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위트와 유머가 가장 빛을 발하는 언어유희적 구절이나 주제의 핵심을 기가막힌 라임으로 풀어낸 구절 등을 펀치라인이라고 일컫지만,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앨범이 어떤 이에게는 그동안 발표됐던 한국힙합 앨범 중 가장 많은 펀치라인을 내포한 앨범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별 의미 없는 농담의 집합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펀치라인은 여러 라인 중에서도 유독 끝내주는 라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에 등장하는 스윙스의 웃기고 센스 있는 가사 대부분은 엄밀히 말해서 워드플레이에 가깝다. 그중에 펀치라인을 꼽는 것은 각자 듣는 이의 몫이다. 나에겐 “Swings Is Like”에서 이 바닥은 지루해 지고 있어 ~ 솔직히 소세지처럼 그냥 다 좃 같아라인이 가장 웃음을 준 펀치라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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