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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배치기 - 두 마리
    rhythmer | 2012-04-18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배치기
    Album: 두 마리
    Released: 2012-04-12
    Rating: 
    Reviewer: 이병주








    비중과 역할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를 차치하고 보면, 보컬에게는 고음처리가, 래퍼에게는 랩의 빠르기가 비슷한 영역이 아닐까? 일부 대중에게는 그것이 실력을 판가름하는데 절대적인 부분인양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실제로 그것은 다수 대중을 상대로 했을 때 퍼포머가 가장 확실하게 청중의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낼 수 있는 ‘패’인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 대중이 익숙한 가요 색을 적절히 가미한 스타일의 힙합은 대중음악계에서 꾸준히 생존하고 있는 정형화 된 부류의 힙합음악 중 하나이다. 혹자는 그것을 ‘한국적인 힙합’이라 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웃사이더나 배치기는 이 계열의 대표적인 이들이다. 미리 밝혀두건대, 난 해당 스타일의 힙합 음악을 폄훼할 생각이 없다. 누구라도 가요 느낌을 한껏 살린 비트 위에 속사포 랩을 늘어놓을 수 있겠지만, 그들처럼 성공하고 가요계에서 자리 잡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일부 힙합 팬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오히려 그들이 대중을 공략해 낸 성과는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 성과를 확고하게 인정하면서도 배치기가 이번에 들고나온 이 음악이 온전히 힙합을 탐닉하는 팬들의 카타르시스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음악인가에 대해서는 앞선 성과를 인정하는 만큼이나 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다음절화된 각운, 두운, 모음운, 적절한 음수율 등을 가리지 않고 아주 다면적으로 라임을 구성하고 리듬을 가지고 놀며, 우리의 귀를 자극하는 근래의 많은 래퍼의 랩과 비교해서 데뷔 시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그들의 단조로운 라임 구성은 아무래도 듣는 재미가 덜하다. 이 시대 청춘들의 고민과 아픔을 얘기한다는 [두 마리]의 컨셉트는 아주 적절해 보이지만, 그것이 실제 이 짧은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로 자리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타이틀 곡에서조차도 이슈를 바라보며 깊이 있게 사유하는 내용이나 직접적인 체험의 구체적인 전달, 그 어느 쪽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사 머리말을 통해서도 쉽사리 접할 수 있는 내용의 나열이다 보니 절절한 동감도 통찰력에 대한 경탄도 모두 어렵다. 물론, 성공한 래퍼로서 겉 멋든 영어 표현에 집착하지 않고 순우리말로 가사를 구성했다는 점은 그들의 가사에서 가장 훌륭히 평가받을 만하지만 말이다. 

    비트 역시 아쉽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역시 배치기”는 비바 소울(Viva Soul)의 주완(Zuwan)이 선사한 펑키하고 좋은 비트지만, 안타깝게도 비바 소울의 2집을 통해서 이미 접한 바 있던 비트다(“Break Down”). 프로듀서의 인스트루멘탈 수록곡이나 비정규 작업물도 아니고 정규 앨범을 통해 나온 바 있는 몇 년 전의 비트를 이런 식으로 다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앨범의 오리지널리티를 논하는 데에 치명적인 결함이다. 또한, 타이틀 곡 “두 마리”는 힙합의 색을 걷어내면서도 기존 배치기의 색을 이어가고자 공들인 티는 나지만, 앞서 얘기한 랩핑과 가사에서 부족함과 더불어 너무 과하게 도입한 일명 ‘뽕삘’ 때문에 장르 음악의 특질을 얼마나 담아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뒤따를 수밖에 없다. 뉴올(Nuol)이 선사한 두 곡의 비트 역시 그의 베스트라고 보기엔 어렵다. 

    앨범 발매 후, 타이틀 곡 “두 마리”는 미디어의 기획 음반과 관련 음반들로 채워진 음원 차트에서 매우 선전하고 있다. 적어도 서두에서 밝혔던 대중을 상대로 한 그들의 성과는 이번 앨범에서도 이어지는 듯싶다. 장르 팬으로서 아쉬운 점이야 이곳저곳에서 찾아낼 수 있겠지만, 대중이 즐기고 사랑하기에는 충분한 음악이란 반증일까? 배치기로서는 ‘우린 이런 상업적인 성과로 족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대중과 취향의 접점을 이루고 함께 열광하고자 하는 장르 팬들의 기대는 –이를테면, 실력을 검증받은 래퍼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거나, 대중의 사랑을 받는 래퍼가 좀 더 출중한 실력, 혹은 멋진 프로덕션을 갖추었으면 하는- 결코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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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정운 (2012-07-22 17:34:44, 175.196.207.***)
      2. 배치기만의 특유 뽕삘(?) 을 잘 전달한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쉽네요 ㅠㅋㅋ
      1. 잠온다 (2012-06-05 22:04:58, 118.36.147.***)
      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봐 ㅋㅋㅋㅋ
        솔직함의 향연
      1. T.I (2012-04-25 21:19:01, 152.99.152.**)
      2. 1,2집만 들어도 배치기만의 힙합적인 스타일이 많이 보였는데

        3집부터 댄스쪽으로 접어든듯
      1. tricky (2012-04-21 12:46:31, 125.132.154.**)
      2. 개구림.
      1. The Crack (2012-04-20 21:56:12, 221.142.41.**)
      2. 두개반도 후하네요
      1. doh! nuts (2012-04-20 14:23:26, 164.124.106.***)
      2. 졸작 오브 졸작.
      1. JAMES (2012-04-19 17:02:10, 211.243.238.**)
      2. 대중적으로 먹힐 음악을 가지고 나오는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예전 앨범보다 훨씬 나은듯싶어요.
      1. EYE (2012-04-19 16:48:03, 175.212.135.**)
      2. 그러게요. 잘하면 잘할수도 있을거 같은데 말이죠
      1. Messlit (2012-04-19 07:30:03, 118.33.55.**)
      2. 잘하면 잘할수있을텐데 말이죠...
      1. 박정현 (2012-04-18 22:22:27, 125.142.22.***)
      2. 애초에 기대 자체를 안해서 실망도 안한...
        배치기한테 이제 뭐 힙합 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아예 저런 쪽으로 노선이 정해진듯해서
        2집때까지도 참아줄만했는데 3집부터는 영 아닌듯하네요
        아예 장르씬 쪽을 포기하고 작정하고 만든듯
        뭐 타이틀곡 듣고 할말을 잃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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