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Royce Da 5'9 - Street Hop
- rhythmer | 2009-11-17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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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yce Da 5'9
Album: Street Hop
Released : 2009-10-20
Rating :
Reviewer : 예동현
여태껏 그를 수식할 때 따라다니던 표현이라면 단연 두 가지가 떠오른다. ‘완벽한 MC’라는 소스 매거진의 찬사와 ‘불운한 MC’라는 팬들의 안타까움이다. 사실 우리는 실력이 출중해도 스타덤에 오르지 못했던 수많은 뮤지션을 지켜봐 왔다. 그것이 과연 불운이었던가? 어찌 보면 그렇긴 하지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들이 특별한 이슈를 만들어내거나 혹은, 성공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앨범을 발매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타고난 끼 또는, 뒤로 자빠져도 뒤통수에 지폐가 달라붙는 운이 없다면, 자신의 유일한 무기로 성공을 이뤄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그에 대한 불만은 그저 의미 없는 푸념일 뿐이다. 로이스(Royce Da 5'9)는 내가 봐도 운이 없었고 그렇다고 끼도 없었다. 극상의 실력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괜찮거나 변변치 못한 앨범들로 10년 이상의 커리어를 이어왔다. 팬들의 기대도 세월에 취해 망가졌는데, 이제야 비로소 좋은 앨범을 가져왔다. 역시 사람은 주변에 친구를 잘 둬야 하는 법인가 보다.그의 랩에 실망한 적이 있었던가? 적어도 내 기억에 그는 변변찮은 가사에서도 눈이 휘둥그레질 펀치라인을 쏟아낸 적이 많고 불꽃 튀는 라임을 뱉어내던 중에도 심금을 울리는 가사를 그려낼 줄 알았던 MC다. 실력으로만 꼽았다면, 그의 이름은 힙합 인명사전의 인덱스 페이지에서 가장 손쉽게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이가 될 것이다. 특히, 믹스테잎 클래식 [Bar Exam]시리즈에서 그야말로 굉장한 라임들을 쏟아내면서 건재함을 과시하더니 21세기의 (약간은 조촐한) 우탱 클랜(Wu-Tang Clan)급 슈퍼그룹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를 결성하고는 괴물들 사이에서 더욱 괴물 같은 랩을 들려주었다. 그의 랩에서 단점을 찾는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따뜻한 인정을 바라는 것과 같다.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이 비트였지만, 다행히 본작 [Street Hop]은 괜찮은 비트로 가득하다. 앨범 타이틀대로 스트리트풀한 하드코어 비트들이 가득한 가운데 군데군데 클럽튠과 서정적인 스트리트 발라드 트랙들이 수록된 전형적인 형태다. 그는 이제 와서 주책 맞게 눈먼 돈을 탐내지 않는다. 자신이 늘 하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 본작과 그의 이전 디스코그라피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선 만족스러웠던 EP [The Revival EP]의 트랙들을 모조리 다 수록했는데, 그 가운데 “Gun Harmonizing”의 슬로터하우스의 동료 크루킷 아이(Crooked I)의 환상적인 라임이 추가되어 앨범의 시작부터 청자의 귀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프리모의 최근 컨디션을 생각하면 꽤 만족스러운 “Something 2 Ride 2”와 “Shake This”는 아직도 로이스 커리어의 가장 중요한 곡으로 남아있는 “Boom”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앨범 진행에 과도한 힘을 빼고 청자에게 느긋한 여유를 제공한다. 동향 출신의 랩퍼 트릭 트릭(Trick Trick)이 목소리를 보탠 하드코어 트랙 “Gangsta”와 폭력에 대한 비극을 묘사하는 스토리텔링 “On The Run”도 필청이다.
스킷을 포함해 장장 19트랙이나 되는 꽉 찬 트랙리스트에는 물론, 아쉬운 곡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의 정규 디스코그라피에서 거의 최초로 앨범의 장점이 단점을 압도한다. 그것도 대단히 큰 차이로. 이 앨범은 좋은 비트와 좋은 라임 그 이상의 무엇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라임 대신에 ‘정말 좋은’ 라임을 제공하는 것만은 자신 있게 보장할 수 있다. 그는 아직도 우둔하게 스스로 갱스터임을 자부하며 거리에 천착해 진짜배기(Real)임을 강요한다. 어떤 이들이 두 번만 외쳐도 지겨운 이 단어들이 왜 그가 하면 한없이 리얼할까? 이 앨범이 답이 될 것이다. 그는 힙합이 아니라 스트리트 합의 화신이기 때문이리라.
*여담으로 “Gun Harmonizing”에서 그의 친구이자 또 한 명의 천재 랩퍼인 크루킷 아이는 로이스에게 이런 라인을 헌정했다. “만약에 최고의 래퍼가 죽는다면 우린 니컬(로이스의 별칭)의 장례식에 앉아 있겠지.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왜냐하면, 방아쇠를 쥔 손가락은 널 겨누고 있거든 / if the best rapper died we'd be sittin at Nickel's funeral. But we ain't dyin cause our trigger finger nail you”. 유유상종이라더니 참 기막힌 친구들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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