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Rakim - The Seventh Seal
- rhythmer | 2009-11-26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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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akim
Album: The Seventh Seal
Released : 2009-11-17
Rating : +
Reviewer : 양지훈
우리는 라킴(Rakim)이 무려 10년 만에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는 사실에 대해 참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그의 새 앨범에 대해 왈가왈부하기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닥터 드레(Dr. Dre)와 작업 방식 및 견해 차이로 인해 [Oh, My God]은 2002년 즈음 발매가 무산되었고, 애프터매스(Aftermath)와 합의 하에 레이블에서 빠져 나오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라킴이 마음을 잡고 다시 앨범 제작을 시작한 것이 2007년이라는 사실이다.이렇게 [The Seventh Seal]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이 있었다고 하니 "랩의 신 라킴 10년 동안 도대체 뭘 했느냐?"라고 비아냥거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러므로 나는 10년이라는 공백 기간은 잠시 잊은 채 순수하게 라킴의 새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라킴이 빌보드지와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The Seventh Seal]에는 드레와 함께한 작업물에서 나온 미발표(unreleased) 트랙이 없으며, 14곡 모두 새로 만든 곡이다. 새롭게 제작한 앨범에는 오랜 세월 라킴과 함께한 닉 위즈(Nick Wiz), 시애틀 출신의 제이크 원(Jake One), 노츠(Nottz) 등이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라킴의 딸 데스티니(Destiny Griffin)가 피처링 명단에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중요한 '라킴의 랩'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자격이 있다. 간혹 억지로 배치했다는 느낌이 강한, 흔히 '떡칠'이라 얘기하곤 하는 라임을 감지하게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마디마다 깔끔하게 배치된 라킴 특유의 라이밍은 세월이 흘러도 크게 녹슬지 않았음을 앨범 전반에 걸쳐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일단 어째서 라킴이 이렇게 허약한 프로덕션을 택했는지가 의문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How to Emcee", 매이노(Maino)와 함께한 두 번째 싱글 "Walk These Streets", 라킴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스킬을 확인할 수 있음과 동시에 닥터 드레의 비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Documentary of a Gangsta"까지만 그나마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을 뿐,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비트의 연속이다. 비트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보컬 코러스에 의존하는 곡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점이다. 라킴의 음악 세계에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이라면, 그의 랩이 담긴 곡은 보컬리스트의 코러스보다는 턴테이블 리릭이나 라킴 본인의 랩, 아니면 에릭 비 앤 라킴(Eric B. & Rakim) 시절의 소울 샘플링에 의존한 코러스가 훨씬 듣기 좋다는 사실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게스트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라킴의 랩과 부조화가 가져다주는 거부감이 하늘을 찌를 기세라는 게 문제다. 특히, "Satisfaction Guaranteed"와 "Put It All to Music"에 삽입된 보컬은 정말 매사에 진지하게 음악 활동을 해왔다는 그 라킴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만들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지적해야 할 것이 있는데, 노 다웃(No Doubt)의 공전의 히트곡 "Don't Speak"를 샘플링한 마지막 트랙 "Dedicated"이다.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의 가사에 맞춰 라킴이 읊조리며 시작하는 초반부의 어정쩡함은 차치하더라도, '날로 먹는 샘플링'으로 기억될 것을 생각하니 듣는 사람조차 걱정이 앞선다.
'80년대부터 변함없이 라킴은 자기 과시적 가사를 쓰곤 한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그는 넘치는 자신감을 표출할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 실력자이다. 또한, 사람들도 라킴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고 지지했기에 그의 랩을 듣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그렇지만, [The Seventh Seal]을 들으면 야속함을 감추기가 힘들다. 이보다 나은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능력자가 이렇게 비트와 궁합을 맞추지 못하고, 보컬리스트에 의존하는 코러스로 랩과 부조화를 낳다니.... 그와 동시에 "The Watcher 2", "Classic" 등 공백 기간 동안에 남겼던 몇몇 명곡을 상기하면, 차라리 작심하고 한 두 명의 유능한 프로듀서만을 섭외하여 작업했다면 훨씬 더 나은 앨범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최신 트렌드를 수용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더욱 세련된 곡을 만들 수 있는 라킴의 능력이 고작 이것밖에 발휘되지 않음에 대한 한탄이다. 단언컨대, [The Seventh Seal]은 그가 10여 년간 랩 씬에 남겨온 위대한 업적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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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럼프 (2010-07-21 13:03:19, 164.124.106.***)
- 저는 라킴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추종자는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트랜드 힙합보단 80년대나 90년대에 나왔던 올드스쿨 힙합을 좋아해서 여러 힙합 아티스트를 찾고 또한 그들의 음악을 듣는게 저의 취미이지요... 그중에 한명이 라킴이라는 사람이구요... 라킴의 guess who's back 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땐 온몸에서 전율이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갓엠씨라고 괜히 부르는게 아니었더군요... 참고로 라킴을 알게된건 최근 입니다.
전작들이 어디하나 빠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고 라킴의 힙합 마인드 또한 리스너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라킴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신작 앨범에 대한 기대 또한 엄청 났을거라 생각합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이 라킴에게 있었을거라 생각해요...
다만 바램이 있다면 다음 앨범은 "역시 라킴이구나" 라는 환호의 탄성이 나올수 있기를 기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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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cyo (2009-11-27 14:10:07, 59.10.15.***)
- 어느 리뷰를 보나 아쉬움 일색이군요.
저 역시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 라킴을 한두번 돌려듣고 마는 선에서 그치다니.
랩도 썩. 휴.
보다에도 리뷰가 올라왔네요.
http://bo-da.net/entry/Rakim-The-Seventh-S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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