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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Fashawn - Boy Meets World
    rhythmer | 2009-12-01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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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Fashawn    
    Album: Boy Meets World
    Released : 2009-10-22
    Rating :  +
    Reviewer : 강일권







    캘리포니아 빈민가에 사는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부모가 멀쩡히 살아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투옥된 아빠와 약물 중독인 엄마 때문에 실제로는 부모 없이 자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토록 넓다는 아빠의 가슴은 먼 나라 얘기였고 엄마와 엄마 친구들에게 배우는 거라고는 약을 파는 법과 대마초를 끝내주게 피우는 방법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년의 인생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 하지만, 다행히 소년은 음악으로부터 위로받으며, 이 힘겨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일찍 성숙한 소년은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겨우 12살 때부터 펜을 잡고 라임을 써내려 갔으며, 자신의 부족한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이후, 그의 재능을 알아본 지인들의 지원으로 믹스테입(Mixtape)을 발표하고 MC로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고, 17살이 되던 해에는 학교까지 중퇴하며 힙합 뮤지션으로서 꿈을 확고히 했다.

    그리고 2009년, 어엿이 성인이 된 그 소년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데뷔앨범을 들고 힘차게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의 이름 패숀(Fashawn). 그렇게 한때 위기에 처했던 소년은 음악을 매개체로 아무런 문제없이 세상과 만났다.

    [Boy Meets World]는 랩과 프로덕션, 양쪽 모두 힙합 앨범의 표준을 보여주는 것 같은 작품이다. 어느 곳 하나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돕(Dope)하다. 특히, 앨범의 주인공인 패숀은 신인임에도 절대로 비트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트를 압도하려는 과욕도 부리지 않는다.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춰서 밀고 당기는 솜씨가 베테랑의 그것 못지않다. 그의 랩은 날카롭고 공격적이며, 빈틈을 주지 않다가도 어느 순간 한껏 여유를 부리면서 비트 위를 사뿐히 걸어 다닌다. 가사에는 그가 경험하고 느낀 고통과 기쁨의 순간들이 웬만한 어른보다도 성숙한 감성으로 거짓 없이 기록되어 있고, 이것을 기술적으로 표현해내는 도구인 라임에는 어린 나이답지 않은 노련미와 센스가 깃들어 있다.  

    그 뒤를 충실히 받치는 건 바로 총 프로듀싱을 맡은 엑사일(Exile)의 비트다. 이미 많은 이가 블루(Blu)와 프로젝트였던 [Below The Heavens]를 통해 치밀한 샘플 조합을 바탕으로 소울풀하고 그루브한 비트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을 경험한 바 있다. 턴테이블과 MPC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작법을 고수하는 엑사일의 비트는 제이 딜라(J. Dilla)나 매드립(Madlib), 혹은 프리모(DJ Premier)에게 영향받은 것이 분명하지만, 단순히 그들의 색깔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장점에 자신의 취향을 더해 또 다른 색깔의 90년대식 비트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쯤 되니 둘의 조합이 멋진 앨범을 탄생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MC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짧게 풀어낸 소울풀하고 활력 넘치는 “Intro” 트랙을 시작으로, 빈티지한 질감의 하드코어 비트와 탈립 콸리(Talib Kweli)의 보이스 샘플에 이어지는 패숀의 공격적인 라이밍이 압권인 “Freedom”(단어와 짧은 문장을 이용하여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낸 두 번째 벌스를 주목하시라), 멜로디컬한 피아노 샘플과 재지한 호른이 조화를 이룬 낭만적인 비트 위로 슬릭 릭(Slick Rick)과 나스(Nas)의 명대사까지 인용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Hey Young World”, 정말 오래된 재즈 클럽을 연상시키는 음악과 패숀의 담담한 라이밍이 빛나는 “Stars”, 어린 시절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Life As A Shorty”, 그리고 앨범 내에서 가장 어두운 비트임과 동시에 무거운 주제를 다룬 “The Ecology” 등은 앨범의 전반부를 책임지는 트랙들이다. 

    에비던스(Evidence)가 조력한 “Our Way”를 지나면, 소울풀한 비트의 “Why”와 “Samsonite Man”이 이어진다. 이 중 “Samsonite Man”은 비트에서 치밀한 샘플 조합은 물론, 보컬 샘플까지 적절히 배치한 엑사일의 프로듀싱도 일품이고, 적당히 위트를 섞어가며 실력을 뽐내는 두 MC, 블루와 패숀의 랩도 일품이다. 패숀이 신과 대화하는 것을 엿들을 수 있는 차분한 비트의 “Father”는 단어의 중의적인 뜻과 그의 과거가 맞물리며, 왠지 애잔함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며, 자신이 자란 캘리포니아 거리의 실상과 청소년들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Sunny CA”는 단조로운 진행 속에 묘한 중독성을 내포하고 있는 트랙이다. 이어 엑사일이 직접 랩으로도 조력한 “Bo Jackson”과 이국적인 리듬의 “Lupita”를 지나면, 후반부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트랙 “When She Calls”와 만나게 된다. 건반 루핑과 스트링 샘플을 이용한 유려한 전개와 몽환적인 느낌을 배가시키는 보컬 샘플이 어우러져서 아주 매혹적인 비트를 탄생시켰으며, 삶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고통의 순간을 극적으로 묘사한 패숀의 랩핑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서정적인 비트의 “Boy Meets World”를 마지막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본작은 캘리포니아 빈민가에서 자란 한 소년의 성장기록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약간의 풋풋함도 찾아볼 수 없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성숙한 시선으로 주변의 삶을 통찰하고 또래 친구나 어린 형제 자매들에게 현실을 극복할 것을 권하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된’ 소년이 있을 뿐이다. 단, 그는 가사에서처럼 형제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Where I’m from, brothers die every day, sunny CA”-The Ecology 가사 중) 끔찍한 현실을 지나왔음에도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마인드를 견지한다. 이제 겨우 그의 나이 스무 살. 앞으로 그가 하게 될 더 많은 경험과 쌓게 될 지식을 생각하니 벌써 다음 결과물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렌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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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병진 (2010-06-21 21:33:49, 222.234.29.***) 삭제하기
      2. 퍼갑니다
      1. wannabe (2010-02-16 23:48:24, 115.140.80.***) 삭제하기
      2. 이 앨범 어디서 구할수 잇죠?
        정말 사서 듣고 싶네요 ㅜ.ㅜ
      1. 요츠바랑 (2010-01-21 21:22:12, 180.66.117.**) 삭제하기
      2. 오래전 나스의 얘기는 틀렸어 ~~ 힙합은 아직도 숨을쉬고 있다고;
      1. mshinoda (2009-12-02 12:00:48, 124.2.117.***) 삭제하기
      2. 외국에선 나스 워너비라고 일부에서 까이고 있더군요
        올해 하반기에 나왔지만 가장 좋았던 앨범 인거 같네요
      1. 양가 (2009-12-02 10:43:18, 211.234.105.**) 삭제하기
      2. 지인 소개로 최근에야 들어봤는데 무척 아기자기하더군요. 감상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 saddle (2009-12-02 01:52:05, 84.13.89.***) 삭제하기
      2. 최근 들은 앨범 가운데선 Danny!의 Where Is Danny?하고 이걸 제일 좋게 들었음.
      1. soulbanism (2009-12-01 16:14:27, 221.146.203.*) 삭제하기
      2. 이 앨범 올해의 앨범으로 꼽을만큼 기대이상의 수작이었습니다.
        첫 데뷔앨범이니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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