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Rihanna - Rated R
- rhythmer | 2009-12-07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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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ihanna
Album: Rated R
Released : 2009-11-20
Rating :
Reviewer : 강일권
뮤지션으로서 명예와 사랑을 모두 쟁취하며, 뭇 여인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몸에 받던 흑진주 리아나(Rihanna)는 ‘천하의 죽일 놈’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때문에 일순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는 ‘남자에게 매 맞는 여자’가 되었다. 만약, 크리스 브라운이 국내 연예인이었다면, 미니 홈피 초토화는 기본이요, 음반 불매 운동에, 적어도 1년 동안은 집에서 쥐 죽은 듯이 칩거해야 했을 거다(‘Brotha’라는 이름 아래 그를 옹호한 바우와우도 마찬가지였을 테고). 그만큼 이 폭행사건은 올해 팝음악 씬에서 가장 경악할만한 뉴스였다. 그리고 그녀의 새 앨범 [Rated R]이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이는 중독적이고 강렬한 비트의 음악을 리드 싱글로 내세웠던 이전과 달리 마이너 코드의 차분한 곡인 “Russian Roulette”을 첫 싱글로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신예 프로듀서 척 하모니(Chuck Harmony)와 니요(Ne-Yo)가 함께 만든 이 곡은 사랑의 고통을 ‘러시안룰렛’이라는 무시무시한 게임에 비유한 가사와 리아나의 고혹적인 보컬이 그녀가 겪은 사건과 맞물리며, 매우 애잔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특히, 낮게 깔리는 프로그래밍된 베이스 라인은 흡사 ‘러시안룰렛’을 진행하는 화자의 긴장된 심장박동 소리를 연상하게 하면서 곡에 대한 흡입력을 더욱 높이고, 후렴구의 극적인 전개가 더해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성인등급(Rated R)’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앨범 속지에는 망사 스타킹, 가터벨트, 짙은 화장 등 온통 리아나의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지만, 실제 내용물은 “Russian Roulette”처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가슴 속 깊은 곳에 쌓인 감정의 덩어리가 표출된 곡이 주를 이룬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섹스 어필적 의미의 ‘성인등급’이 아닌, 성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감정을 담았다는 의미라는 증거다.
리아나가 보컬을 통해 지금까지 앨범 중 가장 진실한 감정 표현을 하는 동안 프로듀서들은 각자 주조한 음악으로 그녀의 재기를 도왔는데, “Russian Roulette”을 만든 척 하모니와 니요를 제외하고 가장 빛을 발한 건 스타게이트(StarGate)다. 그들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전자음과 보컬 이펙팅을 통해 적당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곡을 이끌다가 대중적인 멜로디로 마무리하는 “Wait Your Turn”을 비롯하여 피아노 연주가 주도하는 애잔한 발라드 “Stupid In Love”, 리아나의 주종목 중 하나였던 댄스홀 트랙 “Rude Boy”, 그리고 퍼커션과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공간감 있게 조화시킨 “Te Amo” 등 4개의 트랙을 제공했고, 모두 앨범의 완성도에 이바지했다. 트리키 스튜워트(TTricky Stewart)와 더-드림(The-Dream) 콤비가 만들고 영 지지(Young Jeezy)가 참여한 장중한 힙합 트랙 “Hard”와 윌아이엠(Will.I.Am)이 선사한 ‘뽕끼’ 가득한 앙증맞은 바운스 넘버 “Photographs”도 준수하다.
아쉬운 건 중간과 마지막에 배치된 록 어프로치 트랙들이다. 지난 앨범에서 록과 결합한 “Shut Up And Drive”로 흥행과 평가 양면에서 성공을 맛본 그녀는 본작에서 무려 3곡을 통해 록적인 성향을 드러냈는데, 슬래쉬(Slash)가 친히 기타를 맡은 “Rockstar 101”만이 전체적인 흐름과 어느 정도 어우러질 뿐, “Shut Up And Drive”에서 느꼈던 퓨전의 절묘함도, 곡 자체의 감동도 없는 “Fire Bomb”과 “The Last Song”은 수록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트랙들이다. 특히, “Russian Roulette”의 그 숨 막힐 듯한 애잔함의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밉살맞게 치고 나오는 “Fire Bomb”의 강렬함은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드러내 버리고 싶을 정도다. 이 곡을 왜 여기에 배치했을까....
커다란 시련은 오히려 그 사람을 더욱 강하고 성숙하게 만든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본작을 들어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직 상처가 깊을 것이고 몇몇 곡을 통해서는 그토록 아팠던 사랑을 잊지 못하는 약한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보여주었으니까. 그야말로 [Rated R]은 그녀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뮤지션이며, 여전히 섹시하고 매혹적인 자태를 자랑하는 여인임을 증명한 작품이다. 상처 속에서 웅크리고 있기보다는 정면으로 맞서려는 강한 여인임을 보여준 것도 물론이고.
그나저나 만약, “Stupid In Love”의 가사 중 ‘I still love you’라는 부분이 옛 연인인 크리스 브라운에게 보내는 100% 진심이라면, 그녀는 둘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거나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여인이거나….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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