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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Wale - Attention Deficit
    rhythmer | 2009-12-23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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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Wale    
    Album: Attention Deficit
    Released : 2009-11-10
    Rating :
    Reviewer : 강일권







    2009년의 미국 힙합 씬이 여전히 서던 힙합의 영향력 아래 있었음에도 작년보다 인상적인 이유는 새로운 인재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매년 새로운 별은 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 등장한 주요 신성들은 다소 천편일률적이던 씬의 흐름에 신선한 공기를 주입시켰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비록, 차트에서 성적은 각각 달랐지만, 그들은 선배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뛰어난 라이밍과 플로우를 갖췄으며, 판매량 계급장을 떼고 개성과 실력만으로 붙는다면, 누가 이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등한 실력을 자랑한다. 난 그들을 2009 힙합 씬의 ‘판타스틱 4’라 부르고 싶다.

    배우에서 힙합 뮤지션으로 완벽하게 변신하며 정규 앨범을 내기도 전부터 스타가 된 드레이크(Drake),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무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베테랑 못지 않은 딜리버리를 선사한 패숀(Fashawn), 데뷔앨범을 통해 차기 하이브리드 힙합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키드 커디(Kid Cudi), 그리고 이제부터 소개하려고 하는 랩퍼 왈레이(Wale)가 그 주인공이다.

    왈레이가 힙합팬들의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유명한 힙합 잡지 [소스(The Source)]지의 신예를 소개하는 코너 ‘Unsigned Hype’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2006년에 지역의 신생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Dig Dug (Shake It)"이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그가 태어난 워싱턴을 비롯한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다. 이 곡은 워싱턴 라디오 역사상 ‘가장 많이 신청된 지역 뮤지션의 곡’으로 기록되기까지 했다. 이 곡이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건 저 옛날 고-고 사운드와 힙합을 결합시킨 신선한 비트와 그에 걸맞은 왈레이의 재치 있는 라이밍 덕이었다(필자 주: 해당 곡은 고-고(Go-Go) 밴드 노스이스트 그루버즈(Northeast Groovers)의 리드 싱어 로버트 “딕 덕” 딕슨(Robert "Dig Dug" Dixon)에게 헌정하는 곡이었다).

    이렇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초석을 성공적으로 다진 왈레이는 여세를 몰아 첫 믹스테잎 [Paint A Picture]를 발표하고 탄탄한 믹스테잎 이력을 시작했다. 같은 해, 그는 두 번째 믹스테잎 [Hate Is The New Love]와 함께 또 하나의 고-고 힙합 싱글 “Breakdown”을 공개했는데, 이 곡 역시 크게 인기를 얻었다. 그의 존재가 몇몇 잡지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가장 먼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러브콜을 보낸 건 다재다능한 프로듀서 마크 론스(Mark Ronson)이었다. 론슨은 릴리 알렌(Lily Allen)의 싱글 “Smile”의 리믹스 버전에 왈레이를 참여시키는 한편, 자신의 데뷔 앨범이었던 [Version]의 프로모션 투어에까지 동참시켰다. 그리고 2007년, 왈레이는 론슨의 레이블 알리도 레코즈(Allido Records)와 프로덕션 계약을 맺는다.

    물론, 그 해에도 그의 믹스테잎 발표는 계속됐다. N.W.A의 앨범 제목을 샘플링한 세 번째 믹스테잎 [100 Miles & Running]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공짜 다운로드로 제공했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렉트로니카 그룹 저스티스(Justice)의 “D.A.N.C.E”를 리믹스한 "W.A.L.E.D.A.N.C.E."라는 곡으로 또 한 번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론슨의 알리도 레코즈와 거대 음반사 인터스코프(Interscope) 간 합작 투자 계약이 성사되던 2008년, 왈레이는 완전한 레이블의 식구가 되었다. 당시 에픽 레코즈(Epic), 애틀랜틱 레코즈(Atlanta), 데프잼(Def Jam) 등 유수의 레이블이 모두 그와 계약하기 위해 애를 썼을 정도로 그의 주가는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그렇게 인터스코프의 든든한 지원 아래 메이저 데뷔 앨범을 준비하던 왈레이는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The Mixtape About Nothing]과 [Back To The Feature]라는 타이틀의 믹스테잎을 발표하며, 믹스테잎에 대한 시들지 않는 열정과 애정을 과시했다. 특히, 다섯 번째 믹스테잎 [Back To The Feature]는 소울 샘플컷의 대가 나인스 원더(9th Wonder)가 수록된 11곡 전부를 프로듀싱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섯 장의 성공적인 믹스테잎, 잘 나가는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 연일 상한가를 기록 중인 이름값.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정규 앨범을 통해 자리를 굳히는 일뿐이었다.   

    2000년대에는 정규 앨범 발표 이전에 이미 믹스테잎을 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쥔 힙합 뮤지션들이 꽤 있었다. 여기엔 일장일단이 있다. 문제는 그들 중 대부분이 정규 데뷔작의 발표가 한없이 미뤄지거나 막상 발표됐을 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다. 믹스테잎을 통해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는 곧 정규 앨범에서 훨씬 더 강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해당 뮤지션의 부담감이 될 수밖에 없다. 왈레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데뷔 앨범 [Attention Deficit]은 많은 고심과 부담 속에 나왔을 게 분명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ttention Deficit]은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왈레이의 든든한 지지자 마크 론슨을 위시하여 클럽튠과 웅장한 스트리트 트랙을 주무기로 하는 프로듀서 팀 쿨 앤 드레(Cool & Dre), 왈레이의 네 번째 믹스테잎 [The Mixtape About Nothing]에서 메인 프로듀싱을 맡았던 베스트 켑트 시크릿(Best Kept Secret), 록 밴드 TV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의 데이브 사이텍(Dave Sitek) 등이 참여해서 각자의 스타일로 빚은 프로덕션은 흠잡을 데 없이 탄탄하며(기대했던 넵튠즈의 비트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었다.), 이들이 선사한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응집력 있게 조화시키는 왈레이의 랩핑도 일품이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비트에 맞춰 그때그때 플로우를 변화시키며 곡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는 과연 노련한 뮤지션이라 할 만하다. 또한, 피처링이 많음에도 적재적소에 포진되어 있어서 전혀 산만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본작의 미덕이다.

    아무래도 앨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논란과 노출의 여신’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함께한 싱글 “Chillin’”일 것이다. 꼭 음악팬이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팝-록 그룹 스팀(Steam)의 69년 히트곡 'Na Na Hey Hey Kiss Him Goodbye'를 샘플링한 이 곡은 작금의 트렌드와 복고적인 감성을 영리하게 조화시킨 파티 트랙이다. 그러나 Chillin’”은 대중을 고려한 맛보기 트랙일 뿐, 그의 랩 실력이 진정한 빛을 발하는 건 다른 트랙들에서다.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명곡 “Summer Madness”를 샘플링한 드라마틱한 구성의 비트 위로 부정적인 양상에 대한 비판을 감행하는 “Mama Told Me”에서 몰아치는 플로우, 펑키한 베이스 라인이 넘실대는 가운데 서던 힙합의 살아있는 전설 번 비(Bun B)의 묵직한 플로우가 함께한 “Mirrors”에서 더듬거리는 플로우, “Mama Told Me”와 마찬가지로 소울 샘플 특유의 따뜻함과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Beautiful Bliss”에서 촘촘히 라임을 박아 넣는 라이밍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편, 본작의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또 다른 곡들은 바로 왈레이와 싱어가 조합을 이룬 트랙이다. 오래 들으면 약간은 건조하게 들릴 수도 있을 왈레이의 랩핑이 싱어들의 참여 덕에 효과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데, 재즈민 설리반(Jazmine Sullivan), 크리셋 미첼(Chrisette Michele), 마샤 앰브로셔스(Marsha Ambrosius), 멜라니 피요나(Melanie Fiona), 백야드 밴드(Backyard Band)의 윈시(Weensey) 등 그 참여 진의 면모 또한, 매우 화려하다. 특히, 크리셋 미첼의 소울풀한 보컬이 함께하고, 최근 힙합음악으로써는 드물게 인종 문제를 진중하게 다룬 “Shades”와 마샤의 무게 있는 보컬과 아름답고 이국적인 멜로디 위로 상처받은 여인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는 “Diary”는 앨범의 백미다.

    그가 믹스테잎으로 일찍 유명해지긴 했지만, 초반만 하더라도 현지에서조차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의 이름을 ‘웨일’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수많은 힙합팬이 ‘왈레이~!’를 외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본작 [Attention Deficit]이다. 2009년 가장 인상적인 데뷔앨범 중 한 장인 이 앨범을 통해 국내의 음악팬들도 그의 이름을 머릿속에 확실히 새기게 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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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izzy (2013-02-08 13:00:53, 211.176.67.***)
      2. 왈레이 특유의 랩하는 스타일이 정말 좋습니다
        망해서 정말 아쉬운 앨범.. 정말 실력 있는데 말이죠
      1. 2222`1 (2010-02-10 05:52:05, 121.163.50.***) 삭제하기
      2. 후에본다해도 베스트 랩퍼감은 안될거같아요.
        앨범은 평타쳤고 백업해주는 랩퍼로서는 참 좋던데
      1. 데커드형사 (2010-01-09 17:23:04, 180.68.60.**) 삭제하기
      2. 피치포크(pitchfork) 평가

        Kid Cudi
        Man on the Moon: The End of Day 4.1

        Drake
        So Far Gone 7.4

        Wale
        Attention Deficit 6.6

        참고 하시라고요. (절대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 압니다 다만 이 친구 음악을 좀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라서 말씀드리는 것)

        솔직히 전 이 셋중엔 Wale 이 제일 낫더군요. 깔끔함.
        특히 쿠딘지 저딘지는 겉멋쩔어서 구역질만 남.
        힙합이 원래 겉멋의 음악이라지만 트랙들 타이틀부터가 병맛..
      1. K (2009-12-24 15:21:57, 61.78.108.***) 삭제하기
      2. 처음 들으면 좋게 들리긴 하는데 쉽게 물리더라구요.
        랩은 올해 신인들과 비교했을땐 가장 후달리는데 비트초이스로 적당히 메꾼 느낌.
      1. Datskat (2009-12-24 14:28:28, 219.250.35.***) 삭제하기
      2. 좋아요
        넵튠즈는 좀 많이 실망
      1. 끌리는데로 (2009-12-24 14:17:04, 59.2.8.**) 삭제하기
      2. 그냥 평타정도의 앨범이라 생각했는데 레이팅이 꽤 후한거같네요 ㅋㅋ
      1. hova (2009-12-24 14:06:33, 219.250.88.***) 삭제하기
      2. 아 이 앨범 못구하나....

        티비 온 더 라디오가 프로듀싱해준거 너무 좋던데
      1. saddle (2009-12-24 13:56:34, 222.120.155.***) 삭제하기
      2. 오히려 앨범은 왈레가 할수있는 최대한을 못 끌어낸 것 같음.
      1. DOUGY (2009-12-24 12:48:04, 59.10.148.***) 삭제하기
      2. 뭐랄까, 깔쌈하고 담백해서 계속 호기심 가지기 좋은 뮤지션이긴 하나,
        약간 앨범을 계속 안듣게 되는 그런게 있네요..
        솔직히 이건 매우 주관적인거라 그냥 감상평에 가까운데, 중간중간 "와 이건 킷커디보다 더 반짝이는구나"싶을 정도의 아이디어 있고 신인으로서 자격 충분한데 앞으로 얼마나 더 잘 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지네요.
      1. Eminem (2009-12-24 11:58:32, 221.139.178.**) 삭제하기
      2. 왈레이 진짜 좋은데ㅋㅋㅋ 앨범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사겠네요ㅠㅠ
      1. Beatamental (2009-12-24 11:55:45, 218.152.69.***) 삭제하기
      2. 저 위에 나열된 드레잌, 키드커디, 패숀 등과 같은 인물들하고 동선에 놓긴 힘들다고 봄.

        랩을 썩 잘하는거 같지도 않습니다.
      1. 캐멀페이스헌팅시즌 (2009-12-24 11:49:13, 216.114.194.***) 삭제하기
      2. 2009년 최고의 신인앨범 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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