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noop Dogg - Malice n Wonderland
- rhythmer | 2010-01-04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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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noop Dogg
Album: Malice n Wonderland
Released : 2009-12-08
Rating : +
Reviewer : 남성훈
가장 성공한 보이 밴드 엔싱크(N Sync)는 전성기 시절 한 인터뷰에서 "우린 우리가 찍힌 티셔츠를 팔지만, 우린 티셔츠를 팔려고 음악을 하지는 않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대중음악은 가장 상업적인 시스템 안에서 굴러가고 있지만, 그 순수성을 의심받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힙합아티스트는 대놓고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한다는 자의식을 거침없이 쏟아냄으로써 대중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주기적으로 그런 경향이 심화되면,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그런 행동조차 반대급부의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얻기 위함이니 'It's all about the benjamins'가 괜히 나온 말은 아닌가 보다.스눕 독(Snoop Dogg)은 그런 힙합 안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현재 가장 귀엽게 돈을 벌고 있는 힙합아티스트이다. 만약, 당시의 엔싱크를 지금의 스눕 독이 만나면, "이봐, 티셔츠를 팔려면 토크쇼에 나올 때 티셔츠 좀 챙겨 나오지?"라고 말했을 터. 스눕 독 헤드폰, 스눕 독 신발, 스눕 독 피규어, 스눕 독의 목소리를 내주는 아이폰 응용프로그램, 그리고 스눕 독이 길안내를 하는 차량 내비게이션 등, 그가 틈만 나면 방송에 나와 낄낄거리면서 광고한 스눕 독표 상품들의 공통점은 그 자신의 즐거움과 약간의 상업적인 가능성이 만난 귀여운 결과물이란 것이다. 제이-지(Jay-Z)가 CEO에 걸맞게 행동한다면, 스눕 독은 마치 괴짜 발명품 인터넷 쇼핑몰의 사장님처럼 행동한다. 자신을 내건 가벼운 상품들을 쏟아내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희화하면서도 살아있는 갱스터 랩의 전설 중 한 명이라는 아우라에 전혀 손상을 가하지 않는 이는 스눕 독이 유일하지 않을까?!
음악 외적인 행보가 무리 없이 가능한 것은 –충성도는 찾아볼 수 없는 북미의 힙합팬들에게도- 먹히는 설득력을 가진 완성도 높은 앨범 때문일 것이다. 아니, 단순히 완성도 높은 앨범뿐 이었다면, 그는 서서히 대중에게서 잊혔을 것이 분명하다. 어떤 차별화로 그는 근 20년간 이 바닥에서 살아남았을까? 녹록하지 않은 솜씨로 팝의 중심에 자신을 포지셔닝하다가도 다시금 지구를 대표하는 갱스터 래퍼로서 카리스마를 공고히 하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곡으로 청자를 깔깔거리게 하는 가공할 스펙트럼을 스눕 독은 지니고 있다. 개발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법도 하다. 어렵사리 고수해 온 전통적인 갱스터 랩 앨범의 변주를 [Tha Last Meal]에서 살짝 선보이는가 하면, 2002년에는 [Paid da Cost to be da Boss]를 통해 자신의 음악인생 2부를 열었다. 그리고 ‘갱스터 랩퍼 스눕 독’ 캐릭터를 어떤 컨셉트이던지 껴 맞추고 변주하는 능력은 전작 [Ego tripping]을 통해 온전히 완성되었다.
앨범 비평에 앞서 이렇게 길게 서두를 쓰는 것은 스눕 독의 10번째 정규 앨범 [Malice n Wonderland]를 평하는 내 관점을 확실히 하기 위함이다. TV쇼에 나와 타이거 우즈에게 공개적으로 “나도 여자가 많았지만, 아내가 최고다.”라는 충고를 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최근 ‘패밀리 맨’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그의 신작이 내면의 선과 악, 양면을 다룬 컨셉트이라기에 언제나처럼 현재 스눕 독의 이미지를 자신의 방식대로 변주한 기발한 힙합 뮤지컬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를 포기하더라도 앨범을 관통하는 기운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밋밋하다. 반면, 감각과 실력이 식지 않은 베테랑 래퍼답게 모든 곡의 면면과 랩핑은 흠잡을 곳 없이 뛰어나다. “Pronto (Feat. Soulja Boy Tell’em)", “Secrets (Feat. kokane)”, “Pimpin Aint EZ (Feat. R. Kelly)”, “Love Drunk (Feat. The Dream)” 등 꽤 많은 곡에서 피쳐링 진에게 주도권을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제외하면, 곡들이 앨범을 망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앨범은 스눕 독의 참여 싱글을 모아놓은 듯한 인상이 강하고, 완성도 있는 트랙들도 대담한 앨범커버와 초기 컨셉트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가족들이 등장하는 인트로와 아웃트로만 들으면 청자는 앨범 내내 패밀리 맨 스눕 독이 안내하는 그의 숨겨진 내면세계를 탐험하고 왔어야 마땅하지만,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건 꼭 스눕 독이 아니더라도 들었을 법한 고개를 끄덕일만한 힙합트랙들뿐이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패밀리 맨의 컨셉트에 그저 충실한 것일까? 적당히 먹힐 듯한 트랙들로 안정적인 길을 택한 스눕 독은 규정할 순 없지만, 독보적이었던 그만의 매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 이전 앨범들의 시작을 알렸던 “Drop it like it’s hot”, “Vato”, 그리고 “Sexual Seduction” 같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득 담은 리드 싱글들과 비교해 이번 앨범의 “Gangsta Luv”는 얼마나 안일한가! 앞의 싱글들은 차트 또한 정복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나마 가족애를 기저에 깔고 있으니 [Malice n wonderland]는 그의 리얼리티쇼 [Snoop dogg’s Fatherhood]의 사운드 트랙 정도로 발매되었어야 했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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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inem (2010-01-04 01:09:06, 221.139.178.**)
- 잘 읽었습니다. 스눕 전작들을 하나도 들어본게 없는 저로서는 이번 앨
범 되게 잘들었습니다 근데 두개반밖에 안주신걸 보니 별로였나보군요^^;
1800, Different Languages, Gansta Luv, Pronto, Upside Down, Luv Drunk, Special 정말 잘 듣고
있습니다 특히 Luv Drunk하고 Special은 진짜 완소트랙들..ㅋㅋ요즘 무한반
복 해서 둘다 아이팟 재생순위 10위권이네요 퍼렐 목소리가 정말..
역시 랩보다 노래하는게 더 좋은거 같아요. 더드림도 작살나구요ㅋㅋ
아 그리고 Outro에서 아내가 맨 마지막에 하는 말이, Piss off인가요?
목소리가 이상해서 다른건 다 알아듣겠는데 Piss off인지 아닌지 불확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