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Wiz Khalifa
Album: O.N.I.F.C
Released: 2012-12-04
Rating:
Reviewer: 예동현









위즈 칼리파(Wiz Khalifa)의 왕성한 창작욕이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앨범의 발매는 생각보다 빠른 것 같다. “Black & Yellow”의 차트 정복과 연이어 터진 앨범과 후속 싱글들의 히트가 작년 초였는데, 말경에는 스눕 독(Snoop Dogg)과 합작앨범, 크루와 자신의 믹스테잎 등등, 올해까지 수많은 작업을 이어왔다. 이런 부지런함은 그에게서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의 가능성을 낮춘 대신에 너무 잦은 노출로 말미암은 부작용을 우려하게 할 만했다. 위즈가 영리한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그동안 그가 다뤄왔던 주제의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쨌건 화끈하고 수준 높은 한방인 “Work Hard, Play Hard”가 플래티넘을 따내면서 그의 히트곡 제조 실력을 의심하기는 어렵지만, 이 앨범은 약간 어중간한 포지션이다. 너무 팝적이었던 지난 앨범에 비해 이 앨범의 사운드는 팝과 힙합 사이에서 제법 무겁게 균형을 잡았으나 전체적으로 조금 단조로운 느낌이 없지 않다. 일생의 히트곡이라 할만한 “Black & Yellow”만한 곡을 다시 뽑아내라는 요구는 무리라 해도 적어도 그가 얼마든지 새로운 방법으로 히트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증명했어야 그를 향한 의심의 시선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랩의 퍼포먼스와 컨텐츠는 인상적인 동시에 걱정을 낳게 한다. 몽롱하게, 때로는 산뜻하게, 어떤 순간은 화려하게 흩어지는 그의 음악 속 대마초 연기가 지난 앨범에서는 의자에 푹 파묻힌 레이드-백(Laid Back)한 이미지로 대표되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태도를 설명하거나 과시하며 일종의 별나지만, 쿨한 록스타/셀레브리티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지난 앨범보다 무거워졌지만, 훨씬 역동적으로 묘사된 위즈의 이미지는 분명 눈에 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그의 이야기가 힙합 장르에서 대단히 익숙한 것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와 약간 비틀어서 날을 세워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에 거기서 비롯한 독특함은 신선도를 잃는 순간 단숨에 평범함으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즈의 캐릭터가 그때그때 큰 변화를 모색하기에는 이미 익숙한 이미지 소스(대마초와 섹스, 돈과 같은)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O.N.I.F.C.]에서 위즈가 보여준 약간의 변화는 그의 기존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어떤 체계를 갖춰 확립시키는 역할은 해냈지만, 의외로 유연함은 부족해 보여 앞으로 그가 극복해야 할 숙제도 남겼다. 반면,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랩-앤-블루스 트랙 “Remember You”의 독특한 바이브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나 사운드의 공간감을 인상적으로 지배하는 “The Plan”은 확실히 그의 미래에 낙관적인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지점을 많이 이야기하긴 했지만, ‘R’ 점수에서 알 수 있듯이 [O.N.I.F.C.]는 전작의 단점을 대충 보완하고, 최근 트렌드를 적당히 버무린 그저 그런 앨범은 아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위즈 칼리파가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진 야심과 고심이 곳곳에 묻어난다. 이번 앨범은 들으면 들을수록 탄탄한 앨범이며, 첫인상의 실망이 만족으로, 다시 감탄으로 바뀔 몇 번의 순간도 제공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즈 칼리파의 [O.N.I.F.C.]는 걸작은 아니더라도 그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가는데 효과적이고 충실한 앨범임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