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Wu-Block
Album: Wu-Block
Released: 2012-11-27
Rating:
Reviewer: 양지훈









우탱 클랜(Wu-Tang Clan)과 디-블락(D-Block, 혹은 The LOX)이 힘을 모은 우-블락(Wu-Block)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드디어 공개됐다. 2011년 말, 우-블락의 탄생을 알리고 행보를 예고한 이후, 1년 만에 완전한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그동안 솔로 앨범 못잖게 사이드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진행해왔던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이하 GFK)의 행적을 고려하면, 또 다른 프로젝트가 등장해도 의아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듯한데, 이번에는 스케일 면에서 기존 프로젝트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만큼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주류에서 점점 멀어지는 집단 간의 결합이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의 만남인 만큼 힙합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기대를 걸어볼 만한 포맷이다.

앨범의 타이틀은 [Wu-Block]이지만, 조금만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우탱의 GFK와 디-블락의 쉭 로우치(Sheek Louch)를 주축으로 하고 양 진영의 멤버들이 조금씩 힘을 보탠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GFK + 쉭 로우치 (+ 게스트)'의 형태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주축이 되는 둘이서 얼마나 훌륭한 조화를 통해 앨범을 이끌어갔는지가 관건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게도 기본 형태에서는 큰 소득이 없다. 앨범 전반에 걸쳐 제이다키스(Jadakiss), 메쏘드 맨(Method Man), 래퀀(Raekwon) 등이 참여하는 'GFK + 쉭 로우치 + 게스트' 형태일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기본 포맷에서는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게스트의 참여 여부에 따라 랩의 흡입력이 갈리는 형국이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hook) 처리에 일가견이 있는 GFK도 웬일인지 이번 앨범에서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친숙한 느낌의 "Stick Up Kids"에 담긴 후렴구는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무뎌진 칼날을 보는 듯하다. 네오 소울의 여왕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보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Drivin' Round"). 양 측의 게스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이다키스와 메쏘드 맨의 랩이 늘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어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이들의 랩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프로덕션도 문제다. 초반부 "Crack Spot Stories"와 "Pour Tha Martini"에서 느껴지는 소울풀한 비트는 차치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탱과 잦은 교류를 하는 프랭크 듀크스(Frank Dukes), 레드 스파이다(Red Spyda), EPMD의 반쪽 에릭 셔먼(Erick Sermon) 등등, 다양한 프로듀서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출사표를 냈지만, 이들은 오히려 킬링 트랙의 부재라는 맹점을 낳았다.

GFK가 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중 [Wu-Block]은 명확하게 '실패'라고 결론짓고 싶다. 찰떡궁합 콤비 래퀀(Raekwon)과 서로의 앨범에서 헌신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속사포 랩의 달인 트라이프(Trife Da God)와 프로젝트처럼 특색이 있는 작품도 아니며, 우-매서커(Wu-Massacre)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디-블락이나 우-탱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조차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GFK와 쉭 로우치 둘 다 100% 힘을 쏟아 붓지 않은 듯한 느낌이 강하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프로덕션에도 문제가 있다. [Wu-Block]보다는 차라리 GFK와 쉭 로우치의 솔로 앨범을 집중적으로 듣는 편이 나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