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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ig Boi - Vicious Lies and Dangerous Rumors
    rhythmer | 2012-12-14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ig Boi
    Album: Vicious Lies and Dangerous Rumors
    Released: 2012-12-11
    Rating:
    Reviewer: 이병주









    큰 흐름을 형성했던 많은 장르 음악들이 필연적으로 거쳐 가는 과정대로 힙합 역시 다양한 변모와 타 장르와 융합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물론, 힙합 음악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와 장르 고유의 작법 등을 들어 그러한 변화는 최근의 유별난 흐름이 아니라며 위의 말에 항변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무슨 음악의 어떤 포션을 따와서 만들었든 ‘힙합’이라는 명칭을 통해서 얻게 되는 이미지가 비교적 간결했던 예전에 비해 지금이 훨씬 복잡해졌다는 이야기다. 과거 모두가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경험했던 힙합 앨범들을 통해 그 구성요소와 특질을 뽑아내 만들었던 틀을 깨고 나가려는 움직임이 더욱 본격적이고 과격화되어가던 시기에 대표적으로 꼽았던 예가 바로 아웃캐스트(Outkast)이다. 그때 시작되었던 빅 보이(Big Boi)의 솔로 커리어는 어느덧 두 번째(혹은 세 번째) 솔로 앨범으로 이어졌다. 서두가 길어진 건, 결국, 여전히 그러한 흐름 안에 이 음반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고, 더불어 ‘어떠어떠한 힙합’, 혹은 ‘힙합에 무엇을 가미했다’는 정도로 규정짓고 이야기를 시작하기엔 다소 복잡한 앨범의 음악들 때문이다.

    전작 [Sir Lucious Left Foot: The Son of Chico Dusty]의 대단한 성과 때문인지 앨범에서 빅 보이는 한결 더 자신만만하다. 더 능글맞아진 가사에 관한 이야기를 떠나서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과 무드를 봐도 그러하다. 무엇보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앨범의 프로덕션은 더욱 실험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실험적이라는 첫인상 뒤로는 흥미롭게도 생소함과 익숙함이라는 이질적인 느낌이 묘하게 뒤섞여 등장하게 된다. 실제로 프로덕션 참여진의 구성적인 특징부터도 그러하다. 초창기 아웃캐스트 시절부터 이어오던 음악적 특징과 동시에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비트의 중심 멜로디와 음원의 활용이 공존하고 있는 것인데, 사실 비트 자체의 특성이 그다지 청자에게 친절하지는 않다. 선명하게 특징을 드러내기보다는 오묘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부수적인 리듬 형성에 몰두하고 있는 앨범의 많은 신스음들을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일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부분은 빅 보이의 돋보이는 랩핑이고, 뚜렷한 멜로디를 살린 보컬이나 랩-싱잉(Rap-Singing) 형태로 이루어진 매력적인 후렴구들이다. 그중에서도 빅 보이 특유의 힘이 넘치고, 리듬의 고삐를 풀었다 쥐었다 하는 랩은 다양한 비트를 동질적이고 균일한 성격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정도의 장악력을 뽐낸다.

    다만, 강력하게 전달되어오는 전체적인 인상을 걷어내고 들여다봤을 때 앨범에서 새롭다고 여겨지는 시도들이 다소 정리가 안 되어 있단 점은 아쉽다. “Objectum Sexuality”와 “Lines”에 대한 비교를 들어 얘기해보자면, 인디 팝 밴드 팬토그램(Phantogram)과 함께한 두 곡 중 기존의 음악적 동료들이 주도권을 쥔 가운데 합류한 밴드 특유의 멜로디 메이킹과 보컬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던 후자가 밴드에게 전체적인 주도권을 넘겨주었던 전자에 비해 훨씬 매력적이며, 설득력 있는 힙합의 변모로 여겨진다. 다양한 방향으로 팔을 뻗친 앨범 안에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킬링 트랙이 없단 점 역시 문제다. 어떤 관점에서든 앨범에서 선뜻 대표곡을 한두 개 꼽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는 싱글컷 되었던 “Mama Told Me”의 역할 역시 모호할 따름이다.

    언급했듯 빅 보이의 자신만만한 자세가 다분히 풍겨 나오는 앨범인데, 그러한 자신감은 앨범이 과거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보게끔 하는 동기를 마련한 동시에 치밀하게 조율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하나의 앨범을 완성하는 데에는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한 면이 있다. 기존에 활용하던 소울과 펑크(Funk)를 비롯해 인디 팝 및 일렉트로니카를 색다른 방식으로 입혀낸 시도나 아무리 세월이 흘렀음에도 뒤처지지 않고 생생한 감동을 전달하는 빅 보이의 랩핑 등이 주는 감상의 재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언급했던 아쉬운 점을 포함하여 너무 산만하게 뻗어 나간 앨범의 시도들은 꽤 새로운 것 같으면서도 정작 뚜렷한 성과로서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했거니와 부여하려던 의미가 너무 많아 정작 아무것도 말하는 게 없는 것과 같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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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정준 (2013-01-11 16:47:53, 61.102.77.***)
      2. 앨범 자켓 자체가 이 앨범의 모든걸 말해주는 것 같네요.
        다양한 색채, 특이함, 그와중에 자신의 모습은 확실하게 드러내는.
      1. sy11987 (2012-12-19 17:27:24, 116.41.170.**)
      2. 들을수록 재밌는 앨범이네요. 아웃캐스트같은 느낌이 살살느껴지는것이.. 역시 big boi가 실망은 시키지 않는듯~
      1. co.wic (2012-12-17 03:19:54, 120.142.209.***)
      2. 비슷한 의견이지만, 저는 빅보이의 이번 시도들이 산만함에 따른 아쉬움보단 흥미로움으로 더 다가오는 거 같아요. 빅보이 앨범이기에 들을 수 있을 트랙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네요. 지난 앨범이 더 단단했다는 데에는 공감합니다.
      1. 양지훈 (2012-12-16 13:13:02, 1.241.228.***)
      2. 자신감 충만이라는 점에 100% 공감~

        산만한 건 사실이지만, 몇몇 곡을 듣고 있으면 작업하는 과정이 무척 재밌었겠구나 싶고, 철철 넘치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기세입니다.

        전작의 완성도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흥미로운 앨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아웃캐스트 시절에 부각되지 못한 재능이 솔로 앨범 두 장에서 다분히 묻어나온다는 점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1. Raaaam (2012-12-14 21:04:00, 27.119.41.***)
      2. ㅋㅋ 이번 리뷰는 진짜 공감가네요 뭔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전작보다는 감흥이 덜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엠피쓰리에서 꾸준히 재생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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