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Pac Div - GMB
    rhythmer | 2012-12-18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Pac Div
    Album: GMB
    Released: 2012-11-27
    Rating:
    Reviewer: 강일권









    라이크(Like), 밉스(Mibbs), 비영(BeYoung)으로 이루어진 웨스트 코스트 출신의 트리오 팩 디브(Pac Div)가 작년에 발표했던 데뷔작 [The Div]는 단연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했다. 올드 스쿨 힙합부터 최신 트렌드가 황금비율로 혼재된 유니크한 스타일의 비트가 가득했고, 인간 관계, 음악 산업 시스템, 섹스, 대마초 등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드러나는 멤버들의 리릭시즘(Lyricism) 또한, 훌륭했다. 그로부터 1년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GMB]에 대한 기대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필자 주: 앨범 타이틀인 ‘GMB’는 멤버 각자의 본명 ‘Gabe’, ‘Mike’, ‘Bryan’의 첫 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전체적인 앨범의 완성도는 번듯하다. 전작의 히어로들인 멤버 라이크, 스위프 디(Swiff D), 디제이 다히(DJ Dahi)가 이번에도 프로덕션의 중역으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치카노 랩 씬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프로스트(Frost)의 아들이자 프로듀서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스쿱 드빌(Scoop DeVille)과 재능 넘치는 듀오 쿨 키즈(The Cool Kids)의 반쪽 척 잉글리쉬(Chuck Inglish) 등이 힘을 보탰다. 

    흥미로운 건 프로덕션 스타일에 따른 곡의 배치다. 본작의 음악은 크게 (그룹의 뿌리인 웨스트 코스트 힙합 바이브를 포함한) 90년대 힙합의 감성을 담은 루핑 기반 트랙과 808 드럼을 비롯한 트렌디한 사운드 소스를 바탕으로 소리를 왜곡하거나 변칙적인 구성을 꾀한 약간의 실험적인 트랙으로 나눌 수 있는데, 팩 디브는 이 곡들을 교차 수록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꾸몄다. 쥐-펑크(G-Funk)의 베이스 라인, 소울풀한 메인 루핑, 은은한 잡음을 곁들인 “The Return” 다음에 808드럼의 건조한 사운드를 한껏 활용하여 리듬 파트만을 부각시킨 “Bank”가 이어지고, 다시 소울풀한 보컬과 멜로디 샘플이 주가 되는 “Truth”가 이어지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구성은 뚜렷한 장점과 단점을 노출한다. 한 곡 건너 달라지는 스타일 덕에 어느 정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산만하게 느껴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앨범이 진행되는 와중에 하이라이트는 중반부에 이르러 연출된다. 재지한 건반과 멜로디컬한 진행, 그리고 랩핑의 차진 조합이 돋보이는 “Can’t Help It”에서 서부의 베테랑 배틀캣(DJ Battlecat)의 토크 박스까지 가미한 미래지향적 웨스트 코스트 바운스 트랙 “Fuck Y’all”을 지나 사운드의 공간을 잔뜩 왜곡시키면서 청자를 기면 상태로 몰고 가는 “Black Acura”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특히, 압권은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의 [Baby Face Killa]를 비롯하여 최근 몇몇 곡을 통해 감각적인 프로덕션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신예 디제이 다히가 만든 “Fuck Y’all”이다. 다히의 그야말로 환상적인 신시사이저 연출과 거기에 맞춘 배틀캣의 절묘한 토크 박스 운용이 기가 막히게 조합한, 본작에서뿐만 아니라 올해 미 힙합 씬에서 발표된 수많은 곡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만한 트랙이다. 이 외에 전형적인 90년대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향이 스며있는 마지막 트랙 “It’s All Love”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세 멤버의 랩핑과 가사적 스킬도 여전히 준수하다. 게스트 맥 밀러(Mac Miller)와 함께 위트 있고 치밀한 라임으로 스웩을 시전하는 “Black Acura”, 은행 강도로 분해서 유머러스한 라임을 곳곳에 흩뿌려놓은 “Bank”, 그들의 고향 로스앤젤레스(LA)에 대한 묘사와 애정을 담은 “The Return” 등은 특히, 주목해서 들어보아야 할 곡들이다.

    비록, 첫 앨범 [The Div]에 비해 구성상 응집력이 떨어지고, 곡 별 완성도의 편차가 보이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팩 디브에게 바라는 음악이 적절하게 담긴 탄탄한 앨범임은 분명하다. 본작을 통해 스스로 ‘넘치는 끼와 신선함을 가진 그룹’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함으로써, 힙합팬의 관심을 다음 앨범까지 잡아두는 것에 성공한 셈이다. 


    3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