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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I. - Trouble Man: Heavy Is the Head
    rhythmer | 2012-12-31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I.
    Album: Trouble Man: Heavy Is the Head
    Released: 2012-12-18
    Rating : 
    Reviewer: 예동현









    힙합 역사를 살펴봐도 티아이(T.I.)만큼 훌륭한 디스코그래피를 가진 뮤지션은 드문 편이다. 이제는 서던 클래식으로 불러도 될만한 [King]과 그에 부족함 없는 장르적/상업적 완성도를 자랑했던 [Paper Trail]이라는 걸출한 앨범 두 장은 아무리 시니컬한 장르 팬이라도 ‘완벽하지는 않다.’ 이상의 비판을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그의 팬들에게는 위의 두 앨범만큼이나 사랑받는 [Trap Muzik]과 전국구 뮤지션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Urban Legend]도 우수한 결과물이었다. 비록, 4장의 앨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앨범들도 나름대로 준수한 앨범이었으며, 각각의 성과를 획득하며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티아이가 스스로 ‘남부의 왕’을 자처했음에도 많은 팬으로부터 반대 대신 지지를 얻었던 이유는 이토록 준수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오면서 축적한 ‘신용’이다. 7장의 앨범 가운데 두 장이 탑 클래스의 완성도와 흥행을 거머쥐며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그는 잠시의 부진은 있어도 딱히 실패는 없었다. 티아이는 차근차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치를 향상시켰다. 커리어를 뒤흔드는 사건을 겪으며 상업적으로도 데뷔 앨범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은 [No Mercy] 이후, 티아이에게는 그의 위상과 신용에 부합하는 앨범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이 앨범은 여러 가지를 증명해야 했다. 그가 여전히 넘버 원 아티스트로서 대중적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지, 혹은 1년 가까운 수감생활을 지낸 지금, 그의 표현력과 독특한 라임 메이킹, 그리고 그 단어를 운반하는 혀의 움직임이 여전히 날카로운지, 또 그가 아직 ‘남부의 왕’인지 말이다.

    연이은 법정 출입과 짧지 않은 수감생활, 전작의 상업적 부진과 같은 일련의 드라마를 겪었던 티아이는 신작 [Trouble Man: Heavy Is The Head]에서 그 드라마를 무시, 혹은 축소하기로 한 것 같다. 사실 지나치게 자기 고백을 통해 인간적 결함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동정과 용서를 호소했던 전작의 메시지 구조와 비교해 볼 때 이 앨범은 너무 뻔뻔하고 거만해 보인다. 그런 자아도취한 센스있는 거물이 티아이의 캐릭터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소 가운데 하나였음은 분명하지만, 이 앨범은 그의 탄탄한 커리어를 뒤흔든 엄청난 사건을 애써 무시하고 전작에서 자신을 미화하는 도구로 사용했던 인간적 성숙을 지워내는 데 중점을 둔 것 같다. 대신 능글맞게 자랑하고, 처절한 이야기를 느긋하게 풀어놓는 티아이 특유의 어조가 다시금 앨범의 중심을 차지한다.

    물론, 그의 드라마들은 앨범의 여러 곡에서 짧게나마 언급이 되긴 하지만, 예전처럼 자신을 적극 변호하거나 용서를 구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전성기처럼 거만한 남부의 왕으로서 ‘이런 일이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돈 많은 부자이며, 애틀랜타의 밤거리를 지배하는 남부의 왕이다.’라고 포효한다. 역시 티아이는 이런 점이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의 이런 태도, 또는 전략이 이 앨범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앨범의 기둥을 이루는 트랩 송에서 그의 라임들은 더없이 멋지지만, 지붕을 이루고 간판이 되는 - 그의 커머셜 커리어를 지탱해준 팝/클럽튠 트랙에서 티아이는 맥 빠진 프로덕션과 중독성이 실종된 송 메이킹, 개성 없는 라임으로 오히려 전작보다 더 밋밋한 선동의 연설을 늘어놓는다. “Go Get It”과 “Ball”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나쁘지 않다.’ 내지는 ‘괜찮다.’ 이상의 호응을 얻기는 어려워 보이고, 아마도 뒤를 이을 팝-랩 트랙인 “Guns And Roses”는 훌륭한 벌스에 비해 뻔하고 맥 빠진 비트와 핑크(Pink)의 파워풀한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비중만 잔뜩 늘린 채 질질 늘어지는 코러스 때문에 “Dead And Gone”과 같은 그의 히트곡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나마 이 앨범이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탄탄함을 넘어 이젠 경지에 오른 랩과 커리어 최고의 트랩 뮤직인 “Trap Back Jumping”이 수록되어있다는 점이다. “Wildside”나 “Hallelujah”와 같은 곡에서 보여준 송 메이킹은 그의 감각에 대한 의심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앨범 [Trouble Man: Heavy Is The Head]은 탁월한 랩 스킬이 약간은 밋밋하고 심심하지만, 나름대로 준수한 완성도를 갖춘 메인스트림 힙합 앨범이다. 그럼에도 앨범에 대한 평가가 야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티아이의 앨범이기 때문이다. 티아이의 정규 솔로 앨범만 7장이나 들어봤지만,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심심했던 앨범은 단 한 장도 없었다. 그는 여전히 남부의 왕이긴 하지만, 이 앨범에서 보이는 그의 왕관은 찬란한 광채대신 칙칙한 때가 묻은 듯,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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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윤정준 (2013-01-01 20:28:43, 61.102.77.***)
      2. Trap Back Jumpin은 정말 Big Shit Poppin의 뒤를 이을 최고의 킬링트랙 같습니다.
        허나 Andre 3000이 참여해서 너무나 기대하게 만든 Sorry는 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다른곡들도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King 이나 Paper Trail 정도의 앨범까지 바란건 아니지만
        차라리 제 기준에서는 Trouble Man 보다는 더 듣고싶은 곡이 많은 No Mercy 가 나은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아쉽네요. T.I. 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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