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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AP Rocky - Long.Live.A$AP
    rhythmer | 2013-01-23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AP Rocky
    Album: Long.Live.A$AP
    Released: 2013-01-15
    Rating:
    Reviewer: 황순욱









    일찌감치 유출되어 말이 많았던 에이샙 라키(A$AP Rocky/*이하 라키)의 첫 정규앨범 [Long.Live.A$AP]이 큰 수정 없이 발표되었다. 사실 이 때문에 관심이 덜하진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실상은 이미 성공의 샴페인을 들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에이샙 몹(A$AP Mob) 크루를 이끌고 싱글 "Peso"와 "Purple Swag"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곧이어 믹스테잎 [LiveLoveA$AP]으로 단숨에 씬의 대안이 되어버린 라키는 특유의 음악성과 하이패션으로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유명인사가 됐다. 사실 이러했던 많은 사례가 거품으로 끝나버리기도 하는데, 그는 데뷔작 [Long.Live.A$AP]에서 확실하게 자신을 어필한다.

    라키는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거기에 과거의 많은 랩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시나리오(어려운 가정환경과 주변상황)를 가지고 있으며, 본명이 대선배 라킴(Rakim)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솔깃한 비화도 있다. 마치 제이-지(Jay-Z)나 피프티 센트(50 Cent)의 자서전을 이을만한 소재다. 하지만 그는 전통주의자가 아니다. 그의 음악은 뉴욕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밝히듯 아웃캐스트(Outkast)나 본 떡스 앤 하모니(The Bone Thugs-n-harmony)의 영향이 커 보이며, 뉴욕과 관련한 특별한 캐릭터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음악적 방향도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드레이크(Drake)에 더 가깝다. 이런 그의 취향이 어떤 식으로 음악에 반영되었는지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Long.Live.A$AP]은 전체적으로 레이드-백(Laid-Back)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같은 스타일의 믹스테잎으로 호평받았기 때문에 쉽게 새로운 형식을 고안하거나, 흔한 트랜드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자기과시를 시작하는 셀프 타이틀의 첫 트랙과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마지막 트랙 "Suddenly"를 들어보면, 이 앨범의 전체적 성격이 어떠한지 대략 그려진다. 느릿한 전자음들은 마치 방향을 잃은 것처럼 떠다니며 분명하기보다는 대체로 모호하다. 여기에 라키의 라임이 그때그때 포인트를 주며 재치를 더하고, 진부한 소재와 그의 캐릭터가 마구 교차하면서 독특한 결과물로 정렬된다. 이것은 상호작용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라키는 첫 싱글 "Goldie"에서 히트-보이(Hit-Boy)가 제공한 맞춤형 비트에 '골드'라는 색상 컨셉트를 활용하여 라임과 뮤직비디오를 설계하였다. 이는 지난 "Purple Swag"에 이어지는 방식으로 그의 스타일리스트로서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불어 "Fashion Killa"에서는 패션브랜드로 라임을 장식하며 자신의 관심사를 알리는데, 라키가 현재 가장 주목받는 패셔니스타라는 점을 상기하면, 아주 적절한 곡이다. 수록곡 대부분은 자기과시와 마약 따위를 주제로 하지만, 그는 "Phoenix"에서 보여주듯 자기성찰적인 부분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또한, 보너스 트랙 "Jodye"에서는 스페이스고스트퍼프(SpaceGhostPurrp)와 그의 레이더 클랜(Raider Klan)과 전면전을 예고하기도 한다. 라키가 단순히 겉멋을 부리는 철없는 스타가 아니라 실제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거리에서 자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는 앨범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제어하며 능력을 발휘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적절한 게스트를 초대한 중반부에 있다. 투 체인즈(2 Chainz)가 후렴구를 통해 흥을 돋우는 "Fuckin' Problems"에서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드레이크(Drake)를 윙맨으로 위트있는 전개를 선보이고, 많은 매체에서 새로운 "Triumph"(Wu-Tang Clan의 곡)라고 일컫는 "1 Train"은 2013년 힙합 올스타전을 보는 느낌이다. 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인 켄드릭 라마, 조이 배드애즈(Joey Bada$$), 옐라울프(YelaWolf), 대니 브라운(Danny Brown),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 그리고 빅 크릿(Big K.R.I.T.)이 참여하여 각자의 장기를 선보이는 이 트랙은 그야말로 최고의 순간이다. 여기에 인기 일렉트로닉 뮤지션 스크릴렉스(Skrillex)가 참여한 "Wild for the Night"는 가장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활기차고 흥겨운 지점으로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앨범의 흐름 속에서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한다.

    가난해서 마약을 팔아야 했고, 누군가에게 위협을 느끼며 지내야 했던 빈곤층 아프리칸-아메리칸(African-American)에게 부의 축적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적인 삶의 목표다. 우리는 쉽게 인생의 목표가 황금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이들처럼 실질적인 위험과 극도의 가난을 경험하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에이샙 라키의 과도한 패션브랜드 타령과 보석, 자동차에 대한 집착은 그의 성장환경에 의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의 지나친 과시욕에서마저 진정성이 느껴진다. [Long.Live.A$AP]이 스웩(Swag) 그 자체로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 여기서 힙합의 전통적인 형식미나 지적 유희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이 쓸쓸한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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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Drizzy (2013-04-23 21:51:32, 211.108.46.***)
      2. 독창성 있고 참신한 사운드에 록키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서 좋았는데 몇몇 트랙 빼고는 전체적으로 좀 루즈한 느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록키 맛깔나는 랩핑은 신나네요ㅎㅎ
      1. 마틴루이더킹주니어 (2013-01-25 13:59:48, 68.180.35.**)
      2. I be that pretty motherf*cka
      1. 버기 (2013-01-23 19:27:41, 1.236.53.**)
      2. 이 앨범 호불호 갈리는것 같던데 너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번 믹텝의 분위기를 계승한점이 맘에 들었어요. 더불어 리뷰써주신 순욱님한테도 감사하다는말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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