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Aaron Neville - My True Story
- rhythmer | 2013-01-29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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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aron Neville
Album: My True Story
Released: 2013-01-22
Rating:
Reviewer: 강일권
세계 대중음악계 속 많은 거장들의 공통점은 바로 베스트앨범과 추억팔이 공연만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걸 온몸으로 거부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새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그들의 행보를 볼 때면, 마음 깊은 곳에서 존경심부터 우러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거장들의 새 결과물이 항상 훌륭한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존경심과 음악적 완성도를 논하는 건 별개니까.그런 의미에서 올해 72세의 노장 알앤비 싱어 아론 네빌(Aaron Neville)의 새 앨범은 명성에 걸맞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아론 네빌의 보컬을 들어본 이라면, (취향상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그 음색과 스타일 면에서 가히 독보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보컬을 바탕으로 네빌은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펼쳤는데(솔로보다는 그룹 ‘네빌 브라더스’의 멤버로서), 그의 보컬은 주로 달콤한 발라드를 비롯한 서정적인 트랙에서 더욱 강한 빛을 발했다. 전작으로부터 무려 7년여 만에 발표된 [My True Story]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바로 이러한 아론 네빌의 보컬이 놓이는 공간이다. 재즈의 명가 블루 노트(Blue Note)에서 발표하는 첫 앨범이기도 한 본작에서 아론 네빌은 이전과 달리 두-왑(Doo-Wop) 사운드가 그득한 공간에서 예의 그 황홀한 보컬을 풀어놓으며 청자의 마음을 앗는다.
무엇보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본작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 난 두 번 놀랐다. 그의 앨범이 이렇게 ‘두-왑 프로젝트’에 대부분을 할애할 줄 예상 못했기 때문에 한 번, 그리고 그의 보컬이 황홀할 정도로 차진 궁합을 보여서 또 한 번. 특유의 미세한 떨림을 지닌 달콤한 음색의 보컬은 그동안 네빌의 커리어를 통틀어 본작에서 가장 소울풀하고 진득한 맛을 품고 있다. 새삼 아론 네빌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Gypsy Woman", 닥 포머스(Doc Pomus/"This Magic Moment"/"True Love") 등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울, 펑크, 블루스 뮤지션들의 음악이 두왑 사운드와 아론 네빌의 보컬을 통해 다시 생명을 부여받는 순간을 목격하는 건 참으로 즐겁다.
그리고 네빌의 성공적인 이번 음악적 변신 뒤에는 역시 두 명의 거장이 존재한다. 블루 노트의 대표인 돈 워즈(Don Was)와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차드(Keith Richards)가 그들이다. 이들은 공동으로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네빌과 함께 이 초기적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을 훌륭하게 구현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키스 리차드는 첫 곡 "Money Honey"를 비롯한 몇 곡에서 직접 기타 연주로 조력하며, 플레이어로서도 활약했다. 재미있는 건 본작을 감상할 때 영화의 몇몇 장면들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네빌의 올드한 감성 풍부한 보컬과 프로덕션의 합이 빚은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다. 물론, 그것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적 공간(이를테면, 미국의 옛 서부의 초원이라든지, 5~60년대 냇가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인 어느 작은 마을이라든지...)이긴 하지만, 살면서 할리우드의 영화를 많이 접해왔다면,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질만한 그런 심상들이다.
재즈 전문이던 블루 노트는 몇 년 전부터 다루는 장르의 폭을 넓혀왔고, 주로 아티스트의 음악적 가치관과 장르적 세계관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레이블을 운영해오고 있다. [My True Story]는 이렇듯 꾸준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역사 깊은 레이블과 알앤비 베테랑 간의 멋진 합작이라 할만하다.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걸작의 홍수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2013년 알앤비 씬의 문을 대선배가 먼저 환하게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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