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tatik Selektah - 100 Proof: The Hangover
- rhythmer | 2010-02-25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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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atik Selektah
Album: 100 Proof: The Hangover
Released : 2010-02-02
Rating :
Reviewer : 예동현
또 나왔다. 여전히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게스트 진용과 함께. 이런 식의 앨범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딱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극히, 정말 지극히, 그야말로 엄청나게 드물다. 이번에도 그럴까? 내 이성은 그렇다고 말한다. 정치인들 거짓말만큼 뻔한 게 이런 류의 앨범 아니더냐? 내 감정은 그래도 날 유혹한다. 게스트를 봐라, 구려도 평타니까 그냥 들어라. 그래서 ‘또’ 들어봤다.이후의 얘기는 이 앨범을 듣는 시간만큼 시간낭비일 테니 최대한 짧게 끝내겠다. 역시나 예상대로 게스트들의 성격을 어느 정도 반영해 비트를 만들고 인맥을 동원해 랩을 올려다 놓았지만, 딱히 인상적인 비트도 없고 게스트들의 랩에서도 큰 열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제목에서 예상 가능한 내용이 피쳐링 MC들의 예상 가능한 가장 평범한 플로우로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의 가장 예상 가능한 비트 플레이 위에 펼쳐진다.
스태틱은 매곡마다 변신을 거듭한다. 릴 페임(Lil Fame)이 되었다가("Do It 2 Death"), 한번은 프리모(DJ Premier)로 변신하더니("Drunk Nights"), 어느 순간엔 2005년쯤의 칸예 웨스트(Kanye West)로 둔갑한다("Life Is Short"). 물론, 스태틱 셀렉타 특유의 냄새와 함께 앨범의 일관성은 유지된다. 그 이유는 그들의 영향 아래 자신의 입김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데, 원형의 창시자가 내놓은 가장 평범한 작품을 어중간하게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하게(혹은 공격적으로) 표현하면, 프로듀서로서 스태틱 셀렉터 최고의 업적은 터매날러지(Termanology)의 발굴이다.
나는 유행에 찌들어 돈 썩는 냄새가 나는 메인스트림 앨범보다 이런 앨범이 오히려 더 힙합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떠올릴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 클래식은 무엇인가? 최근 몇 년간 내가 들어본 힙합 앨범 가운데 과연 정말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앨범이 있기나 했던가? 돈을 향해 달려드는 파리떼 같은 메인스트림 MC들을 팔짱 낀 채 비꼬며, 뒤통수를 후려칠 듯 시늉만 할 뿐, 진정성 어린 고민과 실험의 끝에 나온 완성도 높은 작품이 몇이나 있었던가? 지금도 언더그라운드에는 진정한 뮤지션으로 존중할만한 이들이 많고, 그들은 오늘도 자신이 자라며 들어온 힙합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본작은 그들을 한데 불러모아 아무런 열정 없는 랩을 풀어놓게 하고, 아직도 코어 힙합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은 지지자들을 유혹한다. 과연, 무엇이 순수함이고, 무엇이 상업적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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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학 (2010-02-25 09:25:52, 222.121.211.**)
- 글쎄요. 뭔가 새로운 것들이 바닥나 버리고, 뭘 들어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조심스럽게 들긴 했는데... 저는 씬에서 놀고 있는 음악인들보다는 특정 음악에 질릴 때가 된 것도 같은 제 귀를 탓하는 적이 더 많았습니다. 저는 뭐든지 쉽게 싫증을 내는 편이거든요.
2010년인 지금에 와서도 메인스트림이든 언더그라운드든 그 가운데 낀 무엇이든, 힙합이 잘 돌아가고 있긴 한 건지 잘은 모르겠어요. 매드립과 딜라에게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메인스트림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기를 쓰고 그쪽에서 멀어지려고 발버둥치는 음악인들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음악들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90년대 말에 언더그라운드 붐을 일으키던 수많은 이들은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작년에 나온 Dam-funk의 앨범은 참 신선했어요. 몇몇 이름값 있는 프로듀서들의 스타일로 간단히 뭉뚱그려질 수 있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 '누구누구의 스타일'이 아니라 순전히 '무슨무슨 년대의 스타일'로 여전히 앨범 하나를 꽉꽉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도 했구요. 딜라가 죽은 후 너도 나도 딜라의 흔적만 좇고, 딜라의 뒤를 이을 만한 비트메이커들만 자꾸 언급되는 것 같아서 꽤나 지겹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댐펑크의 앨범은 되게 청량감 있어서 좋았어요. 영미권 인디 rock 씬을 봐도 그렇고, 정말 이 시대의 대세는(혹은 탈출구는) 일렉트로닉-하이브리드(전자짬뽕?)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Statik Selektah의 리뷰 댓글 다는 자리에서 정작 앨범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겠는게, 안 들어봤고 앞으로 들어볼 생각도 딱히 안 들어요. 리뷰를 보아 하니, 이런 류의 앨범은 3년 전에 Marco Polo가 Port Authority 앨범으로 더할 나위 없이 보여준 그런 스타일인 것 같고, 일본에서는 여전히 게스트빨로 들이대는 원프로듀서 앨범들이 많이 나오는 듯하지만 저는 이제 이런 건 못 들어주겠더라구요. 이런 어줍잖은 시도들이 씬을 말라죽이고 있다는 관점에는 조금쯤 동의할 수도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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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th (2010-02-25 01:54:32, 99.237.208.**)
- 「과연, 무엇이 순수함이고, 무엇이 상업적인 것인가?」
특히 마지막 문단이 정말.. 더 이상 공감할 수 없을 정도네요.
요즘 힙합을 못듣겠다는게 이런 의미입니다. 듣기야 듣지만, 다들 뻔해요.
메인스트림의 상업성만이 문제였다면, 언더에 새로운 대안이 있는것처럼 보였다면 그 움직임이 차차 수면위로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죠.
소위 순수하고 크리에이티브하다는 언더에서마저도(신예들마저도) 과거에 성공했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잘 해봐야 그대로 재현하는 '데자뷰' 정도를 목표로 하면서 '힙합을 되살리자'라는 본래 의도와는 정 반대 결과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보이네요.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 뭘해도 그게 그것인 고인 물이 되어 간다는 것. 위나 아래나 차차 썩어가고 있다는게.. 마치 80년대 끝의 헤비메탈을 보는것 같습니다. 단물은 빠질대로 다 빠지고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도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고. 커트 코베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 암흑속의 나날들을.. 힙합도 겪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