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Brotha Lynch Hung - Mannibalector
- rhythmer | 2013-03-02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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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rotha Lynch Hung
Album: Mannibalector
Released: 2013-02-05
Rating:
Reviewer: 강일권
영화 장르 중에 ‘호러영화’가 있듯이 음악 장르 중엔 ‘호러코어(Horrorcore)’라는 게 있다. 힙합의 서브 장르인 호러코어를 추구하는 뮤지션들은 주제와 가사를 통해 공포를 이야기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에 주력하는데, 자살과 살인처럼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내용들은 물론, 사탄주의, 카니발리즘(식인 풍습) 같은 주술적이고 종교적인 부분과 관련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으로 다뤄지는 소재와 묘사의 수위도 여러 가지다. 그런데 워낙 취향을 타는 장르이기 때문에 팬층이 제한적이다 보니 보통 호러코어를 추구하는 뮤지션의 앨범이 메이저에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예외는 있는 법. 간혹 그들의 앨범이 상업적으로도 꽤 쏠쏠한 성과를 올리곤 하는데, 대표적인 호러코어 랩퍼 브라더 린치 헝(Brotha Lynch Hung)은 (비록, 오래전이긴 하지만) 그러한 성공을 맛본 이 중 한 명이다.따지자면, 브라더 린치 헝은 호러코어 힙합의 1세대다. 많은 이가 호러코어를 논할 때 그레이브디거즈(Gravediggaz)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들 이전에 장르의 텃밭을 일군 게 바로 엑스-레이디드(X-Raided), 인새인 클라운 파시(Insane Clown Posse), 그리고 브라더 린치 헝 등이었다(물론,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레이브디거즈의 앨범이 호러코어를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시킨 첫 작품이었으니까.). 특히, 린치 헝은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장르만을 파온 ‘호러코어의 거장’이라 부를만하다. 그러나 꾸준한 작품활동에도 초기 몇 작품 이후, 그의 존재감은 힙합팬들 사이에서조차 거의 잊힌 거나 다름없었다. 특정 팬층만이 열광하는 장르의 특성, (프로덕션적으로) 범작과 졸작 사이를 오가던 앨범들이 치명적인 이유였다. 그러다가 다시금 언더그라운드 힙합팬의 가시권에 들어온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 2009년, 같은 호러코어 베테랑이자 현 인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지배자 테크 나인(Tech N9ne)의 레이블 스트레인지 뮤직(Strange Music)과 손잡으면서부터다.
결과적으로 테크 나인의 스트레인지 뮤직이 추구하는 프로덕션과 린치 헝의 타이트한 랩과 가사의 결합은 음악적으로 더욱 견고한 호러코어 힙합을 탄생시켰다. [Mannibalector]는 연쇄 살인범 ‘Coathanga Strangla’를 컨셉트로 스트레인지 뮤직에서 준비한 석장의 앨범 중 마지막 편이다 –필자 주: 트릴로지의 두 번째 편이었던 [Coathanga Strangla]의 수록곡 중 하나가 “Mannibalector”였다. 그리고 저 유명한 사이코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에서 따온 캐릭터 ‘매니발렉터’로 분한 린치 헝은 이번에도 특유의 불을 뿜는 랩핑을 바탕으로 예의 거침없고 살벌한,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힘이 살아있는 호러코어 랩의 진수를 선사한다. 그는 다수의 트랙에서 식인, 즉, 카니발리즘에 집착하는데, 특히, 린치 헝의 랩이 더욱 탁월하게 느껴지는 때는 단순히 호러스러운 상황을 잘 묘사하는 것에서 나아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힙합 씬의 문제를 그 안으로 끌어오는 순간이다. 결국, 비판의 대상은 자의를 속박당한 채 린치 헝이 연출해놓은 공포영화 속 한 장면에 놓여져 비참한 희생자가 되는데, 그 과정이 백미다. 영화였다면, 긴장감으로 팽팽해진 이 모든 순간을 지켜보다가 마침내 피와 살이 튀고 마는 비주얼적 충격을 견디지 못해 얼굴을 돌리는 이들도 여럿 있겠지만, 여기선 다행스럽게도 그 끔찍한 순간이 감정 충만한 랩 퍼포먼스와 준수한 라임을 만나 (본인처럼 공포 영화를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감흥을 일으킨다. 자신을 식인 악어로 묘사하며 작금의 미 메인스트림 힙합 씬의 트렌드 -이를테면, 스키니 진을 입은 랩퍼들, 점점 보컬에 주도권을 내주는, 또는 보컬 욕심을 내는 랩퍼들 등등- 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Krocadil",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상대를 속속들이 먹어 치우기 전에 인육식사(?) 후, 입 닦을 냅킨 좀 달라’는 천연덕스러운 요구로 시작하는 “Can I Have A Napkin?", 레시피까지 곁들이며 식인을 묘사한 “Meat Cleaver” 등은 그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테크 나인 크루의 앨범을 통해 자주 볼 수 있는 프로듀서 세븐(Seven)이 대부분을 책임진 프로덕션도 훌륭하다. 스트링과 건반을 이용하여 잔뜩 불길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드럼의 질감과 패턴을 곡에 따라 변칙적으로 운용하면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그의 비트들은 이러한 린치 헝의 랩을 더욱 살벌하게 보완해줌과 동시에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고조시키거나 반전시키는 최고의 사운드트랙이다. 특히, 세븐은 상황 연출을 위한 여러 사운드 소스들을 굉장히 잘 활용하는데, 비명 소리를 샘플링하여 비트 속에 기가막히게 버무려낸 두 곡 “MDK”와 "Disappeared" 같은 곡은 발군이다. 여기에 두 신인 프로듀서 논스탑(NonStop)과 액시즈(Axis)가 만든 미드 템포의 곡들이 적당한 위치에서 긴장감을 이완해주고,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극적인 효과를 더하는 스킷까지, 흡사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오디오 호러 드라마를 듣는 느낌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브라더 린치 헝의 음악이 선사하는 진수는 탄탄한 라임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구현되는 잔인무도함만이 아니다. 그 안에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현상을 절묘하게 녹여내는 베테랑의 노련미다. 그리고 [Mannibalector]는 그러한 베테랑 힙합퍼의 노련미와 저력이 빚어낸 근사한 하드고어 힙합 앨범이다. 그의 도륙용 랩이 귀를 파고드는 순간, 청자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면서도 돕지도, 회피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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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y Cry (2013-03-23 01:53:27, 110.70.23.**)
- 이형 궁금한게.. 진짜 먹어봤을까요..ㅜㅡ
곡은 죽이게 나왔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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