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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JD2 - The Colossus
    rhythmer | 2010-03-15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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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RJD2     
    Album: The Colossus
    Released : 2010-01-19
    Rating :  +
    Reviewer : 양지훈






    [Deadringer]로 단번에 수준급 프로듀서의 대열에 합류했던 RJD2가 3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The Colossus]를 접하면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욕심'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다시피 그는 예나 지금이나 하고 싶은 것이 무척 많은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RJD2는 다양한 장르를 버무리는 프로듀서로서 역할을 해내고, 때로는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를 자처하기도 하면서 다방면을 두루 섭렵한다. 독자적으로 설립한 레이블('RJ's Electrical Connections')의 이름을 통해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RJD2가 추구하는 다방면의 창작욕을 '과욕'이라고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가 갖춘 뮤지션으로서 역량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오하이오 주 출신의 이 백인 프로듀서가 들려주는 온갖 소리의 향연은 [The Colossus]에서도 남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혼(horn)의 운용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첫 곡 "Let There Be Horns"를 들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RJD2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곡의 앞 뒤 구성을 달리하여 반전을 주는 작법도 여전하여 가사가 없어도 마치 하나의 스토리를 감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언제나 그래왔듯 앨범 전반에 걸쳐 훵키한 비트와 묵직한 비트가 혼재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RJD2가 어디 가겠냐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변함없는 소리꾼의 컴백이다.

    다만, 싱어-송라이터로서 RJD2의 능력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Since We Last Spoke]부터 서서히 드러내던 보컬리스트의 기질을 [The Third Hand]를 통해 완전히 공개하면서 많은 팬이 우후죽순으로 떨어져 나갔던 2007년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찔함이 가득한데, [The Colossus]에서도 RJD2의 노래는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가창력이나 목소리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곡의 분위기와 노래의 조화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Gypsy Caravan"과 "The Glow"에서 과도한 보컬은 과거의 과오(?)를 떠올리게 한다. 대부분 팬이 그의 사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잠시 배제하더라도, 조화의 미를 스스로 깨뜨리는 RJD2는 여전히 날카로운 비판의 도마 위에서 내려오기 힘들다.

    한편으로는 다시금 힙합적인 요소를 첨가하고 다양한 사운드의 향연을 준비한 RJD2의 모습이 잃어버린 팬심을 되돌려 놓겠다는 의도로 파악되기도 한다. 하지만, "A Son's Cycle"에서의 랩을 [Deadringer]의 게스트 래퍼 재키(Jakki)와 카피라이트(Copywrite)의 그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Small Plans"는 [Deadringer]의 "Chicken-Bone Circuit"에 견줄만한 곡으로 보이나, 역시 제 2의 디제이 섀도우(DJ Shadow)를 발견한 듯했던 신선한 충격에는 크게 못 미친다. 물론, 정점에 달했던 때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나, 단번에 일류 프로듀서의 대열에 오른 그에게 갖게 되는 기대감 때문인지 아쉬운 마음을 감추기는 힘들다.

    함량 미달의 앨범은 아니지만, [The Colossus]는 'RJD2'라는 네임 밸류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다. 무엇보다도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 나갈 양질의 음악을 위해 '싱어-송라이터 RJD2'의 모습은 적당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힙합이건 일렉트로니카건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에 대해서는 당연히 자유로움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유능한 프로듀서 RJD2가 계속해서 기발한 샘플링과 참신한 실험을 메인 테마로 삼고 청자를 사로잡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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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팅하다 (2010-03-25 20:06:17, 58.224.130.**) 삭제하기
      2. 잘 읽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엔 그 미학이 많이 줄어들었던 것 같던데...

        여전히 주축인 건 변함이 없어도,
        무난하게 흐르는 게 평이하게 임팩트는 적어진 건 사실이지 않겠습니까. 앨범 내에서 묵직한 중심이 감소된 거 같아 많이 아쉬웠어요.
        충분히 호불호가 갈리고도 남는...

        불쾌함을 주기보다는 계속 님 댓글과 여러 평들 읽어보고 다양한 관점으로 감상해도 짙게 뭍어나는
        아쉬움은 사실인 거 같아서 한 마디 해보네요.
        너무 기다렸던 앨범인지라.
      1. ㄴㄴ (2010-03-16 13:24:15, 125.137.121.***) 삭제하기
      2. 잘 읽었습니다.
      1. JOLLY (2010-03-16 12:44:12, 210.206.67.**) 삭제하기
      2. 아 역시 RJD2 예상치 못한 감성들.. 놀랍다
        이런 느낌 여전히 많이 들고 하는데..
        저는 리뷰 보면서 보컬문제에 대해 공감한다기 보다는, 나름대로 RJD2만의 색이 무한히 뿜어져나오지만,
        트랙들 자체에서 느껴지는 그 무난함이 계속 아쉬움을 준다고 생각하네요..

        개인적으로는 Third Hand도 진짜 좋게 들었는데, 이번 앨범은 꾸준하게 내는 작업물들 중에서 고만고만하게 넘어가는 트랙들을 꾹꾹 담아낸 느낌이라서
        조금 더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Since We Last Spoke만큼이면 정말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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