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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ilal - A Love Surreal
    rhythmer | 2013-04-03 | 3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ilal
    Album: A Love Surreal
    Released: 2013-02-26
    Rating: 
    Reviewer: 정휴(@huedsoul)









    샤피크 후세인(Shafiq Husayn), 스티브 맥키(Steve McKie) 등과 함께 약 3년간의 작업 끝에 선보인 앨범 [Airtight's Revenge]는 빌랄(Bilal)의 완벽한 부화(
    孵化). 공식적으로 두 번째 앨범이 될 뻔했던 [Love For Sale]의 발매 무산과 더불어 그로 말미암아 생긴 레이블 인터스코프(Interscope)에 대한 묵은 감정까지 겹겹이 쌓여 그를 괴롭히던 껍데기를 보란 듯이 말끔하게 부수고 나왔기 때문이다. 카빈(M1 Carbine) 소총대신 스탠딩마이크를 손에 쥐고 붉은색 커튼을 살짝 들춘 채 세상을 주시하는 모습을 그린 커버아트는 실로 절묘한 설정이었다.[1] 빌랄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확연히 달라졌다. 음악을 통해 자기 내면의 심연을 응시했던 것이다. 그 결과 투박하고 거친 창법과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담은 음반은 평단의 호평을 얻었고, 반대로 데뷔 시절 부드럽고 섬세했던 그를 느낀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흘렀고, 새 앨범 [A Love Surreal]이 나왔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A Love Supreme]과 초현실주의(Surrealism)를 향한 오마주가 드러나는 제목부터, 마치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전시회를 보는 듯한 초의식을 향한 노골적인 커버아트까지, 빌랄의 존재를 되새기기에 충분할 만큼 의미심장하다. 5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진 [A Love Surreal]의 녹음은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와 같은 소울쿼리안(Soulquarians)의 구성원과 전작 [Airtight's Revenge]를 작업할 때 함께 했던 음악인들이 꾸준히 돕고 있었다.

     

    우선 데뷔 시절 빌랄의 모습을 그린 이들에게 본 앨범은 [Airtight's Revenge]에서 느꼈던 당혹스러움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으로 여겨진다. 음악이 비교적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West Side Girl”부터 “Back To Love”로 이어지는 구간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심적 여유를 보이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남녀 간의 솔직하고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노랫말과 소울(Soul) 특유의 연출이 그들을 더욱 열광하게 할만하다.

     

    [A Love Surreal]에서는 탄탄한 소리 구성으로 이루어진 양질의 트랙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앨범에서 가장 싱싱한 질감을 전하는 “Winning Hand”는 정형화된 드럼을 묵직한 베이스라인으로 덮고 토속적인 퍼커션을 덧대어 촘촘하고 견고하게 리듬을 구성하여 기타의 거친 마찰음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마치 수분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를 보송보송하게 말리듯 재지한 건반으로 마무리하는 깔끔함까지 보인다. 긴박한 건반 루프 사이에 기타를 채워주고 꽉 찬 오르간 레가토와 역동적인 드럼 연주로 긴장감을 극대화한 “Climbing”은 마치 한겨울 맨손을 혹한의 대기 중으로 드러낸 듯 차갑다 못해 시리다. 혹자는 노랫말 한 토막으로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2]

     

    “Longing And Waiting”, “The Flow”처럼 [Airtight's Revenge]에서 시도했던 록과 소울의 결합이 본 앨범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건 주목할만하다. 보컬리스트의 탁성과 전자음은 거칠감을 더해 색이 더욱 뚜렷해졌고, 빌랄 특유의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록 밴드를 떠오르게 하는 “Lost For Now”가 매우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느껴진다.

     

    블루지한 기타 울음으로 시작하는 “Astray”는 단연 돋보이는 트랙으로 꼽고 싶다. 슬픔을 담은 가사와 강렬한 기타 리프는 앨범 속 백미라 할 만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마치 갈라(Gradive-Gala)를 잃은 달리의 심정처럼 애틋한 기운이 온 마음을 휘감는다.

     

    [A Love Surreal]에서 빌랄은 사랑과 연관된 이야기로 일관한다. 떠오르는 신예 킹(KING)과 함께 작업한 “Right At The Core”에서 그가 말한 사랑과 전쟁의 예술이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3]과거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I Love You Than You Ever Know”를 부르듯 절규하는 “Slipping Away”, 사랑을 잃고 스스로 현실을 자각하는 노랫말을 담아 정적으로 표현한 “Never Be The Same”, 과거의 아픔으로 말미암아 한층 더 성숙한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내용의 “Butterfly”로 이어지는 구성은 사랑을 통해 느끼는 아픔과 극복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빌랄은 폭넓은 음악적 스펨트럼과 진심을 담은 스토리텔링으로 진일보했다. 레이블 플러그 리서치(Plug Research)로 이적하고서 [Airtight's Revenge]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시도는 [A Love Surreal]을 통해서 뚜렷해진 윤곽을 갖추었다. 그리고 커버아트는 앨범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그의 심리를 투영한다. 이 모든 요소가 이 시대의 소울 음악을 재정의하고 있다. 2013년은 빌랄의 해라고 표현해도 전혀 과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1] 1985년 잡지 에보니(Ebony)는 카빈(M1 Carbine) 소총을 든 채 커틀을 들추고 밖을 주시하는 말콤엑스(Malcolm X)의 사진을 담았다.

    [2] 영화 [Who’s The Man?] 사운드트랙(Soundtrack)에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는 스포큰 워드(Spoken Word) 아티스트 라스트 포잇(The Last Poets)의 작품을 인용해 "Party & Bullshit"이라는 곡을 담았다. 후렴구 ‘Party & Bullshit’은 다른 여러 아티스트들에 의해 인용되기도 했다.

    [3] Right at the core, this is the art of love and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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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Junenee (2013-04-18 18:16:16, 180.69.111.**)
      2. 이거 진짜 너무 좋던데ㅜ
      1. 이경천동지 (2013-04-09 13:34:46, 114.200.231.***)
      2. 들어봐야지
      1. 뮤직쿤 (2013-04-05 22:40:02, 36.39.234.***)
      2. 예전 리드머에서도 좋은 알앤비 소울 앨범들 리뷰를 많이 올리셨던 필자님의
        글이라서 더 기대가 되네요. 꼭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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