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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yatollah – Avant Garde
    rhythmer | 2013-04-16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yatollah
    Album: Avant Garde
    Released: 2013-03-05
    Rating:
    Reviewer: 강일권









    랩을 들어낸 인스트루멘탈 힙합(Instrumental Hip Hop)은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비트의 연금술사들 덕분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꾸준히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인스트루멘탈 힙합 앨범은 크게 샘플 자체와 루핑의 미학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전통적인 작품과 샘플을 비롯한 각종 사운드 소스들과 리듬 파트를 분해하고 비트는 데 주력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나뉜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전자의 경우, 해당 비트메이커가 인스트루멘탈 트랙에만 집중하느냐, 혹은 랩퍼들과도 활발하게 합작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성향이 또 나뉜다는 점이다. 인스트루멘탈 트랙으로만 이루어진 앨범을 발표하는 것에 주력하는 이들의 음악은 멜로디 라인의 연출이 좀 더 풍성하고, 실제 악기 연주가 가미되거나 약간의 변주까지 이루어지곤 하는데,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힙합 프로듀서들과 유럽, 일본 쪽 프로듀서들의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비교해보면, 쉽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 퀸즈 출신의 아야톨라(Ayatollah)는 앞서 언급한 예 중 샘플링을 통한 루핑의 미학, 그것도 4마디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데 정통한 프로듀서다. 모스 데프(Mos Def)“Ms. Fat Booty”“Ms. Fat Booty 2” 외에는 많이 알려진 곡이 별로 없을 만큼 히트 싱글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는 아니지만, 색이 확실한 붐 뱁(Boom Bap) 사운드를 바탕으로 많은 랩퍼의 앨범에 참여하고,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꾸준히 발표해오며, 힙합 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겨왔다. 이번에 발표된 새 앨범 [Avant Garde]에서도 아야톨라의 프로덕션이 지닌 특징과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전히 일체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1988년에 나온 ‘MPC-60 드럼 머신을 고집한다는 사실만 봐도 90년대 힙합이라는 경계 안에서 고유의 사운드에 대한 그의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많은 프로듀서들이 그렇듯 아야톨라 역시 고전 소울과 펑크(Funk) 음악은 중요한 디깅 대상인데, 보컬 일부를 이용하여 하이라이트 구간을 연출하려 하기보다는 짧게 루프를 따와 당대의 질감과 그루브를 살리고, 그 위에 직접 신스 라인을 얹어 비트를 완성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아야톨라 또 하나의 주력 병기 노드 리드 키보드(Nord Lead Keyboard). MPC-6090년대의 소울풀하고 둔탁한 질감을 연출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는 수많은 붐 뱁 류의 힙합 음악 안에서 아야톨라표 붐 뱁을 가르는 역할을 한다. 본작에 수록된 “3 In the Chamber”, “Cheech Wizard”, “In the Park” 등은 아야톨라의 손을 거친 MPC-60과 노드 리드의 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증명하는 곡들이다. –참고로 “3 In the Chamber”는 지난 2008년에 발표된 [DJ Ko Presents: Picture This]라는 앨범에 O.C, 토래(Torae) 등의 랩퍼가 참여한 버전으로 수록됐던 곡이다.   

     

    지금까지의 예술을 변화시키는 일종의 혁신예술을 일컫는 본작의 타이틀 아방가르드는 기존 작곡법을 비틀어 음악 작법의 혁명을 가져온 (더불어 아야톨라의 주력 작법이기도 한) ‘샘플링을 대변하는 단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야톨라는 이 재창조의 영역 안에서 존중하고 인정할만한 행보를 보여온 프로듀서 중 한 명이고, [Avant Garde]는 그 명성에 맞는 비트를 품은 작품이다. 랩이 얹힌 버전으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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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Jay Cry (2013-04-30 01:36:16, 110.70.10.**)
      2. 으어 소개 감사합니다 냉큼 들어봐야지덜덜
      1. 양지훈 (2013-04-20 20:32:34, 1.241.76.***)
      2. 아야톨라가 작정을 하고 인스트루멘탈 힙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하고 작업 착수한 앨범인 것 같습니다. Verbal Assault처럼 익숙한 턴테이블 리릭도 있고, 언젠가 들어보긴 들어봤던 익숙한 소리도 많이 찾을 수 있고요.

        늘 소리 소문 없이 누군가의 앨범에 참여하는 프로듀서였는데 가끔 이렇게 의욕적인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미약하겠지만, 이런 작품을 계기로 인스트루멘탈 힙합의 저변도 좀 더 확대될 수 있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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