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nowgoons, PMD, Sean Strange - Welcome To The Goondox
- rhythmer | 2013-04-23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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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he Goondox
Album: Welcome To The Goondox
Released: 2013-04-09
Rating :
Reviewer: 양지훈
독일계 프로덕션 그룹 스노우군스(Snowgoons)와 언더그라운드 랩퍼 간의 성공적인 조우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들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하며 어느덧 언더그라운드 랩 씬을 달구는 원동력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비니 패즈(Vinnie Paz)가 이끄는 패거리의 일원인 리프 더 로스트 커즈(Reef The Lost Cauze)와 만든 [Your Favorite MC], 노장 듀오 M.O.P.와 합작 [Sparta]는 랩퍼와 프로덕션의 상생이라는 좋은 결과를 이끌면서 스노우군스의 실력을 재증명하는 앨범으로 남게 되었다. 헌데, 랩퍼와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스노우군스의 물량 공세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EPMD의 반쪽인 PMD와 하드코어 랩퍼 션 스트레인지(Sean Strange)까지 포함된 조합이다. 2011년, PMD는 스노우군스가 함께 작업하는 랩퍼의 명단에 소리소문없이 포함되어 있었고, 2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군닥스(The Goondox)라는 이름으로 빛을 보게 됐다.군닥스의 결성은 갑작스럽게 전개된 것도, 뜬금없는 조합도 절대 아니다. 2010년 PMD와 스노우군스가 션 스트레인지의 솔로 앨범 [Street Urchin]에 참여하고, 투어도 동행하며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던 관계의 산물이다. 이듬해인 2011년, 군닥스 프로젝트의 출범을 알린 후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거친 뒤에야 앨범을 완성한 셈이다.
프로덕션을 100% 책임지는 스노우군스의 패턴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 초반에 빠르고 웅장한 비트("Welcome To The Goondox")로 기선을 제압한 후, 소강 상태와 활화산을 수시로 오고 가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M.O.P.의 [Sparta] 앨범과 유사하다. 스노우군스가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의 비트를 살리는 데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만큼, 그들은 이번 앨범에서도 실망을 안기지 않는다. 항상 그랬듯이 스노우군스는 이번 작품에서도 드럼을 비롯한 모든 소스를 버무려 긴장감과 박진감이 가득한 비트를 만들었으며, "New Box", "Bang Out", "Forever (Till The Death)" 등등, 준수한 곡들이 줄을 잇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앨범의 전반적인 흐름은 PMD의 중저음 톤의 랩 + 션 스트레인지의 거친 목소리 + 스노우군스의 비트이다. 그렇다면 랩을 담당하는 PMD와 션 스트레인지의 상태는 어떨까. 얼핏 보기에는 각각 중저음과 하이톤을 보유한 랩퍼가 만났으니 겹치는 면도 없는데다가 선후배 간 화합의 장이라는 의미도 부여하며, 이상적인 조합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최상의 조합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때로는 둘의 랩만이 담긴 곡보다 오히려 "New Box"처럼 스노우군스의 멤버 시그니쳐(Sicknature)가 랩 세션에 가세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느껴지는 경우마저 있으니 말이다. PMD의 정교한 플로우는 EPMD 시절에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나 에릭 셔먼(Erick Sermon)과 주거니 받거니 랩을 하는 모습이 익숙한 우리에게 션 스트레인지라는 새로운 파트너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조합의 적합성을 떠나서 보자면, PMD와 션 스트레인지는 각자의 기량을 확실하게 발휘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나치게 많은 단체곡을 수록하여 역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대여섯 명의 랩퍼들이 줄지어 랩을 하는 형식의 곡이 앨범에 한두 개쯤 포함되는 구성은 하드코어 랩 앨범의 관례 상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본작에는 무려 세 곡이 수록되었다. 무려 10여 명의 랩퍼들이 총출동한 "Raps of the Titans"라는 한 곡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다소 과잉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군닥스는 "Forever (Till The Death)", "Goondox Saints" 등의 곡에서 보스턴, 뉴욕 출신의 랩퍼들을 무더기로 끌어들여 시쳇말로 '떼창'이라 불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패밀리(Hit Squad와 NGP)의 홍보 수단으로써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앨범의 주인공인 PMD와 션 스트레인지의 부각이 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New Box"처럼 시그니쳐만 게스트로 참여하는 곡이 훨씬 낫다.
스노우군스가 최근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잘 나가는 프로덕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수 년 사이 ‘스노우군스 + 랩퍼’ 형식의 앨범이 너무 많이 발매된 상태이다. 지금 다루는 군닥스라는 프로젝트도 앞서 언급한 결점을 제외하고는 괜찮은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스노우군스 스타일의 또 다른 복제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들의 기량은 정점에 올라 있지만, 결국은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될 것이 뻔하기에 언더그라운드 팬들도 슬슬 싫증날 기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뒤도 돌아보며 팀을 재정비하는 자세도 필요한데, 현재 이들에겐 끝을 알 수 없는 계획이 잡혀 있다. 대중의 머릿속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PMD와 영역 확보를 노리는 젊은 랩퍼 션 스트레인지는 이 앨범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스노우군스의 행보는 한 번쯤 고심해봐야 할 때가 도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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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4-01-04 03:22:07, 175.202.126.***)
- 2013년 가장 실망스런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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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훈 (2013-04-24 16:58:45, 1.241.76.***)
- 대부분의 랩 앨범에서 패밀리를 대거 기용한 트랙은 많이 수록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트랙이 많다면 그만큼 주인공의 역량을 보여줄 무대가 좁아지는 셈이니까요.
PMD나 Sean Strange나 둘 다 랩은 참 멋지게 하는데 굳이 그런 패밀리 곡을 많이 넣을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이기도 하고, Snowgoons의 도장 찍듯이 찍어대는 비트도 슬슬 과하다는 느낌이고 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PMD의 실력이 죽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이것이 1968년생 45세 현역 랩퍼의 똥파워니께 보고 배워라 아그들아--- 뭐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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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sslit (2013-04-24 04:18:24, 211.36.136.***)
- 정말 미친듯이 기대했는데 뭔가 아쉬웠던 ㅠㅠ
차라리 트랙 수를 늘려서 아예 대규모 앨범을 만들거나 피쳐링을 줄여서 깔끔하게 했으면 좋았을것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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