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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Havoc - 13
    rhythmer | 2013-06-11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Havoc
    Album: 13
    Released: 2013-05-07
    Rating:
    Reviewer: 강일권









    뉴욕 힙합의 기수 중 한 팀으로 한때 씬을 호령하던 몹 딥(Mobb Deep)의 전성기가 쇠한 이래 정확하게는 [Murda Muzik](1999) 이후- 해복(Havoc)의 커리어는 기나긴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듀오의 앨범이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참패한 것은 물론, 2007년과 2009년에 각각 발표했던 솔로 앨범 두 장 역시 주류는 물론,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외면받을 정도로 떨어진 그의 감각을 재확인시켜줬을 뿐이었다. 게다가 해복이 스스로 야기했던 멤버 프로디지(Prodigy)와 다소 추잡한 비프(실제로는 해복의 일방적인 비난과 폭로) 90년대의 찬란했던 영광에서 비롯된 그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마저 앗아가 버렸다. 비록, 화해와 몹 딥의 재결성이라는 훈훈한 결말에 이르긴 했지만, 이미 무너져버린 해복의 음악적 재능과 아티스트적 면모에 대한 힙합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런 지경에서 발표된 해복의 새 앨범 [13/*필자 주: 앨범 타이틀 ‘13’은 해복의 행운의 숫자다]의 내용물이 예상외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완성도인데다가 아렴풋하게나마 전성기적 몹 딥의 향수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분위기와 사운드는 [The Infamous]가 아닌 [Hell On Earth]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비록, 그때의 걸작이 안긴 매섭도록 차가웠던 감동에 온전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근래 해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는 걸 고려하지 않더라도 본작의 음악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좀처럼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해복의 어둡고 건조한 건반과 드럼 운용이 근 10여년만에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들인 "Gone", "Life We Chose", "Colder Days", "Get Busy", "Tell Me To My Face" 등에서 전해지는 해복 특유의 황폐하고 쓸쓸한 사운드는 본작의 최대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앨범 곳곳에서 느껴지는 이전보다 뚜렷해진 멜로디 라인의 전개와 그동안 해복의 비트에서 예상하기 어려웠던 펑키한 베이스 라인의 “Favorite Rap Stars” 같은 곡이 주는 감흥도 상당하다. 작금의 트렌드를 소극적으로 이식한 리듬 파트와 지루한 전개가 아쉬운 “Eyes Open”만 제외하면, 수록곡들의 흐름도 좋다.

     

    아쉬운 건 랩퍼로서 해복의 역할이다. 몹 딥 시절부터 랩 파트를 대표하는 건 프로디지였지만, 해복의 플로우도 결코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간혹, 몇몇 곡들에서는 프로디지보다 더 타이트한 랩핑을 들려줄 때도 있었는데, 문제는 그의 작사 실력이다. 여전히 많은 하드코어 랩퍼들이 주제로 삼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선전포고 및 마초 스웩을 그 역시 대부분 곡에 할애하고 있다는 점 자체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걸 표현하는 지점에서 그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해복은 몹 딥 시절보다 더 빈약해진 비유와 설정 아래 다소 뻔한 내용과 표현으로 일관하는데, 같은 주제를 자못 거창하게 풀어나가는 게스트 랩퍼들, 이를테면, 로이드 뱅크스(Lloyd Banks)나 로이스 다 파이브나인(Royce da 5'9") 등과 함께한 곡에서는 이러한 단점이 더욱 부각된다. 상호보완적이었던 프로디지가 없는 상황이라 이것이 더 크게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13]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부각되는 작품이다. 일전에 예동현 필자가 SNS에 남긴 감상처럼 조금 더 건조한 베이스 라인과 조금만 더 황량한 사운드였다면좀 더 호들갑을 떨 작품이 되었겠지만, 옛날 QB 사운드를 그리워한 이들에게 당대를 회상하는 계기를 마련할만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어쨌든 해복이 부활했어!’까지는 아닐지라도 해복이 돌아온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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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할로윈1031 (2013-09-23 21:24:15, 175.202.126.***)
      2. life we chose 듣곤 깜작 놀랐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당했으면 해복이 아니겠지?라고 생각이 들었던 ㅋㅋ.
      1. pusha (2013-06-12 01:30:28, 211.201.132.***)
      2. 프로디지는 이제 완전히 맛이갔지만 해벅은 여전히 매력적임.
      1. co.wic (2013-06-11 23:12:20, 210.106.208.***)
      2. 아.. 한때는 제 respect의 중심인 팀이었는데, 기대치가 바닥까지 떨어져 앨범 발매조차 체크하지 않고 있었군요.
        예상외의 호평, 들어봐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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