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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Ludacris - Battle of the Sexes
    rhythmer | 2010-04-14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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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Ludacris     
    Album: Battle of the Sexes
    Released : 2010-03-09
    Rating : 
    Reviewer : 예동현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루다크리스(Ludacris)는 현 세대 랩퍼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인물이다. 아니 어쩌면, 역사상 최고로 손꼽아도 ‘랩 실력’이라는 기준에서 그리 큰 반발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항상 그림자가 있는 법. 최고의 실력을 지녔으며 내놓는 앨범마다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루다크리스이지만, 그의 이름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역시 항상 존재했는데 바로 실력에 부합하는 걸작을 내놓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전작까지 모두 6장의 앨범을 발매했으나 그 시대를 대표할만한 앨범은 딱히 없어 루다크리스는 상업적 성과와 출중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그만큼의 정당한 존경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전작 [Theater Of The Mind] 이후, 약 1년 만에 신작 [Battle Of Sexes]를 들고 다시금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 유쾌한 사나이가 이번엔 어떤 음악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인가? 또 과연, 이번에야말로 그의 명성에 걸맞게 모든 팬이 인정할만한 ‘클래식’을 완성했을까?  

    본작에 대해 또 한가지 언급할 점이 있다. 사실 본작은 루다크리스의 솔로 앨범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DTP 레이블의 여성 멤버인 쇼나와의 합작 앨범이 될 예정이었으나 지금에 와서 그의 솔로 앨범으로 변경되었다. 지난해 연말에 그녀와 내놓은 싱글 “Everybody Drunk As Fuck”의 반응이 좋지 못했고 얼마 후, 그녀가 티-페인(T-Pain)이 운영하는 레이블인 내피 보이 엔터테인먼트(Nappy Boy Ent.)와 계약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무산된 것이다. 떄문에 앨범에서 쇼나의 목소리는 단 3곡에만 수록되어 있으며, 원래 첫 싱글이었던 “Everybody Drunk As Fuck”에서 그녀의 파트는 릴 스크래피(Lil’ Scrappy)의 목소리로 교체되었다. 하지만,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본작의 완성도가 좋았다면, 더없이 훌륭한 선택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지금에 와서 보자면 차라리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약간은 별난 프로젝트 정도로 결론짖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앨범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크레딧을 살펴보니 익숙한 이름보다 생소한 이름들이 더 많다. 물론, 잔뼈가 굵은 베테랑부터 떠오르는 신예까지 골고루 포진한 피쳐링 진용은 예상대로 화려하지만, 프로듀서 진용을 보니 넵튠즈(Neptunes)와 스위즈 빗츠(Swizz beatz), 더 러너스(The Runners) 등을 제외하면 딱히 거물이라 할만한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 약간은 걱정이 앞서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그의 탑 텐 싱글 리스트에 한 줄을 추가해준 “How Low”는 캐나다 출신의 신예 프로듀서 티-마이너스(T-Minus)에게 받은 작품이며, 빅 히트가 예상되는 차기 싱글 “My Chick Is Bad” 역시 시카고 출신의 고참이지만, 그리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레전더리 트랙스터(The Legendary Traxter)의 작품이니까 말이다.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그의 초기 스타일로 돌아간 것처럼 들리는데 최근 메인스트림에서 유행하는 사운드보다는 훨씬 2000년대 초중반의 서던 랩 비트에 가깝다는 점도 본작의 특징이라 하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특징들은 몇몇 싱글에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뿐 앨범 전체를 이끌어나가는데는 다소 힘겹게 들린다. 끈적거리고 늘어지다가도 어깨를 움찔거리게 하는 사운드의 방향에서는 과연, 루다크리스의 색깔이 묻어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힘이 없다. 싱글 컷의 여지가 있는 몇몇 곡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앨범에 구겨넣은듯한 인상이 드는 트랙도 군데군데 보인다. 보통 대작에 참여하는 무명 프로듀서들은 새로운 사운드로 앨범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우가 많았는데, 본작에서는 그들보다 오히려 전 세계에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냈던 거물들이 더 새로운 비트를 제공했다는 점이 루다크리스의 컨트롤 미스를 느끼게끔 한다.

    물론, 랩에서 루다는 명성대로 굉장한 기량을 들려준다. 특히, 앨범의 컨셉트 자체를 ‘성의 대결’로 삼은 만큼 걸쭉한 음담패설을 풀어놓으며 남성팬의 열화와 환호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진실한 사랑을 고백하며 여성팬들의 로맨스 심리를 자극한다. 우선 때로는 화끈하게 때로는 은근하게 성에 대한 여러 가지 고백(?)을 풀어놓는 음담패설유의 트랙들은 언제 들어도 자극적인 만큼 다수가 싱글 컷되었다. 하지만, 게스트의 운용이나 가사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불만족스러운데 아무리 앨범 타이틀이 [Battle Of Sexes]라고 하더라도 너무 직설적인 음담패설이 주를 이룬다. 정말로 화려한 라임과 배꼽을 빼놓는 표현들이 즐비하다지만 접근법 자체가 적지 않은 곡에서 계속 되풀이되다 보니 큰 자극들마저도 나중엔 무덤덤해지게 된다(Akinyele이나 Ghostface의 음담패설들과 루다크리스의 것을 비교해보라). 그러나 이런 불만들은 그의 이번 앨범에 대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너무 거대한 기대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누적된 작은 불만들을 한꺼번에 토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루다크리스에 대한 기대는 너무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루다는 언제나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의 랩은 기술적으로도 완벽하지만, 단순한 기술의 차원을 넘어 목소리가 시작되는 순간 모두의 어깨를 춤추게 하는 어떤 마법의 힘이 있는 듯하다. 물론, 그가 누구도 그의 존재가치를 의심하지 못할만한 걸작으로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는 매우 유쾌하고 지금의 힙합 씬은 너무 뻔해서 팬들은 지겨워한다. 적어도 루다크리스는 자신의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우리가 지루할 틈을 제공하지 않았다. 본작 역시 마찬가지다. 이 앨범이 그를 위대한 뮤지션의 범주에 올려놓을 역할을 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본작이 당신의 귀에 울려 퍼지는 순간만큼은 그의 랩이 거부하지 못할 즐거움을 전달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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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anGelo (2010-06-02 12:44:30, 211.109.150.**) 삭제하기
      2. 저는..

        심지어 한번듣고..

        화가나서 삭제했습니다.

        진짜 루다의 참여곡들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루다의 신보의 기대를 키워온 저에게는..

        정말 화가나는 앨범이더군요..
      1. B2ver (2010-05-10 23:55:41, 123.109.48.**) 삭제하기
      2. 그냥 루다 답다..^^
      1. 부탐보이 (2010-04-20 19:41:07, 118.33.85.***) 삭제하기
      2. 저도 비스트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한번 듣고 나니 절때 손이 안가요
      1. vc231 (2010-04-18 12:56:45, 112.121.30.**) 삭제하기
      2. 피처링한거 치고 안좋은게 없었던 니요가 참여한 트랙마져도

        지루하다고 느껴진다면

        이 앨범이 어느정도로 루즈한지 설명이 될듯
      1. 비스트 (2010-04-17 15:30:33, 118.33.78.**) 삭제하기
      2. 저는 솔직히 좀 부정적입니다..
        How Low 말고는 정말 잔인할 정도로 들을게 없는 앨범이었어요..
        roger that과 bedrock으로 버틴 we are young money보다 더 힘겨운 앨범이었네요..
      1. 버기부하 (2010-04-16 11:13:44, 211.244.171.**) 삭제하기
      2. 굳이 한앨범을 끌고 갈만한 프로젝트 였나 싶어요.
        뭐 어쨌든 합작앨범에서 솔로앨범으로 변경되고 주제의 변화도 없이
        밀고나간다고 했을때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요.

        그래도 루다는 노다웃, 이정도면 선방.
      1. Kiminem (2010-04-15 22:54:01, 58.120.231.***) 삭제하기
      2. 틀린 말은 아닌거 같은데요?
      1. 요츠바랑 (2010-04-15 08:51:17, 180.66.117.**) 삭제하기
      2. 랩을 빼면 도무지 남는게없다


        루다판 멜리스
      1. .... (2010-04-15 02:04:49, 121.144.192.**) 삭제하기
      2.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루다크리스(Ludacris)는 현 세대 랩퍼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인물이다. 아니 어쩌면, 역사상 최고로 손꼽아도 ‘랩 실력’이라는 기준에서 그리 큰 반발은 없을 것이다.

        LMFO
      1. HanFlow (2010-04-15 00:52:02, 211.245.19.***) 삭제하기
      2. my chick bad~ my chick good~
      1. ludicurous (2010-04-14 23:38:28, 134.29.62.***) 삭제하기
      2. 그야말로 앨범에 구겨넣은듯한 인상이 드는 트랙도 군데군데 보인다

        ditto
      1. Kiminem (2010-04-14 22:40:56, 58.120.231.**) 삭제하기
      2. 저에게는 그냥 또 다른 루다의 앨범일 뿐...

        sexting외 몇곡 빼고 건질게 없는 그냥 "또 다른 루다의 앨범"..
      1. bb (2010-04-14 22:16:47, 121.141.102.***) 삭제하기
      2. 대실망임 답습하는기분임
      1. mystiq-joe (2010-04-14 21:31:36, 125.185.123.*) 삭제하기
      2. 전작만큼은 아니더라도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랩 하나는 진짜 명불허전.
      1. mystiq-joe (2010-04-14 21:29:48, 125.185.123.*) 삭제하기
      2. 결론짖는 -> 짓는 이 아닌가요 긁적 2문단 마지막 문장.. 이 맞나 ;;
      1. 김봉현 (2010-04-14 20:12:18, 58.122.222.**) 삭제하기
      2. 싱글컷된 곡들을 듣는 순간 '헐, 커리어 초기로 돌아갔구나'라는 생각.

        그러나 개인적으로 커리어 초기 앨범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고
        앨범 자체의 완성도 역시 그냥 평균치.

        손이 가요 손이 가 해야 하는데 몇 번 듣기도 힘들었음.

        루다크리스의 초기 커리어를 동시대에 경험했냐 안했냐에 따라
        평가가 좀 갈릴 앨범.
      1. 손명환 (2010-04-14 19:58:10, 59.21.190.***) 삭제하기
      2. disaster님 촌철살인의 표현이네요
      1. DiSASTER (2010-04-14 18:55:20, 211.45.56.*) 삭제하기
      2. 2000년대 SOUTH 사운드 위에 걸쭉한 LUDA의 랩.
        마치 막걸리와 홍탁삼합의 조합이랄까요

        환상의 조합이로되
        엄청나게 취향을 타는
        선뜻 손가지 않는
        어느정도의 연륜없인 그 맛을 느끼기 힘든
        배불리 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뭐 그런 앨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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