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J. Cole
Album: Born Sinner
Released: 2013-06-18
Rating:
Reviewer: 예동현









제이 콜(J. Cole)은 자신의 두 번째 정규앨범을 통해 거의 모든 면에서 전작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성장의 폭이 너무 소폭이라 발전된 모습을 확인할 수는 있을지언정, 데뷔 앨범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그에게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기대감을 완전히 충족시켜 주기에는 모자라다. 그 원인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미세한 보완이 있긴 하나, 개성과 강렬함을 상실한 프로듀싱이다.

 

우선 프로덕션의 아쉬움부터 말하고 넘어가자. 본작에서 프로듀서/비트메이커로서 제이 콜의 능력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수록곡들은 앨범의 질을 저하시킬 만큼 나쁜 곡이 없다. 전체적으로 통일된 차분한 톤을 유지하고, 그 일관된 분위기가 단조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신 이 앨범에는 청자의 입을 쩍 벌리게 만들 킬러 트랙도 없다. 노아이디(No I.D.)가 참여한 재즈 어프로치의 트랙 “Let Nas Down”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 가운데 하나이지만, 굉장한 임팩트나 완전무결한 완성도와는 거리가 있다. 믹스테잎 시절까지 포함하면, 결코 짧지만은 않은 제이 콜의 커리어에서 그의 이름을 대표할만한 한 곡이 없다는 점은 안타깝다. “Power Trip”역시 좋은 곡이긴 하지만, 연말에 한 해를 회상할 때 기억에 남을 정도의 대단함은 없다. 훌륭한 가사는 위대한 랩퍼를 만들지만, 위대한 앨범은 훌륭한 비트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큰 강렬함을 주지 못하는 프로덕션에 비해 랩은 확실히 팬들의 기대에 보답한다. 그는 정통파 엠씨이자 리릭시스트로 묘사되지만, 사실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의 뮤지션이다. 갱 얘기를 덜어내고도 충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지성파 로맨티스트처럼 보이지만, 화끈한 음담패설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이야기꾼이다. 랩 자체에서는 제법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지만, 제이 콜의 캐릭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바로 일반적 감성을 지닌 미국 흑인 청년인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묘사하는 부분이다. 마약, 총과 범죄 따위의 주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하지만 언제나 그 가장자리에 있는) 그의 캐릭터는 탁월한 실력과 적극적인 태도 때문에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랩 게임 안에서도 전혀 나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콜은 전반적인 가사에서 대단히 발전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남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나 개인적인 일상과 과거 상황의 단면들을 끄집어내서 흥미롭게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어떤 하나의 주제나 상황으로 시작한 이야기를 점점 큰 이야기로 확장시키는 서술방식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중 과거의 추억-현재의 변호-미래를 향한 선언으로 확장되는 “Let Nas Down”의 서사는 연결이 대단히 자연스럽다. “Villuminati”에서는 다양한 인용을 흥미롭게 사용하면서 디테일한 표현의 재미를 주는가 하면, 비틀린 개인의 내면과 사회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발휘된 “Crooked Smile”의 위로는 공감에서 비롯되는 포근한 감동이 있다. 가끔은 약간 지친 듯 기계적 라임을 만들어내는 구간도 있지만, 이 앨범에서 콜이 거둔 승리는 랩퍼로서 그의 위치를 위대함의 입구까지 데려다 주기에는 충분하다.

 

어쨌든 [Born Sinner]가 좋은 앨범이란 사실은 부정할 필요가 없다. 사소한 단점들은 어디까지나 아쉬움의 영역에 머무를 뿐 콜의 성과에 그림자를 씌울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 랩 게임 전체에 대단한 인상을 남겨주지는 못하더라도 이 앨범의 몇몇 곡들은 확실히 한동안 팬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 차세대 힙합의 선두주자로 곧잘 비교되는 그의 친구이자 경쟁자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거둔 지난해의 영광에 비해 이 앨범이 거둔 결과가 부족함은 있겠지만, 제이 콜은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 [Born Sinner]를 통해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