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Meth, Ghost & Rae - Wu-Massacre
- rhythmer | 2010-04-19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Meth, Ghost & Rae
Album: Wu-Massacre
Released : 2010-03-30
Rating : +
Reviewer : 양지훈
2009년은 우탱 클랜(Wu-Tang Clan)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시기였다. '90년대 초 데뷔 이래 멤버 각자가 우탱의 일원으로서 클랜 활동과 솔로 활동을 병행하며 명맥을 이어왔지만, 세월의 흐름에는 장사가 없는지 때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만큼은 무언가 달랐다. 클랜의 컴필레이션 앨범 [Wu-Tang Chamber Music]은 '90년대식 사운드와 멤버들의 눈부신 랩으로 올드팬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고, '05년부터의 긴 제작 기간을 거쳐 마침내 빛을 보게 된 래퀀(Raekwon)의 4집 [Only Built 4 Cuban Linx... Pt. II]는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우탱의 완연한 부활을 알리는 매개체의 역할을 했다. 또한, 같은 해 7월에는 우탱의 또 다른 주축 메소드 맨(Method Man)의 묵직한 발언이 있었다. 자신이 우탱의 몇몇 멤버와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었으며, "Rae, Ghost and Meth album"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말 그대로 래퀀,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그리고 메소드 맨 삼총사의 프로젝트 앨범을 구상 중이라는 것이다. 래퀀의 4집이 만들어낸 찬란한 불빛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우탱의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Wu-Massacre]라 명명되었다.
'Wu-Massacre'와 'Three The Hard Way'라는 타이틀을 저울질하다 결국, 'Wu-Massacre'라는 제목으로 굳어진 이 프로젝트는 묵직한 제목에 어울리는 마벨 코믹스(Marvel Comics) 작가의 커버 아트워크를 먼저 공개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2010년 3월 말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앨범은 30분 남짓의 매우 짧은 포맷을 취하고 있다. [Only Built 4 Cuban Linx... Pt. II]와 마찬가지로 [Wu-Massacre]에는 제목부터 우탱의 초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곡이 담겨 있는데, "Criminology Part 2.5"와 "Meth vs. Chef Part II"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에만 급급하지 않고 현재의 힙합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곡도 수록했다. "Criminology Part 2.5"와 "Meth vs. Chef Part II"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비트와 불꽃 튀는 랩으로 포문을 여는 앨범은, 때로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명곡 "We're Almost There"를 샘플링한 첫 싱글 "Our Dreams"처럼 경쾌한 분위기로 선회하기도 한다.
한편 앨범은 그간 우탱 패밀리의 비트를 제공해 왔던 몇몇 프로듀서의 실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무대의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한 "Meth vs. Chef Part II"를 비롯하여, "Dangerous"와 "Miranda"는 우탱의 명 프로듀서 매스매틱스(Mathematics)의 손길이 닿은 곡이며, 세 곡 모두 르자가 프로듀싱한 "Our Dreams"의 뒤를 이어 싱글 컷 되었다. 무겁고 음산한 비트, 혹은 래퀀의 옛 앨범처럼 마피아(Mafia)의 분위기를 유도하는 비트를 깔아놓는 데엔 역시 매스매틱스만한 인물이 없는 듯하다. 뉴욕을 기점으로 오랜 기간 이스트코스트의 프로듀서로 활약한 스크램 존스(Scram Jones)도 앨범 후반부 두 곡의 제작에 참여하여, 우탱과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화려한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짧은 러닝 타임이라면 주인공 3총사의 랩만을 듣기도 바쁠 터인데, 어째서 타 우탱 멤버들의 참여가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특히 솔로몬 차일즈(Solomon Childs)와 스트리트라이프(Streetlife)가 참여한 "Smooth Sailing Remix"와 같은 곡의 수록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또한, 삼총사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랩을 귀가 닳도록 듣기 원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이 클 것이다. 정작 세 명이 완벽하게 힘을 합쳐 만든 결과물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2009년을 빛낸 래퀀의 [Only Built 4 Cuban Linx... Pt. II]의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애당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클랜의 컴필레이션 앨범, 래퀀의 신작, 즈자(GZA)의 새 앨범 [Pro Tools]를 들었던 작년 한 해, 나는 우탱의 음악을 즐겨 들어왔던 한 사람으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좋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을 듯했던 대형 프로젝트 [Wu-Massacre]가 가져다 주는 허탈함은 더더욱 크다.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발매 날짜를 늦춰서라도 뼈와 살을 조금씩만 더 붙였다면 보다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수 있었을 법한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작년부터 감지된 우탱의 부활의 날갯짓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번 앨범처럼 기대만 잔뜩 부풀린 앨범이 연이어 등장한다면, 그들의 밝은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양지훈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