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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o.B - The Adventures of Bobby Ray
    rhythmer | 2010-04-27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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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B.o.B     
    Album: The Adventures of Bobby Ray
    Released : 2010-04-27
    Rating : 

    Reviewer : 예동현







    인기 아이돌그룹 2PM의 전 멤버였던 재범이 UCC에서 커버해 유명해진 “Nothin’ On You”가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일 것이다. 덕분에 정규 데뷔 앨범 한 장 없이 B.o.B는 국내 각종 음악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남부 출신의 신인으로서는 드물게 앨범이 한국에 소개되었으니 어쨌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B.o.B와 한국의 인연은 그게 끝이 아니다. B.o.B가 소속한 레이블인 그랜드 허슬(Grand Hustle)은 크라운 제이(Crown J)가 계약했던 남부의 유명 레이블이다. 얼마 전 수감을 마치고 풀려난 랩 슈퍼스타 티아이(T.I.)를 수장으로 영 드로(Young Dro), 빅 컨트리 킹(Big Kuntry King) 등이 소속된 남부 기반의 탄탄한 레코드 레이블로 B.o.B는 창립자인 티아이를 제외하면, 이 레이블에서 데뷔하는 세 번째 솔로 데뷔 뮤지션이 되겠다.

    B.o.B.는 다재다능한 뮤지션이다. 스스로도 밝히듯 그의 음악적 관심사는 힙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소울, 록, 훵크를 비롯해 80년대 음악, 심지어는 두왑까지 상당히 폭넓은 음악적 관심을 가졌다. 더불어 랩뿐만 아니라 노래에도 재능이 있으며, 기타연주도 수준급으로 본 데뷔 앨범에는 그의 다양한 관심과 재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출신지와 레이블의 성격만으로 그의 데뷔 앨범을 일반적인 서던 랩 앨범으로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본작은 힙합을 기반으로 록과 팝, 훵크가 잘 버무려진 하이브리드 랩 앨범이다. 또 하나의 걱정이라면, “Nothin’ On You”의 예상을 뛰어넘는 빅히트로 지나치게 팝적인 앨범이거나, 혹은 새끈한 히트 싱글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성의없는 곡들을 채워 넣고 성급하게 발매한 앨범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앨범을 듣기 전에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런 우려는 CD 커버의 비닐 포장지와 함께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을 것을 추천하는 바이며, 앨범을 이미 들어본 후에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이 느끼는 만족감이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고 느낄 더 큰 즐거움을 확인하기 바란다.

    이미 여러분도 들어봤을 앨범의 대표격인 기분 좋은 러브송 “Nothin’ On You”외에도 B.o.B의 데뷔앨범에는 좋은 곡들이 즐비하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Don’t Let Me Fall”은 이미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트랙으로 록적인 어프로치를 가미한 아름다운 곡으로 B.o.B의 보컬과 랩퍼로서 역량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두 곡만으로도 본작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가능한데 앨범에서 보여주는 그의 음악 세계는 지역색을 반영한 서던 스냅이나 클럽 스타일의 크렁크와는 거리가 멀다. 힙합, 록과 팝, 일렉트로니카와 훵크 등 다양한 장르를 한 곳에 풀어놓고 그때그때 적절히 믹스하는 듯한 그의 음악은 독특하다기보다는 상당히 익숙하고 안정감 있으며 그때그때 부분적인 재치로 순간순간 그 광채가 번뜩인다. 남부 출신의 B.o.B에게서 나오리라 예상했던 바와 일치하는 유일한 곡이라면, 티아이가 참여한 “Bet I” 정도인데 이마저도 비트의 디테일한 운용이나 소스의 구성 등에서 일반적인 서던 랩과는 차별되는 재기 발랄함이 가득하다.

    “Lollipop”, “Whatever U Like”로 차트를 휩쓸었던 프로듀서 짐 존신(Kim Jonsin)이 참여한 역동적인 트랙 “Fame”이나 두 장의 앨범으로 21세기 랩 씬을 대표하는 뮤지션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오른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가 참여한 “Past My Shades”도 훌륭하지만, B.o.B는 그저 정형화된 랩 스타로 남기에는 그 재능이 상당히 버라이어티하다. “The Kids”나 “Magic”에서 들려주는 로큰롤에 대한 애정이나 아예 어쿠스틱 러브 송을 직접 실현하는 “Lovelier Than You”나 그보다 좀 더 거창하게 보컬리스트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Ghost In The Machine”과 같은 트랙들은 그의 욕심이 한 가지에 집중되어 있지 않음을 분명히 드러내는 듯하다. 에미넴(Eminem), 티아이, 루페 피아스코, 패러모어(Paramore)의 헤일리 윌리엄스(Hayley Williams) 등등 쟁쟁한 피쳐링 게스트 진에 비해 프로듀서 진은 짐 존신을 제외하면 여느 메이저 앨범에서 볼 수 있었던 거물급 프로듀서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자신의 이름이 크레딧의 상당 부분을 채운 것도 그의 성향을 충분히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일 것이다.

    어쨌거나 어떤 방식으로 감상하더라도 이 앨범은 이제 갓 21살 먹은 뮤지션의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다. 12개의 정규 트랙들은 어느 한순간도 처짐 없이 고른 완성도와 개별적으로도 탁월한 매력을 뽐낸다. 이 앨범에는 듣기 좋은 노래들이 많지만, 상업적 성공에 몸이 후끈 달아 만든 싸구려의 흔적 대신에 충분한 대중적 공감대와 21살 청년의 재기 발랄함이 느껴진다. 또,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음에도 그것들은 일관적인 형태를 유지하며 잘빠진 모양으로 그저 무늬만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B.o.B.만의 음악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 정말 놀랍다. 그에 대한 기대치는 지난 몇 년간 숙성했지만, 오히려 그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들고 왔다. 바비 레이의 모험은 이제야 비로소 시작이지만 벌써 그와 함께할 다음 모험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다.

    본작에는 빈민가에 대한 처절한 한탄도 없고 범죄에 대한 집착이나 미화도 없다. 힙합에서 총과 마약과 창녀, 스웨거를 걷어내니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앨범이 나왔다. 눈에 잔뜩 힘주고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며 갱스터 흉내를 내기 일쑤인 이 바닥에서 이렇게 힘 빼고도 가볍지 않은 앨범을 만들어 낸 것은 순전히 그의 공이다. 올해 힙합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앨범 가운데 한 장을 아직 어린 신인이 가져왔으니 우리는 마땅히 박수를 보내줘야 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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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aharapapa (2021-03-09 12:58:41, 58.142.77.***)
      2. 최근 중고로 매입했는데, 좋네요.
        2010년까지의 취향에서는 너무 야들야들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등한시? 했었네요.
        그런데, 지금 들으니 저도 많이 바뀌었는가 봅니다. 좋네요.
        여러 사람들이 언급했듯이 don't let me fall이 참 좋습니다.
      1. Drizzy (2012-08-19 01:36:23, 211.108.46.***)
      2. 비오비가 색깔을 확실하게 잡아서 참 좋았던 앨범임
        그리고 무엇보다 랩을 너무 잘해서.. 사기캐릭 맞네요.
      1. 삼겹살 (2010-05-17 00:31:47, 24.4.16.**) 삭제하기
      2. Kim Jonsin

        짐종신이 형을 완전히 한국인으로 만드는...
      1. ㅋㅌㅊㅋㅌㅊ (2010-05-16 14:21:32, 221.138.244.**) 삭제하기
      2. 얘도 좋긴 한데
        솔직히 타이가는 앨범 왜 안나오는지 모르겠다
        믹스테잎만 계속 내던데...
      1. 둥둥 (2010-04-29 18:38:31, 121.167.220.***) 삭제하기
      2. 그랜드 허슬 로스터에는 크라운 제이 올라온 적 단 한번도 없는데
        인터넷 아무리 뒤져봐도 정식 계약 맺었다는 글 본 적도 없고
      1. 1111 (2010-04-29 16:27:13, 124.1.39.**) 삭제하기
      2. 케이난은 예전에도 앨범 냈었는데


        신인이라 하긴 무리임
      1. eddie (2010-04-29 10:09:23, 218.153.201.***) 삭제하기
      2. 애 정말정말 대박 루키인것 같아요
        작년 루키들 중에선 키드 커디를 잴 좋아라했는데
      1. 멜루 (2010-04-28 23:16:04, 221.138.205.***) 삭제하기
      2. 앨범 진짜 좋음.
        엄청난 포텐셜을 지닌 신인이 가볍게 그걸 증명.
      1. Dollo Apollo (2010-04-28 20:08:54, 118.33.78.**) 삭제하기
      2. don't let me fall은 진짜 멋진 곡인듯
      1. Kiminem (2010-04-28 19:32:48, 58.120.231.**) 삭제하기
      2. 네개 정도가 딱 적당한거 같네요 ㅋㅋ

        좋은 신인이 나왔네요..
      1. WU (2010-04-28 19:00:18, 124.56.221.*) 삭제하기
      2. 제가 많이 빼먹었네요 ㅋ
        fashawn도 개인적으론 작년 no.2
        no.1은 무조건 케이난...ㅎㄷㄷ
      1. 손명환 (2010-04-28 18:15:58, 59.21.190.***) 삭제하기
      2. K'naan 추가혀 ㅋ
      1. GhostBustaz (2010-04-28 14:50:41, 112.158.55.**) 삭제하기
      2. Finale 두 추가요~ㅋㅋ
      1. daddy's home (2010-04-28 13:49:02, 121.128.141.***) 삭제하기
      2. Fashawn 추가요~ ㅋㅋ
      1. 룰루랄라 (2010-04-28 11:29:57, 121.171.153.***) 삭제하기
      2. 낫씽온유 빌보드1위찍었던데 ㅎㄷㄷ...
        근데 진짜좋긴하죠.
      1. 독버섯전성시대 (2010-04-28 11:08:01, 122.46.83.***) 삭제하기
      2. 구매욕구가 생길정도로 리뷰가 아주 죽여주네요!

        저도 일단 한장 구매해야겠습니다 ㅎ
      1. ssc508 (2010-04-28 03:29:10, 122.32.69.**) 삭제하기
      2. 평이 정말 좋군요!! 라센 나왔더니 하나 구입해야겠네요 ㅎ 피쳐링진부터 관심을 끌었던 앨범
      1. WU (2010-04-27 23:06:23, 124.56.221.*) 삭제하기
      2. b.o.b
        루페
        제이콜
        드레이크
        hayes
        키드쿠디
        왈레이

        ㅇㅇ
        드레아들도 기대
      1. sx (2010-04-27 21:25:31, 118.40.4.**) 삭제하기
      2. 가끔 주변에서 요즘 힙합씬은 참 들을꺼 없다 이런 소리 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이해가 안됨 뭐 그 이유가 예전 90년대 로우한 힙합,지뻥싸운드 등 골든

        에라의 향수를 그리워하고 그 애정이 깊다거나 지금 씬의 전체적인 대세가 못

        마땅한 이유등 갖가지 파고드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결국 세대는

        바껴도 재능 타고나서 썪히지 않고 잘 활용해주는 신선한 아티스트 들은 끝없

        이 나오기 마련임

        라킴,스눕,엘엘쿨제이 등등 큰형님격인 아티스트들이 포텐 제대로 폭발해줄

        당시에 비해서 지금은 심심치않게 퇴물(?)소리까지 나올 정도지만 드레이크,

        키드쿠디,왈레이,바비레이 등등의 현 시대에도 여전히 프레쉬한 아티스트들은

        계속 나오고있으니깐 결론은 바비레이는 새로운 사기케릭
      1. lys534 (2010-04-27 21:18:42, 121.137.29.***) 삭제하기
      2.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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