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2 Chainz - B.O.A.T.S. II: Me Time
- rhythmer | 2013-09-21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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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2 Chainz
Album: B.O.A.T.S. II: Me Time
Released: 2013-09-09
Rating:
Reviewer: 강일권
2012년을 화려하게 보낸 투 체인즈(2 Chainz)가 한 가지 부족하다 느낀 게 있었다면, 아마도 앨범에 대한 평가였을 것이다. 그는 분명 개성 있는 억양과 플로우, 그리고 감각적인 후렴구 메이킹을 통해 사람들을 흥겹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랩퍼지만, 때때로 호흡이 무너지는 랩핑과 단순하고 진부한 주제를 (너무나도) 단순하고 진부한 라임으로 다루는, 한계 또한, 명확한 랩퍼였기 때문에 음악적인 평이 박할 수밖에 없었다. 힙합 음악 안에서도 다양한 스타일과 세계관이 존재하고, 모든 랩퍼가 리리시스트일 필요도 없지만, 전작의 리뷰에서 거론했던 것처럼 별다른 유희적 장치조차 없이 시종일관 '떨을 피고, 주체할 수 없는 돈 자랑에, 가슴 크고 엉덩이 빵빵한 여자 타령과 가짜 놈들을 쏴버리겠다.’라는 내용만 읊어대는 건 직무유기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전작 [Based on a T.R.U. Story]는 어쨌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투 체인즈는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그 속편을 공개했다.
[B.O.A.T.S. II: #MeTime]의 구성이나 프로덕션의 완성도는 전작과 비슷하다. 트랩 뮤직을 기반으로 하면서 퍼렐(Pharrell Williams)부터 디제이 툼(DJ Toomp)에 이르는 여러 명의 유명 프로듀서 진과 드래이크(Drake)와 릴 웨인(Lil Wayne) 등, 스타 피처링 진이 함께하고 있는 모습도 그대로다. 다만, 전작보다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이번엔 노골적으로 클럽만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 진중한 무드를 살리려 한 인상이 또렷하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날카롭고 자극적인 신스의 운용을 피하고 사운드의 폭을 좀 더 넓히면서 멜로디를 부각하고 무게감, 혹은 웅장함을 연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두 가지 톤의 건반이 분위기를 주도하다가 중·후반부에 이르러 붐 뱁 비트로 변주되며 드라마틱한 연출이 극대화되는 “So We Can Live”는 대표적인 예다. 특히, 10번 트랙 "Beautiful Pain"을 기점으로 이러한 특징은 더욱 부각되며, 이때부터는 리듬 파트의 변화도 도드라진다. 저 옛날 쥬브나일(Juvenile)과 매니 프레쉬(Mannie Fresh) 콤비가 만들어냈던 클럽 송가 “Back That Azz Up”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Used 2”처럼 듣는 재미가 느껴지는 트랙도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투 체인즈의 어느 정도 바람직한(?)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매 곡에서 너무 강하게 억양을 살리려 했던 이전과 달리 몇몇 곡에서는 적당히 힘을 빼고 비트에 맞물려 가는데, 그 덕에 호불호가 갈렸던 그의 플로우에서 특징이 좀 더 잘 살아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변화가 와 닿는 건 가사적 측면이다. 전과 달리 개인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든지 군데군데 웃음보를 터트릴만한 라인들을 박아 넣으며, 작사가로서 재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바람직한 변화가 감지되는 건 아주 적은 부분에서일 뿐이다. 이번에도 투 체인즈는 많은 곡에서 의미 없는 문장의 파편들로 가사를 소비하고 -You a bitch, you a ho, that's just my philosophy(너는 X년, 너는 창녀, 그게 나의 철학)/And I'm known to kick it like the captain of a soccer team(난 축구팀 주장처럼 차는 걸로 유명해)/Billie Jean red leather same color Red Lobster(마이클 잭슨=Billie Jean의 빨간 가죽 재킷은 랍스터와 같은 색깔) 같은 라인을 보라…, 여전히 피처링한 랩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다. 여자 후리기에 대해 과시할 때도(“I Do It”), 지난날의 고난을 회상하고 자신의 철학을 얘기할 때도(“Beautiful Pain”) 그는 센스와 무게감에서 드래이크(Drake)와 메이스(Ma$e)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투 체인즈의 랩퍼로서 존재감은 [B.O.A.T.S. II: Me Time]이 확실히 첫 앨범보다 나아졌음에도 수작의 반열에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다. 또한, 탄탄한 프로덕션이 동반됐지만, “Birthday Song”같은 킬링 트랙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 마디로 음악과 랩 모두 전반적인 질은 올라갔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점이 없다는 게 본작의 맹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앞서 언급했듯이 투 체인즈가 단순히 사람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것 외에 음악적으로도 욕심을 내비치고 있으며, 그 성과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리리시스트가 되진 않더라도 센스 있는 가사의 비중은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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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zzy (2013-09-22 14:36:08, 116.123.236.***)
- 전작보다는 좋게 들었습니다. Used 2 같은 트랙은 투 체인즈 특유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서 좋았고요. 하지만 가사를 듣다 절로 짜증이 나는 건 여전하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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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3-09-22 08:38:21, 175.202.126.**)
- 퍼렐 짱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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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231 (2013-09-22 00:39:57, 61.252.221.***)
- 랩에 있어서 존재감을 보여준 점은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초반부의 웅장한 트랙에서는 확실한 모습...제목만큼이나 너무 전작의 재탕과 장족의 발전을 기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나 아쉽지만 스킵을 부르는 트랙이 적어져서 1집보다 괜찮게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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