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Talib Kweli - Gravitas
- rhythmer | 2014-01-15 | 2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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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alib Kweli
Album: Gravitas
Released: 2013-12-05
Rating:
Reviewer: 지준규
90년대 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블랙 스타(Black Star)의 반쪽이자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의 영원한 본보기인 탈립 콸리(Talib Kweli)는 주류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굳건히 고수하며 커리어를 쌓아왔고, 명실상부한 명장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 사회의식이 담긴 사색적인 가사와 탁월한 표현력, 그리고 흠 잡을 데 없는 플로우는 진정한 거리의 시인으로서 탈립 콸리를 정의하는 대표적인 요소들이며, 이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특히, 블랙 스타나 초창기 리플렉션 이터널(Reflection Eternal) 시절의 감수성과 날카로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4집 [Gutter Rainbows]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음악적 변화는 커리어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그가 지금까지 내어놓은 솔로 앨범들은 모두 기본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지난 5월 발매된 5집 [Prisoner of Conscious]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발매된 6집 [Gravitas] 또한 그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준다.전작에서 컨셔스(Conscious) 랩퍼로만 인식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며, 가사보다는 프로덕션에 집중했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 다시 리릭시즘(Lyricism)을 중시하는 의식 있는 랩퍼로 돌아왔다. 콸리는 여전히 진지하고 의식적이며 순도 높은 공격성을 보이고 있지만, 그 시선을 사회적, 힙합 문화적인 곳에 두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과 그동안의 삶에 대한 반추에 더욱 집중하여 표출하고 있다. 그가 인터뷰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Gravitas]의 주된 내용은 철저하게 탈립 콸리의 이야기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의 이야기들을 정직하게 풀어냄으로써 리스너들에게 더욱 진솔하게 다가가기를 원했고, 그 진솔함은 다채롭고 풍성한 표현과 비유, 수준 높은 묘사능력, 그리고 창조적으로 조합, 배치된 서사 등과 맞물리며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프로덕션 역시 준수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한 발짝 물러서서 탈립 콸리가 수놓는 의식의 흐름을 단단히 지지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게 눈에 띈다. 그럼에도 세련되고 섬세한 터치가 앨범 곳곳에서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다양한 사운드들이 앨범 내내 끊임없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어 비트만 놓고 보더라도 탈립 콸리를 규정짓는 의식적인 가사와 태도 못지않은 매력 포인트가 된다.
앨범은 거대한 질문을 던지며 포문을 연다. 첫 트랙인 “Inner Monologue”는 영국의 유명 작가인 닐 게이먼(Neil Gaiman)의 연설로 시작되는데, 진정한 예술가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것을 지녀야 한다고 역설한다(“Whatever you do, you have one thing that’s unique.”). 그리고 이어지는 탈립 콸리의 이야기 역시 본질을 잃어가는 현 힙합 씬을 언급하며, 랩퍼, 또는 예술가가 지녀야 할 옳은 자세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자기과시와 쾌락주의에 물든 현재의 주류 랩퍼들을 고리타분하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확고한 줏대 없이 남들을 흉내 내는 예술가들의 무의미성, 무가치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리스너들이나 다른 랩퍼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트랙들을 고려한다면, 탈립 콸리 본인에게 던지는 질문에 더 가까우며, 이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첫 트랙에 이어지는 “Demonology”에서는 내면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비유적으로 풀어내면서 그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블루스 기타리스트 게리 클락 주니어(Gary Clark Jr.)의 격렬한 기타 리프가 기반을 닦고 역동적인 드럼과 코러스가 한데 뒤섞여 멋진 조합을 만들어냈으며, 남부의 스타 빅 크릿(Big K.R.I.T.)의 무게감 있는 랩핑까지 가세하여 희열을 더한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The Wormhole”에서 탈립 콸리의 호전적 언사는 최고조에 이르는데, 쉼 없이 변주되는 사운드와 함께 자신과 세계를 휘감고 있는 ('일루미나티'로 대표되는) 여러 음모론들을 직설적으로 비난함과 동시에 그런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자세에 대한 요구를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애비 돕슨(Abby Dobson)의 감동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State of Grace”, 음악계에 발을 들인 이후 이번 앨범을 녹음하기까지 그동안의 음악인생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즉, 이번 앨범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하는 “Rare Portraits”, 휘몰아치는 신스와 강한 비트, 그리고 탈립 콸리의 비음 섞인 플로우가 환상적으로 결합하여 앨범의 무료함을 달래는 “New Leaders”, 그리고 거리의 시인다운 감성적인 가사와 편안한 그루브가 돋보이는 “Lover’s Peak”, 제이 딜라(J Dilla)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Colors Of You”까지 이번 앨범은 주제 측면에서는 전체적인 균일함을 유지하면서도 탈립 콸리 내면의 혼란을 대변하듯 예측 불가능한 사운드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사회에 대한 신랄한 문제의식과 통렬한 비판으로 대변하던 탈립 콸리가 쌓아온 영광이 오늘날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문학적 감수성과 날카로운 가사는 아직까지도 유효하며, 특히, 대표적인 컨셔스 랩퍼로서 의식(Consciousness)은 여전히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만하다. 이번 앨범 역시 탈립 콸리의 깊은 사색과 치열한 고뇌가 가득 담겨 있으며,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열기와 우아하기까지 한 거침은 의식적인 힙합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한 해에 무려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낸 것을 비롯하여 본작에서 한층 개인적이고 성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앞으로 그가 풀어낼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를 부추기는 대목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사회 문제에 맞서기 위해 노력했던 콸리는 지금 잠시 멈추어 자신의 내면과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이렇게 그는 의미 없는 논쟁과 쾌락주의가 반복되는 현 힙합계와는 무관하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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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퍼엔 (2014-01-19 00:03:28, 180.224.166.*)
- 탈립콸리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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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rnel (2014-01-17 02:52:27, 125.133.57.***)
- 아글고 이번에 탈립콸리 클럽인가에서 주문하면 자기 폰에 구매자 연락처가 다 저장되게 해놨다는데... 그걸로 멀할지도 기대되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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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rnel (2014-01-17 02:51:09, 125.133.57.***)
- 이번거 정말 맘에 들었어요. 컨셔스 랩을 위한 컨셔스 랩을 하던 점이 맘에 좀 안들었었는데, 그런 걸 의식해서인지 사회현안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좀 더 추상적이고 일반적이고 철학적인 주제가 되서.. 듣는데도 부담이 없고 예술이라는 것에 더 가까워진듯. 프로덕션도 좋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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