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tep Brothers - Lord Steppington
- rhythmer | 2014-02-08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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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ep Brothers
Album: Lord Steppington
Released: 2014-01-21
Rating:
Reviewer: 양지훈
랩퍼이자 프로듀서인 알케미스트(Alchemist)는 최근 팬들조차 모든 결과물을 섭렵하기 어려울 만큼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와 스노우군스(Snowgoons) 프로덕션을 포함하여 현재 가장 많은 족적을 남기고 있는 선수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요 근래 그의 주력 종목은 솔로 앨범이 아닌 합작이다. 이미 오 노(Oh No), 프로디지(Prodigy of Mobb Deep),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 등과 합작 앨범을 만들었고, 2014년의 첫 파트너는 유년 시절부터 막역한 친구였던 에비던스(Evidence)가 되었다. 이쯤 되면 '단순히 콜라보레이션 디스코그라피를 채우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 허나, 뚜껑을 열어 보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알케미스트와 마찬가지로 랩퍼이자 프로듀서인 에비던스와 함께한 이번 앨범도 '믿고 듣는 ALC표 비트'의 산물이다. "Byron G"를 제외한 모든 곡이 알케미스트의 프로듀스로 이루어졌다. 앨범 전반에 걸쳐 특별히 빠른 BPM 없이 루프에 승부수를 걸었다. 조금 빠른 건반음을 기반으로 하는 "Buzzing Away"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곡이 빠르지 않은 전개를 취한다. '90년대의 랩을 이용한 턴테이블 리릭, 영화 속 대사 등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되, 모든 컴포넌트를 단숨에 버무리기보다는 초반부나 코러스에 따로 배치시키는 작법을 철저하게 고수했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입체감을 주는 드럼 루프로 앨범을 이끌어 가는데, 바로 이것이 알케미스트의 강점이다.
첫 싱글로 낙점됐던 "Step Masters"는 대표적인 우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묵직한 느낌의 루프를 유지하면서도, 'We came here to blow your mind'라는 코러스 끝자락의 단순한 가사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턴테이블 리릭이 돋보인다. 초반부의 "Dr. Kimble"과 두 번째 싱글 트랙인 "Mums in the Garage"도 잘 만든 곡의 대열에 합류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Mums in the Garage"는 게스트인 액션 브론슨의 하이톤 랩과 비트의 궁합이 잘 맞는 편이어서 알케미스트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Draw Something"처럼 곡을 이끌어 가는 소스들의 힘이 너무 빈약한 나머지 공허한 느낌을 주는 트랙은 조금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한 소스가 돋보인다.
한편, 랩에 있어서도 에비던스와 알케미스트는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에비던스는 미스터 슬로우 플로우(Mr. Slow Flow)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번에도 느릿느릿한 랩으로 일관하고, 알케미스트 또한 튀는 모습 없이 차분한 랩을 유지한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긴장감은 없지만, 여전히 청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에비던스의 랩에는 [Cats & Dogs] 시절 만큼 자신감이 붙어 있다. 빠르지는 않지만, 탄탄한 라임 체계를 갖춘 두 주인공의 랩이 조금 지루할지언정, 결코 실망을 안겨주진 않는다. 그리고 액션 브론슨이나 라카(Rakka) 등등, 둘과는 다른 음색과 스타일을 갖춘 게스트들의 랩이 그 지루함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알케미스트의 최근 행보를 바라보면, 이렇게 단기간에 콜라보레이션 앨범을 여러 장 발매하면서도 좀처럼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Lord Steppington]은 최근 발매한 ALC 콜라보레이션 시리즈 중 가장 깔끔한 작품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잘 만들었다. 너무 많은 소스를 소진한 탓에 언젠가 삐걱거릴 시기가 올 것이라는 일부 평론가의 우려는 기우였을 뿐, 아직 그런 시기가 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공간감 넘치는 비트가 가득한 이번 앨범은 그동안 발표한 많은 앨범 중에서도 무척 빼어난 축에 속한다. 최근 알케미스트의 감각은 그 어떤 힙합 프로듀서보다 믿음직하다. [Lord Steppington]은 알케미스트뿐만 아니라 에비던스의 디스코그라피에서도 좋은 음반으로 남을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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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4-02-09 13:51:25, 175.202.126.*)
- 으아.. 기다린지 벌써 한 4년은 된거같네요.
근데 지금도 주문하고 4일째 기다리는 중... 빨리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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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예찬 (2014-02-09 03:14:53, 58.122.242.**)
- 매번 보면서도 개닮았다고 생각하는데 ㅋㅋㅋ Mums in the Garage 좋네요 ㅋㅋㅋ 정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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