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Various Artist
Album: 9th Wonder Presents: Jamla Is the Squad
Released: 2014-01-28
Rating:
Reviewer: 강일권









프루티룹스(FL Studio) 신화를 이룩했던 나인스 원더(9th Wonder)의 행보는 비단 프로듀서로서뿐만 아니라 후진 양성 측면에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솔로 앨범을 비롯하여 여러 랩퍼들과 합작 앨범을 꾸준히 내는 와중에도 독립 레이블을 세우고 신예 발굴에까지 열성적이었고, 그 덕에 우린 랩소디(Rapsody), 쥐큐(GQ) 같은 언더그라운드 유망주를 접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나인스 원더는 비슷한 노선을 걷는 프로듀서들을 규합하여 샘플링 작법에 기반을 둔 소울풀한 프로덕션의 명맥을 더욱 공고히 이어갔다. [Jamla Is the Squad]는 그런 나인스 원더 사단의 현재를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단 본작이 음악적으로 지향하는 바와 타깃의 범위는 아주 명확하다. 크라이시스(Khrysis), 캐쉬(Ka$h), AMP, 에릭 쥐(Eric G)와 함께 나인스 원더가 결성한 프로덕션 팀 더 소울 카운슬(The Soul Council)이 만든 레이드-백(Laid-Back)한 비트들은 옛 소울 넘버를 주요 대상으로 삼은 샘플링 프로덕션 지지자들을 향해 정주행한다. 그러므로 평소 이들의 작업물을 좋아했던 청자들이라면, 이 앨범에서 모듬 초밥을 먹을 때와 같은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비트를 많이 선사한 건 크라이시스다. 곡을 주도하는 서정적인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God Willin'", 특정한 공간 안에 가둬둔 듯한 드럼, 애잔하게 퍼지는 심벌, 의도적으로 삽입한 잡음, 여운을 남기는 멜로디의 악기와 보컬 샘플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Bang", 역시 각종 악기와 보컬 샘플을 탁월하게 조합, 운용한 "Pretty Bird", 디온 워윅(Dionne Warwick)의 "Walk On By"를 샘플링한 동명의 트랙까지, 본작의 하이라이트 대부분은 크라이시스가 만든 곡들이다. 여기에 나인스 원더 역시 팀의 수장으로서 "Betty Shabazz", "Rated Oakland", "At Night" 등등, 관록이 엿보이는 타이트한 프로덕션을 과시한다. 특히, 테디 펜더그라스(Teddy Pendergrass)의 "Love T.K.O."를 샘플링한 "At Night"이 돋보이는데, 여러 곡에 차용되어 익숙한 원곡을 가지고도 샘플 운용의 묘를 통해 식상하지 않게 재탄생시킨 모범적인 예라 할만하다.  

이러한 프로덕션 위에서 랩소디, 쥐큐, 애드투(ADD-2), 헤더 빅토리아(Heather Victoria), 빅 리모(Big Remo) 등등, 나인스 원더의 '잇츠 어 원더풀 뮤직 그룹(IWWMG/필자 주: 앨범 타이틀의 'Jamla'는 본 레이블의 산하 레이블 이름이기도 하다.)' 소속 랩퍼들과 외부로부터 초대된 실력과 이름값을 모두 지닌 베테랑 랩퍼들이 펼치는 랩 레이스도 준수하다. 특히, 랩소디는 훌륭한 메타포와 주제의식을 과시하며, 나인스 원더의 1등 후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더불어 랩퍼들 간의 궁합이나 비트와 어우러짐이 안정적이다 보니 곡 단위 감상뿐만 아니라 앨범 단위 감상으로서 감흥도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 여느 컴필레이션 앨범과 차이점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매끈하고 소울풀한 앨범이다. 소속 랩퍼들을 소개하기보다는 프로덕션, 즉, 레이블의 음악적 지향점을 알리는 데 초점을 둔 느낌이 강하고, 그 덕에 일반적으로 컴필레이션 앨범이 갖는 맹점인 구성미 측면에서도 안정적이다. 오늘날 전통적인 샘플링 작법 트랙의 명맥과 소울풀한 힙합의 기운은 여전히 바람직하게 이어져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