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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Young Fathers - Dead
    rhythmer | 2014-03-06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Young Fathers
    Album: Dead
    Released: 2014-02-04
    Rating:
    Reviewer: 강일권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경계가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두 장르는 매우 격렬하게 서로를 탐했고, 그 결과로 나온 '변종 힙합', 혹은 '변종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은 더 이상 '신선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따르게 됐다. 이전부터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의 결합은 있어왔고 엄연히 '일렉트로 합'이라든지 '일렉트로닉 합' 등의 명칭도 있지만, 근래 등장한 이 계열의 음악들(혹은 뮤지션)을 주저 없이 기존 범주에 넣기에는 그 특징에서부터 예전과 확실하게 차별된다. 음악 소스나 작법적인 부분에서 소극적인 결합이 이루어졌던 전과 달리 지금은 각 장르 고유의 특성이 완전히 허물어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뒤섞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에 몇몇 장르의 결합이 더해지는 경우도 많다 보니 특질을 파악할 수 없는 음악 엑스맨(X-Men)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신선함'이 아니라 '완성도'.

     

    특히, 이러한 계열의 음악들은 일명 힙스터(Hipster)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어왔는데, 2011년 즈음부터는 실험적인 힙합, 알앤비 음악들이 대중음악계에서도 큰 세력으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미겔(Miguel),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 등으로 대표되는 'PBR&B'라든지, 유럽을 기점으로 마니아층을 넓힌 클라우드 랩(Cloud Rap)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음악들의 공통점은 해당 장르의 뿌리를 의심할 정도로 심하게 해체되고 결합된다는 것인데, 여기 스코틀랜드 출신의 힙합 그룹 영 파더스(Young Fathers)의 음악도 그렇다. 두 장의 인상적인 EP 끝에 발표된 이들의 첫 정규 앨범은 커버 아트워크부터 그야말로 힙스터 세계에서 환영받을만한 요소로 꽉 채워져 있다.

     

    영 파더스는 스스로 사이키델릭 힙합 (무려) '보이 밴드(psychedelic hip hop boy band)'라 정의하고 있지만, 이것이 일반적으로 분류하는 (음악성을 진지하게 논하는 것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먼) '보이 밴드'와 같은 의미가 아닐 거라는 건, 극단적인 실험의 선두주자였던 레이블 안티콘(Anticon) 소속이라는 점과 앨범 속 음악들이 대변한다. 힙합, 인더스트리얼, , EDM, 펑크(Funk), 아프리카 전통 음악 등의 요소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속에서 한데 어우러지고, 시종일관 차갑고 불길하며, 몽환적이고 혼란스러운 무드를 자아낸다. 랩에서도 마약, 섹스, 클럽, 자기과시 등의 주제 대신 사회와 시스템 속에서 느끼는 분노와 의혹, 인간관계와 내면에 집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그저 젊은 세대의 그럴듯하면서도 치기 어린 시선이 아니라 상당히 수준 있는 은유와 주제 의식을 표현한다는 점은 이들의 가치를 더욱 높게 한다.

     

    특히, 다국적 멤버(두 명이 라이베리아와 나이지리아 태생) 구성은 단순히 개인의 핏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특징으로 연결되는데, 많은 곡에서 리듬 파트를 아프리카 토속 퍼커션 위주로 구현한다거나, 랩과 보컬에서 아프리칸 특유의 억양과 톤, 주술적인 보컬 라인을 삽입하는 등의 작업이 그것이다. 하모늄(작은 오르간 같은 악기)이 주도하는 왜곡된 악기 사운드와 점점 겹겹이 쌓이고 변주되면서 역동적이 되어가는 리듬 파트가 불협화음을 이루며, 압도적인 감흥을 일으키는 "No Way", -파이(Lo-Fi)한 사운드, 청아한 악기 샘플, 원시적인 비트가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Low", 잔뜩 웅크린 일렉 기타와 단출한 퍼커션이 주도하는 가운데, 성스러운 보컬 라인이 입혀진 범우주적 송가 "Dip" 등은 그러한 특징을 대표함과 동시에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곡들이다
     

    확실히 우리는 이제 두 개의 장르명으로도 정의할 수 없을 '얼터너티브 음악의 보편화' 시대에 살고 있다. 오히려 장르의 전통적인 성질을 고이 간직한 음악이 실험적이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요즘이다. 여기에는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어쨌든 견고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장르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작업물을 접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영 파더스의 [Dead]는 그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며, 오늘날 힙합 음악(혹은 EDM)의 범주가 어디까지 넓혀졌는가를 목격하고 체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예가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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