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habazz Palaces - Lese Majesty
- rhythmer | 2014-08-11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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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habazz Palaces
Album: Lese Majesty
Released: 2014-07-28
Rating:
Reviewer: 지준규
이전에 없던 신선하고 독특한 사운드를 통해 색다른 감흥을 전달하며 음악이 가진 변화의 힘을 생생하게 증명해내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의지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선 부단한 노력과 끝없는 도전 정신은 물론, 음악에 대한 애정 또한 여실히 느껴진다. 최근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 샤바즈 팰러시스(Shabazz Palaces) 역시 자유로운 창조력과 대담한 실험정신을 무기로 그들만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힙합 듀오이다.시애틀 출신의 이스마엘 버틀러(Ishmael Butler aka Palaceer Lazaro)와 텐다이 마레어(Tendai Maraire)로 이루어진 샤바즈 팰러시스는 각자 나름의 탄탄한 음악 경력을 갖고 있던 두 뮤지션이 만난만큼 데뷔 초부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고, 평단과 청중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9년에 발매된 EP [Of Light]와 2011년에 발매된 첫 번째 앨범 [Black Up]에 담긴 그들의 음악에선 기존의 스타일, 또는 관습과 타협을 거부하고 팀 고유의 특성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고집과 음악적 방향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들의 음악은 타이트한 드럼 비트와 굵은 베이스 라인, 혹은 샘플링을 통한 사운드 구성 등, 힙합 특유의 정형화된 요소들을 기본 재료로 삼고 있지만, 그 위에 불길한 기운의 전자음들이 복잡하게 겹쳐지며 기존의 리듬 구조를 뭉개버리고 비정상적으로 변주되는 멜로디 전개가 괴상한 질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심할 정도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음색의 보컬이 더해지며 비주류적인 기발함이 완성된다. 이처럼 괴짜 같은 실험성과 힙합 음악 고유의 매력을 적절하게 버무리면서 독특한 희열을 선사하는 샤바즈 팰러시스의 창의성은 이번 앨범 [Lese Majesty]에서도 여전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장르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운드 구성이나 불협화음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본적인 음악 색깔은 전과 비슷하다. 신비롭게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트랙 “Dawn In Luxor”는 노래 제목에 걸맞은 몽환적인 신스음과 원초적이면서도 자극적인 드럼 비트가 멋지게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기고 그에 이어지는 곡인 “Forerunner Foray” 역시 미묘하게 퍼지는 신시사이저와 이스마엘의 안정적인 래핑, 그리고 피처링한 캐서린(Catherine Harris-White)의 유려한 재즈 보컬이 부드럽게 섞이며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등장하는 곡인 “They Come in Gold”는 샤바즈 팰러시스의 진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기괴한 전자음이 곡의 시작부터 수차례 반복되며 음산한 기운을 점점 고조시키지만, 곧이어 등장하는 둔중한 베이스 라인과 함께 분위기는 한 차례 반전을 이루는데 그 부분부터 곡을 장악하던 장르 파괴적인 색채는 약간 덜 해지고 전통적인 힙합의 영역에 그 일부를 양보한다. 이는 최신 사운드를 수용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으면서도 그들이 뿌리를 두고 있는 힙합의 고유성에 대한 존중과 경의 역시 절대 잊지 않는 가치관을 반영한다. 또 이 곡에서 이스마엘은 타고난 문장력과 서사 구성 능력, 그리고 재치 넘치는 라임을 통해 사운드 못지않은 수준급의 가사를 뱉어낸다. 그들의 가사가 언제나 그러했듯 “They Come in Gold”에 담긴 메시지 역시 난해하고 역설적이며 정답이 아닌 거대한 질문만을 남기지만, 그것이 주는 신선한 충격과 울림이 지닌 매력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외에도 여러 질감의 멜로디들이 희미한 베이스 라인과 한데 뒤엉켜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Noetic Noiromantics”, 또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다채로운 전자음들이 불규칙한 전개를 보이며 샤바즈 팰러시스만의 추상적인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Ishmael”이나 “#CAKE” 등의 곡들 역시 앨범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이번 앨범은 수록된 곡들을 2~4개씩 묶어 총 7개의 부분으로 다시 세분화했는데, 그 각각의 부분은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이어져 있으며, 그 교묘한 차이를 통해 지루함을 덜어내고자 하는 샤바즈 팰러시스의 영리한 시도가 한층 더 깊은 감상을 유도한다.
물론,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혁신적인 사운드를 고집하며 힙합이라는 장르 음악이 가진 틀과 한계를 끊임없이 허물고자 하는 그들의 급진적인 태도가 어떤 이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힙합 팬들이 샤바즈 팰러시스의 음악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들이 거둔 상업적인 성과나 대중의 관심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열광하는 소수의 추종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는 음악을 통해 표출해내는 정서와 감정, 그리고 메시지들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주류의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힙합의 전통성마저 품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선 힙합 뮤지션으로서 자부심은 물론, 음악에 대한 진솔한 사랑마저 절실히 느껴진다. 샤바즈 팰러시스의 이러한 신념이 지속되는 한 팬들은 지지를 절대 거두지 않을 것이며 미래의 힙합을 주도해나갈 아티스트로서 그들의 위상 역시 쉽사리 추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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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4-08-16 00:35:38, 175.202.126.**)
- 예전 한창 언더가 폭발할때 백인mc들 위주로 급진적인 음악들 나올때 참 재밌게들었는데,, 요즘은 이런 아티스트들 음악 제대로 챙기지도못해 참 서글프네요.
진짜 딱 제맘에드는 음악입니다. 감사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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