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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inashe - Aquarius
    rhythmer | 2014-10-12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inashe
    Album: Aquarius
    Released: 2014-10-07
    Rating: 
    Reviewer: 강일권









    근 몇 년 사이 '얼터너티브(Alternative)'라는 용어는 알앤비 음악계에서도 익숙한 키워드가 되었다. 얼터너티브 알앤비(Alt. R&B) 얘기다. '90년대 너바나(Nirvana), 펄 잼(Pearl Jam),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등의 등장과 함께 록계에서 본격적으로 대두된 '얼터너티브' 바람은 실로 대단했는데, 엄밀히 말해서 '얼터너티브 (이하) 장르명'은 특정한 스타일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분류된 서브 장르적 카테고리 안에 넣기 모호한 음악들을 아우르기 위한 또 하나의 장르라고 봐야 한다. 더 구체적으론 상위 장르와 서브 장르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얼터너티브 음악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범주를 정하는 기준이 바뀔 수밖에 없다.

     

    오늘날엔 기성 록의 성향을 벗어났거나 실험적인 시도가 이루어진 모든 록 음악을 일컫기도 하는 얼터너티브 록과 달리 뒤늦게 용어가 대두된 알앤비 씬에서 현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앰비언트 사운드에 기반을 둔 가운데 여러 장르가 변칙적으로 뒤섞인 PBR&B 스타일로 정의되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얼터너티브'에 대한 개념을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올해 가장 기대를 모은 앨범 중 하나였던 티나셰(Tinashe)의 정규 데뷔작 역시 해당 범주의 영향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믹스테입을 통해 티나셰가 드러낸 음악적 방향성은 높아진 기대감 못지않게 우려를 낳았다. 멜랑콜리하고 몽환적이며, 한껏 가라앉은 무드로 대표되는 요즈음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는 비단 장르 씬뿐만 아니라 팝계 전반에 걸쳐 퍼지면서 이제 피로감과 식상함을 동반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비슷한 노선을 걷는 즈네이 아이코(Jhené Aiko)나 씨자(SZA)의 결과물을 바라보는 마음과도 상통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티나셰의 [Aquarius]는 예상대로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침잠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포화상태에 가까운 스타일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관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한다. 예상보다 더 꽉 짜인 구성과 탄탄한 멜로디, 빼어난 보컬의 조합이 너무나도 익숙한 스타일에서 올 지루함을 느낄 겨를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셈인데, 그렇다고 단순히 '잘 만든 결과물이 해답'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디제이 다히(DJ Dahi), 스타게이트(Stargate),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 디테일(Detail),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 보이원다(Boi-1da) 등등, 메인스트림 알앤비/힙합 씬에서 활약 중인 이들부터 전위파 뮤지션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와 일렉트로닉 뮤지션이자 턴테이블리스트 캐시미어 캣(Cashmere Cat)에 이르는 너무 다양한 프로덕션 진은 자칫 산만해질 위험성을 피해가며, 오히려 굉장히 유기적인 흐름을 완성한다. 이는 프로듀서들의 개성이 덜 분출된 것이라기보다 앨범 작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티나셰와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된 덕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 곡 한 곡의 리듬 파트와 신스, 그리고 무드가 끈끈하게 맞물리는 가운데, 매혹적인 멜로디 라인이 뚜렷이 살아나고, 마치 알리야(Aaliyah)와 리한나(Rihanna)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듯한 티나셰의 보컬이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다. 그녀의 보컬은 팝과 소울 어디에서나 최적화가 가능한 음색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흐르면서 과도하지 않게 감정을 끌어올리며, 듣는 이를 완전히 사로잡는다. 이렇게 전곡이 타이트하면서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도 드물다. 재닛 잭슨(Janet Jackson)"Funny How 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을 매개체로 한 훌륭한 오마주 트랙 “How Many Times”에서 곡과 따로 노는 퓨쳐(Future)의 벌스가 옥에 티인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특히, 라디오 에어플레이와 차트를 노리는 싱글들("2 On", "Pretend")까지 앨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동화되는 지점은 [Aquarius]가 얼마나 구성미에 신경을 쓴 작품인지 고스란히 증명한다.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최소 2명 이상의 프로듀서가 협업하고 티나셰 역시 적극 작업에 참여한 덕이다. 예로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 "Rack City"를 연상케 하는 드럼을 깔아 둔 "2 On"은 신스의 운용에서 래칫 뮤직(Ratchet)의 전형성을 피하고, 적절한 보컬 편곡을 통해 장르적인 이질감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90년대 힙합 소울 스타일을 계승한 “Thug Cry”에서의 프로덕션적인 절충과 배치도 탁월하다.  

     

    이 앨범에서 익숙하지 않은 건 없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전반을 휘감는 스타일과 사운드는 이미 힙합, 알앤비, , 일렉트로닉 뮤직 가릴 것 없이 지겹도록 들어온 것이고, 가사적으로 직설과 은유를 적절히 구사하며, 능동적인 태도를 내세우고, 마리화나 같은 소재를 거침없이 담아내는 것 또한 케이 미쉘(K. Michelle), 즈네이 아이코 같은 이들의 앨범에서 접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티나셰와 프로덕션 진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 PBR&B 스타일, 혹은 얼터너티브 알앤비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며, 겉만 번지르르한 클리셰(Cliché) 덩어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작품을 탄생시켰다. 음악성과 상업성이 이렇게 섹슈얼한 동거를 할 수도 있구나 싶다. [Aquarius]가 절묘한 이유가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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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r트모스 (2014-10-14 23:00:33, 125.180.213.***)
      2. 윤정준님 의견에 공감하네요ㅎ

        일단 음색이 유니크해서 곡 안에서 자유자재로 놀 줄 아네요

        좋은 뮤지션 알게해줘서 고맙습니다.
      1. 윤정준 (2014-10-14 12:11:03, 121.143.207.**)
      2. 외모 만큼이나 음악도 뛰어나서 깜짝 놀랐어요.
        치밀하고 탄탄하고 깔끔한 앨범이네요.
      1. 레이니웨이 (2014-10-12 21:06:14, 121.137.29.**)
      2. 저도 Fukka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끝판왕 내지는 종결자 같은 느낌...
      1. Fukka (2014-10-12 18:53:07, 175.223.34.**)
      2. 들어보고 놀랐습니다. 기대 안했는데 즈네아이코나 sza보다 훨씬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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