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T.I. - Paperwork
- rhythmer | 2014-10-31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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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I.
Album: Paperwork
Released: 2014-10-21
Rating:
Reviewer: 예동현
티아이(T.I.)가 '남부의 왕'을 자처한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그것이 팬들로부터 공인받은 것은 명실공히 [King]부터다. 이 앨범에서 티아이는 원래 갖고 있던 폭발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전까지 기복있던 비트 셀렉션 면에서 전체적인 퀄리티를 끌어올리며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고, 그 결과 팬들로부터 애틀랜타 힙합의 왕좌에 앉는 것을 허락받은 것이다. 한편, [Paper Trail]은 그가 지닌 커머셜 파워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전보다 강화된 팝 어프로치에 고급스러운 마감을 더한 이 앨범은 3개의 메가 히트 싱글을 남기며 앨범과 싱글 차트 모두를 정복했다. 그러나 바야흐로 티아이의 시대가 전국적으로 열리려던 그 시점에 사고가 터졌고, 그의 시대는 거짓말처럼 저물었다.랩 스킬이나 가사 부분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지만, 들쭉날쭉한 트랙 간의 편차 때문에 범작이 되어버린 [No Mercy]와 몇몇 임팩트있는 순간을 제외하면 그아먈로 평범했던 전작 [Trouble Man: Heavy In The Game]에 쏟아진 실망과 상업적 실패 탓에 [Paperwork]에 대한 기대치는 2000년대 중반에 비하면 크지 않았다. 그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이번 앨범에서는 전체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다시금 트렌드에 영민하게 대처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버무리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엿보인다. 확실히 전체적인 퀄리티의 평균은 다소 부진했던 이전 두 앨범에 비해 높은 편이다. 더불어 티아이의 기량 또한 여전하며, 세월이 흐른 만큼 무턱대고 센 척하는 랩스타가 아니라 성숙해진 면모가 돋보인다. 때때로 제법 통찰력 있는 시야를 통해 그를 둘러싼 세상을 둘러보다가도 다시금 별 생각 없이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센스 있는 균형 감각도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앨범은 티아이 특유의 폭발력을 상실했다. 제법 탄탄한 앨범을 완성했지만, 강렬한 순간은 크게 줄었고, 티아이의 카리스마는 새로운 세대의 스타들에게 많이 기대거나, 특유의 매력마저도 (이런 표현이 슬프긴 하지만) 더 이상 신선하게 들리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곡을 만드는 능력에 있다. 이미 14년 동안 9장의 앨범을 발표한 베테랑답게 노련하게 곡을 만들어가지만, 많은 곡에서 그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고유의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과거의 성과에 매달리게 된 모습이다.
또한, 다양한 톤과 다채로운 플로우, 완급조절, 모든 것이 완벽하던 전성기에 비해 이 앨범에서 티아이의 플로우는 나쁘지는 않지만, 대체로 일관적이며, 예측 가능하다. 그 때문에 앨범의 몇 안 되는 인상적인 순간에도 돋보이는 것은 티아이가 아니라 게스트들이다. "No Medicore", "About The Money"는 이기 아잘리아(Iggy Azalea)와 영 떡(Young Thug)이 없었다면 시대착오적인 곡이 될 뻔했고, 그나마 시너지를 발휘하며 멋진 곡을 완성한 "New National Anthem"은 사실 "Live Your Life"나 "Dead And Gone"보다는 한참 모자란다. 앨범의 베스트 트랙 가운데 하나지만, "Paperwork"의 뻔한 플로우의 아카펠라를 따서 "Light Em Up"과 갈아 끼워도 대번에 알아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여전히 최상위권의 실력이 있지만, 그의 부재 기간 동안 트렌드는 거듭해서 바뀌었고, 티아이의 카리스마는 그의 센스있는 퍼포먼스와 더불어 상업적 파급력에 힘을 공급받았었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이제 예전만 못한데다가 '남부의 왕'의 통치도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 지금같은 시기에 티아이의 재집권은 완전한 쇄신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 같다. 그가 원래 잘하던 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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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맘바 (2014-11-28 23:59:45, 118.36.243.***)
- 이번 앨범 정말 커리어 최악인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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