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Run The Jewels - Run The Jewels 2
    rhythmer | 2014-11-10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un The Jewels(El-P + Killer Mike)
    Album: Run The Jewels 2
    Released: 2014-10-24
    Rating: 
    Reviewer: 양지훈









    킬러 마이크(Killer Mike)와 엘-(El-P)가 결성한 듀오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 이하 'RTJ')가 돌아왔다. 힙합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두 남자는 그 신선한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1년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완성했다. 그리고 주둔지가 나스(Nas)의 '매스 어필(Mass Appeal)'로 바뀌었지만, 이번에도 무료 디지털 다운로드라는 파격적인 공개 형식을 이어간다.

     

    일단 이들은 RTJ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피엠디(EPMD)를 모티프로 했다는 말에서 보여주듯이 두 남자는 '무겁지 않은 힙합' RTJ의 컨셉트임을 공언해 왔다. 그들은 체인 목걸이를 두르고, 거리를 활보하는 영상을 수시로 제작했다. 당연히 음악적으로도 각자의 솔로 앨범에서 보여준 모습과 차별화를 둔다. -피는 솔로 앨범에서 자주 보여줬던 염세주의자의 느낌을 가급적 배제하려 했고, 킬러 마이크도 정치적 이야기나 사회의 문제점을 날 선 느낌으로 비판하던 모습에서 탈피해 다른 이야기에 더 치중하는 편이다. 워드플레이가 난무하고, 욕설을 귀가 닳도록 들려주는데, 누군가 말한 '허풍선이 랩'이라는 수식어가 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를 잘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곡이자 가장 흥미로운 곡 중 하나가 "Love Again (Akinyele Back)"이다. 노골적인 섹스 이야기로 점철된 이 곡은 포르노 컨텐츠 랩의 제왕 아킨옐리(Akinyele)를 제목에 소환하고, 그의 명곡 "Put It In Your Mouth"의 가사를 인용한 후렴구부터 재미를 주는데, 무엇보다 여성 랩퍼 갱스타 부(Gangsta Boo)의 참여가 백미다. 그녀가 두 멤버의 질펀한 이야기에 대응하며, 같은 수위로 여성의 입장에서 뱉은 마지막 벌스는 곡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전복시키는 쾌감을 안김과 동시에 이 곡을 기존의 뻔한 남성 위주 섹스 트랙과 다른 지점에 올려놓았다.

     

    랩과 마찬가지로 비트도 전작과 비슷한 노선을 따른다. '80 ~ '90년대 힙합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EPMD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해서 RTJ100퍼센트 붐-(Boom-Bap) 힙합을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피는 이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가진 프로듀서로서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괴력을 발휘한다. 데피니티브 젹스(Definitive Jux) 레이블 초기 시절, -피의 주된 무기였던 폭발하는 파열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앱스트랙 힙합(Abstract Hiphop)으로 언더그라운드의 최전선에 섰던 시절처럼 난해하지도 않다. -피의 장기인 자연스러운 비트 전환의 효과를 잘 살린 곡("Oh My Darling Don't Cry")이 있는가 하면, 영화 [샤프트, Shaft] OST의 색소폰 샘플로 곡의 흐름을 주도한 곡도 있다("Jeopardy"). 그루브를 잘 살리는 것을 RTJ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생각한 만큼, 이를 위해 각종 소스를 효과적으로 버무린 흔적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피는 참신한 그루브를 만들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듯한데, 그 고민을 가장 말끔하게 해결한 궁극의 트랙은 "All Due Respect"이다.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를 게스트로 초대하여 박진감 넘치고 전환이 빠른 비트와 스피디한 랩을 모조리 담은 이 곡은 드럼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실린 킬러 마이크와 엘-피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랩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의 랩은 남성적인 컨셉트에 충실하여, 초장부터 욕을 내뱉고 시작하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더불어 잭 드 라 로차(Zack De La Rocha)가 초반과 후반에 힘을 실어준 "Close Your Eyes"는 랩의 조합이 잘된 곡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정박에 능한 킬러 마이크의 랩은 시종일관 견고함을 유지하면서 앨범의 완성도를 다진다.

     

    트랩 뮤직(Trap Music)이 힙합계를 강타하는 와중에 이렇게 색다른 방식으로 그루브를 제공하는 RTJ의 행보가 그저 대단하게 느껴 질 따름이다. (정식 CD 발매와 투어 활동은 당연히 진행하지만) 계속해서 무료 디지털 음원을 공개하는 이들의 자세도 놀랍지만, 그 내용물은 더욱 놀랍다. 특히, 재미있는 힙합을 하겠다는 이들의 기획 의도가 두 앨범에 걸쳐 청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다. 더 이상 무슨 칭찬이 필요하랴. 2014년 힙합 앨범 중 가장 참신한 그루브를 가진 앨범을 논한다면 이 앨범을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한다. 올해의 랩 듀오를 거론할 때에도 이들은 당연히 가장 높은 순위권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은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http://www.runthejewels.net/

    12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euronymous (2014-11-13 15:10:50, 14.37.185.**)
      2. el-p의 오랜 팬이지만
        킬러마잌과 함께 한 결과물들은 죄다 실망만 안겨주었음.
        이제 사운드와 프로덕션이라는 측면에서의 혁신은 힙합씬에서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돼 버린 게 아닐까 싶음. 어디를 봐도 재탕임. 그래도 el-p만큼은 한결같을 줄 알았건만 그 옛날 hi-tek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함.
        컴패니 플로우와 el-p 솔로작들이나 들어야겠다.
      1. 윤정준 (2014-11-10 19:50:11, 61.102.87.***)
      2. real rap shit...!
      1. blanq (2014-11-10 19:35:59, 114.206.197.***)
      2. 정말 듣고 깜짝놀랏습니다 대단하단말밖에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