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Chris Webby - Chemically Imbalanced
- rhythmer | 2014-11-18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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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hris Webby
Album: Chemically Imbalanced
Released: 2014-10-27
Rating:Rating:
Reviewer: 지준규
랩퍼들에게 진솔함은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내면의 생각이나 사상을 정제된 언어를 통해 직설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해내는 래퍼들의 가사에서 사람들은 희열과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암울하고 억압적인 현실에 대한 울분과 저항의 메시지가 힙합 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이는 단지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 랩 또는 힙합의 부분적 특성이었을 뿐이다. 이젠 철저하게 자기 고백에 집중하는 래퍼들도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데뷔 앨범을 발매한 크리스 웨비(Chris Webby) 역시 거리낌 없는 솔직한 언사와 자유분방한 태도를 통해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신예 래퍼이다.미국 코네티컷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만성 질병인 주의력 결핍 장애(ADD)로 고생했으며 비교적 최근까지도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게다가 대학 시절 마약 범죄에 연루되어 실형을 선고받고 한동안 수감되기도 했던 그는 이 같은 인생 역정과 온갖 경험들을 랩으로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대학에서 퇴학 처리 된 이후 본격적으로 힙합 음악계에 발을 디딘 웨비는 2009년 첫 믹스테잎 [The White Noise LP]를 발매할 때부터 뛰어난 수준의 가사와 래핑으로 주목받았다. 현란한 라임과 다채로운 언어들을 적절히 활용해 순탄치만은 않았던 삶을 고스란히 재현해내는 그의 가사가 많은 이들의 흥미를 자아냈고, 보컬 톤을 자연스럽게 바꿔가며 진지함과 익살스러움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플로우 역시 어떠한 분위기의 비트와도 잘 어우러지며 흡입력을 발휘했다. 이후로 이어진 행보들 또한 그 특유의 매력적인 래핑과 빼어난 작사 실력으로 매번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그의 첫 정규 앨범 [Chemically Imbalanced]에도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이들에 대한 감사와 경의가 담긴 오프닝 트랙 “Nice 2 Be Back”에서 크리스 웨비는 모순 가득한 주류 음악 시장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미래 힙합 씬을 전망한다. 그리고 이는 에이케이(AK)의 날카로운 비트와 멋지게 어우러지며 한층 더 성숙해진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앨범의 강렬한 시작을 알린다. 이어지는 곡인 “So Eazy”에선 크리스 웨비만의 재기발랄함을 엿볼 수 있다. 기반을 닦는 펑키한 드럼과 아기자기한 샘플링 사운드도 곡의 몰입도에 일조하고 있지만, 유머와 재치 넘치는 라임들을 원만하게 연결해가며 박진감 넘치게 흘러가는 크리스 웨비의 랩핑이야말로 일등공신이다. 앨범의 중반부에 다다르면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는 트랙 “Chemically Imbalanced”가 등장한다. 한때 씬을 휘어잡던 프로듀서 스캇 스토치(Scott Storch)의 힘을 빌린 이 곡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 때문에 일찍부터 마약을 가까이 해야 했던 웨비의 절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그는 치밀하고 탄탄하게 구축한 서사 구조와 영리하게 완급 조절된 플로우를 통해 경험담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데, 여기에서 느껴지는 희열이 상당하다.
이 외에도 재런 벤튼(Jarren Benton)과 테크 나인(Tech N9ne)의 숙련된 래핑이 더해지며 든든한 무게감을 더한 “Ohh Noo”나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염을 일삼는 우리 사회의 무지함에 경종을 울리는 래핑과 웅장한 코러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는 “Stand Up”, 중독성 진한 후렴구로 흥미를 유발하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Day In The Life” 등의 곡들 역시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크리스 웨비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 앨범에서도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 역력하다. 다채로운 색의 사운드를 이용하고자 했으며, 상대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곡들과 그렇지 않은 곡들을 적절히 분배하여 배치함으로써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을 유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프로덕션 적으로 하나의 특정한 방향을 설정해놓고 그 안에서 다양함을 꾀하거나 아예 작정하고 여러 색깔을 내고자 하는 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다소 평범하게 놓여 있는 느낌이다. 더불어 몇몇 곡들에서 나타나는 크리스 웨비의 주제 해석 방식이나 이를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능력은 여전히 인상적이지만, 소재 선택에서의 기발함이나 참신함이 예전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비록, 범상치 않은 앨범 타이틀에서 받은 첫인상만큼 강렬함을 안기진 못했으나 그럼에도 본작이 크리스 웨비의 이후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건 분명하다. 허황되거나 과장된 이야기를 지양하고 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전하고자 하는 모습이 잘 담겨있으며, 큰 특징은 없을지언정 전반적으로 안정된 프로덕션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데뷔작으로서 성과는 괜찮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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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uce Mighdy (2014-11-18 21:35:48, 58.123.207.***)
- Check Up 믹스테잎 듣고 정말 충격받았는데
정규작도 전반적으로 깔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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