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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talley - Ohio
    rhythmer | 2014-11-24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talley
    Album: Ohio
    Released: 2014-10-27
    Rating:
    Reviewer: 조성민









    릭 로스(Rick Ross)의 커리어에서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2011년이 아니었을까 예상해 본다. 그는 2009년 메이박 뮤직 그룹(Maybach Music Group 이하: MMG)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지만, 본인 앨범의 상업적인 성공 이외에 야심차게 내놓은 트리플 씨스(Triple C’s)의 실패와 2010년 위즈 칼리파(Wiz Khalifa)의 영입이 무산되며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약 1년 후 마치 이 한방을 기다렸다는 듯 지금은 레이블의 대들보로 성장한 믹 밀(Meek Mill)과 왈레이(Wale)를 데려오며 그가 말하는제국으로서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2011년이 참으로 뜻 깊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영입된 또 한 명의 랩퍼가 있다. 바로 스탤리(Stalley).

     

    그가 본격적으로 씬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우연히 의류 매장에서 그의 랩을 들은 모스 데프(Mos Def)와 인연을 통해서다. 이후, 스키 비츠(Ski Beatz)와 작업을 비롯하여 믹스테입을 꾸준히 발표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주목받은 그가 릭 로스의 MMG에 픽업된 지도 벌써 3. 이른바즉시전력감카드가 아니었던 그의 정규 데뷔작 [Ohio]가 드디어 발표됐다.

     

    스탤리의 말마따나 ‘intelligent trunk music’을 기본적인 컨셉트로 잡고 완성된 이 앨범은 아티스트의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이다. 그는 인트로부터 퇴장하는 순간까지 앨범 타이틀이자 고향인 오하이오(Ohio)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며 지역적 자부심을 토해내고, 더 나아가 중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망도 은연중 드러내는데, 그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 그가 취한 두 가지의 접근 방식은 꽤 흥미롭다.

     

    스탤리는 마치 청자의 머리에 억지로 주입시키듯 쉼 없이 오하이오와 관련된 레퍼런스들을 던진다. 그 방법은 너무나도 단순 무식해서 때로는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곡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며 자칫 지루하게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을 긴장감 있게 유지한다. 예컨대 지역 코드를 나열하며 도시의 자부심을 표현하고(“Welcome to O.H.I.O.”),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마약을 거래하던 시절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면서 도시의 어두운 현실을 그려내는가 하면(“Problems”, “Boomin”), 랩 게임에 자리잡고 바빠지면서 느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의 자랑거리(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3:30pm”).

     

    또 다른 한가지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상 깊기도 했던 웨스트코스트 힙합(구체적으론 'N.W.A.')을 향한 스탤리의 오마주와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컴튼(Compton)으로부터 직접적인 레퍼런스다. “Jackin’ Chevys”에서는 이지-(Eazy-E) “Boyz N The Hood”에서 구절을 인용했고('I swear the boys in my hood are always hard'), 곡의 뮤직비디오도 그가 그토록 울부짖던 매쓸론(Massillon)이 아닌 컴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Always Into Something”에서는 제목부터 가사 모든 부분에서 N.W.A.를 기리듯 오마주의 끝을 보여준다. 타이 달러 싸인(Ty Dolla $ign)의 후렴구는 그룹의 대표적 명곡들인 “Fuck Tha Police” “Straight Outta Compton”, 그리고 EP [100 Miles and Runnin']을 인용하고, 스탤리는 “Gangsta Gangsta”, “Express Yourself”, “Appetite for Destruction” 등을 언급하며 재치 있는 언어유희로 곡을 주도해 나간다. 스탤리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컴튼을 부각하는 건 앞서 언급한 접근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오하이오와 컴튼을 연속적으로 상기시키면서서부에 컴튼이 있다면, 중서부에는 오하이오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컴튼 출신의 닥터 드레(Dr. Dre)나 디제이 퀵(DJ Quik)으로 대변되는 쥐펑크(G-Funk)에 사용된 대다수의 펑키한 샘플들이 오하이오 출신의 펑크(Funk) 레전드들, 이를테면 인트로 트랙에서 언급된 오하이오 플레이어스(Ohio Players)나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와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 등의 음악으로부터 왔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중서부식의 펑키한 사운드를 토대로 자신의 음악, 더 나아가 힙합에서의 미드웨스턴 사운드를 정립하려는 의지로도 읽힌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사운드적인 측면을 놓고 봤을 때 그의 노력은 상당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스탤리는 2011년 발표한 믹스테잎 [Lincoln Way Nights]을 통해 제대로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는데, 그 앨범에서 큰 힘을 실어준 라샤드(Rashad Thomas)의 곡들이 이번에도 대거 포진되어 있다. 그가 제공한 곡들은 앨범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포용하며 앨범의 컨셉트를 적절하게 대변하는데, 초반부에서 뒤로 갈수록 [Lincoln Way Nights]의 연장선상이라고 느껴질만큼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유사해져 간다. 초반부의 4곡은 스탤리가 의도했던 ‘intelligent trunk music’에 걸맞게 터지는 808 드럼과 펑키한 베이스를 토대로 묵직한 호른과 퍼커션이 적재적소에 양념처럼 이용되는데, 이때 스탤리의 정돈되고 규칙적인 플로우 설계를 통해 짜인 랩은 전체적인 리듬감을 살리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쥐펑크의 냄새가 배어 있는 “What It Be Like”이 등장하는데, 펑키한 베이스와 재지한 호른이 끈적한 느낌을 가미하고, 렉스 루거(Lex Luger)가 와서 만들고 간 듯한 하이햇이 등장하며 기본적인 템포의 뼈대를 잡아준다. “System On Loud”는 상당히 몽환적인 다운 템포 트랙으로 차 안에서 마리화나를 태우는 것에 대한 스탤리의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후반부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뉴욕 출신의 전설적인 랩 그룹 데 라 소울(De La Soul)이 참여한 “Navajo Rugs”인데, 웨스트코스트와 상관관계를 이어오던 앨범에 이런 전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겠다. 호른이 장황하게 울리고 입체적인 드럼 사운드가 인상적인 이 곡에서 스탤리는 이때까지 보여주지 않은 내면을 드러내며 그가 의식적으로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을 내뱉는 한편, 포스누오스(Posdnuos)의 랩은 마치 어린 스탤리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편, 이 앨범에도 다른 앨범들이 흔히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는 부분이 있다. 특정적인 사물(여기서는 자동차)을 여자에 비유하는, 어떻게 보면 이제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법한 시도를(“Chevelle”)하기도 하고, 트렌드와 라디오 플레이를 위해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 트랙(“One More Shot”)이 중간에 배치되어 고리가 강제로 끊겨버리는 듯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스탤리의 [Ohio]는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이 앨범으로 여타 MMG의 아티스트들과 차별화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고, 불필요한 피처링을 최소화하며 자신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한 앨범을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그가 붙인 타이틀처럼 오하이오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수록된 대다수의 곡을 만든 라샤드와 앨범 커버를 담당한 조나단 매니언(Jonathan Mannion) 역시 그와 같은 오하이오 출신이다. 꾸준하게 다이하드적인 지역적 부심을 토해내고, 기믹없이 꿋꿋하게 원 러브(One Love)를 외치는 스탤리의 태도에서 중서부 출신 랩퍼의 정서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들은 어떠한 앨범들보다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정직하다가도 절묘한 순간에 번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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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할로윈1031 (2014-11-24 23:01:58, 110.12.77.**)
      2. 믹밀한테 기대한걸 스탤리가 해주네요.
      1. blanq (2014-11-24 20:01:50, 114.206.197.***)
      2. 많은기대안하고 들었다가 정말좋앗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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