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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ick Ross - Hood Billionaire
    rhythmer | 2014-12-03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ick Ross
    Album: Hood Billionaire
    Released: 2014-11-24
    Rating:
    Reviewer: 강일권









    릭 로스(Rick Ross)가 올해 초에 발표한 [Mastermind]는 워낙 강한 포스를 지닌 전작들에 미치지 못해서 그렇지 탄탄한 완성도의 앨범이었다. 그가 좋은 싱글과 제대로 된 앨범을 만들 줄 아는 2000년대 손꼽을 힙합 뮤지션 중 한 명이라는 사실도 변함없었다. 비록, 집안싸움(Wale Vs Meek Mill)이 한 차례 있긴 했으나 초반에 주춤했던 레이블('Maybach Music Group')도 잘 운영되고 있고, 로스는 그야말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게다가 자신의 결과물 만들기에도 누구보다 부지런하니, 레이블의 수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까지 완벽하다. 이렇게 약 9개월여 만에 또 한 장의 정규작을 만들어냈을 정도다.

     

    어쨌든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앨범의 질이다. 완성도를 담보하지 못하는 부지런함은 별로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로스의 태생을 대변하는 'Hood'와 로스의 현재 위치를 대변하는 'billionaire'의 조합으로 완성된 앨범 타이틀은 본작의 주요 테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가 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리에서의 위용'이 그것이다. 갑부가 되었음에도 밑바닥과 거친 삶을 의미하는 거리를 잊지 않았으며, 여전히 거리에서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러므로 [Hood Billionaire] 1차적인 감상 포인트는 이전까지도 계속 다뤄왔던 이 주제 및 소재를 과연 얼마나 차별화하여 그러내었느냐일 것이다. 여기서 로스가 꾸준히 표하는 '거리에 대한 집착'이 엔터테인먼트적인 필요에 의한 것인지 진심인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지금까지 로스가 만든 마피오소 랩(Mafioso Rap/*편집자 주: 갱스터 랩 중에서도 특히, 마피아적 세계관을 넣은 랩) 세계관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따질 필요가 없을 만큼 큰 감흥을 안겨왔고, 그 기저에 거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화법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고, 쾌감을 안기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로스의 의미심장한 선포(‘난 랩스타이자 갑부가 되었음에도 태생인 거리를 잊지 않는다!’)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로스는 앨범의 주요 테마를 전달하기 위해 전작들과 달리 부의 과시를 상당 부분 거세하고 마약 판매를 중심으로 한 후드 판타지를 펼치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에 실패한다. 랩스타 이전에 거친 삶의 전쟁터 한가운데 있던 자신을 묘사하고 호소하려는 그의 노력만큼은 앨범 전반에 걸쳐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크랙(Crack)으로 대표되던 마약의 무차별 확산 시대인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재임 시기를 끌어오고, 케네스 윌리엄스(Kenneth Williams), 조지 정(George Jung) 같은 악명 높은 범죄집단 수장들에 대한 존경까지 표하는 등(케네스 윌리엄스의 경우 내레이션까지 직접 따왔다), 어찌 보면 절실하다 싶을 정도다. 그러나 로스가 세밀함보다는 선 굵은 이야기의 흐름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번만큼은 앨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무리가 있다. 도려냈다고는 해도 여전히 물질적인 부의 상징들이 군데군데 흩뿌려져 있는 데다가 그 나머지를 차지하는 이야기들 역시 로스의 기존 앨범에서 들어온 마피오소 랩 컨텐츠와 별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최고의 비트 수집능력을 과시해온 로스임을 고려했을 때 이야기의 단점을 상쇄해줘야 할 프로덕션 역시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무엇보다 전략과 취향이 고르게 반영된 트랩(Trap) 스타일을 중심으로 적재적소에 극적인 무드의 곡을 배치하며 프로덕션 만으로도 하나의 서사를 완성하던 전작들의 절묘함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다소 진부한 트랩 뮤직과 플로우가 연속되는 가운데, 팀발랜드(Timbaland)가 주조한 “Movin’ Bass”에서 약간의 분위기 반전이 이루어진 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찾아오는 건 싱글 “Keep Doin’ That (Rich Bitch)”에 이르면서부터다. 이 곡의 감흥은 정말 상당한데, 프로듀서 브이트웰브 더 히트맨(V12 The Hitman)과 피처링한 알 켈리(R. Kelly)의 보컬이 일등공신이다. 스캇 스토치(Scott Storch) 이후 오랜만에 긴장감 있게 떨어지는 건반과 사운드 소스들이 꽉 맞물리고, 알 켈리의 기가막힌 보컬 플로우가 수놓는 후렴구는 그야말로 일품. 이 곡을 기점으로 이어지는 "Nickel Rock", "Burn", "Family Ties" 라인은 자칫하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을 본작을 구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힙합 뮤지션이 한해에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한 건 지난 1998, 디엠엑스(DMX)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디엠엑스의 [Flesh of My Flesh, Blood of My Blood]가 그랬듯이 로스의 [Hood Billionaire] 역시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긴 어려운 작품이 되었다. 여러모로 현재 그의 커리어에서 괜찮은, 그리고 필요했을 주제의 앨범이지만, 너무 성급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로제이라면, 음악으로 갑부가 되어 과거를 돌아보는 아주 근사한 영화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기에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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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c231 (2014-12-05 23:31:08, 112.121.26.**)
      2. 매스터마인드도 사실 삐끗한 커리어라 생각했는데 이건 그보다 더 깊은 맨홀같은 커리어
      1. Drizzy (2014-12-05 21:26:50, 211.176.67.**)
      2. 음악을 떠나서 판매량으로만 봤을 때 에미넴한테 또 밀리고 1, 2위만 하던 릭로스가 이번 앨범으로 본인 최악의 성적을 내서 팬으로써 아쉽습니다.. 커리어의 흑역사로 남을 듯.
      1. 윤정준 (2014-12-04 22:48:59, 61.102.87.***)
      2. "완성도를 담보하지 못하는 부지런함은 별로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줄곧 멋진 분위기의 완성도 있는 앨범만 만들던 릭로스가
        성급하게 만든듯한 앨범을 들고나와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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