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Joey Bada$$ - B4.DA.$$
    rhythmer | 2015-01-2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oey Bada$$
    Album: B4.DA.$$
    Released: 2015-01-25
    Rating:
    Reviewer: 강일권









    '1990년대 붐뱁 힙합에 취한 잘나가는 신예 랩퍼', '메이저 레이블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자기 길을 가는 신예'.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조이 배드애스(Joey Bada$$)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999]에서 [Summer Knights]로 이어지는 믹스테입(Mixtape), 그리고 그가 주축이 된 크루 프로 에라(Pro Era)의 결과물을 통해 붐뱁 힙합를 향한 조이의 애정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났고, 무엇보다 이러한 행보가 당대 힙합의 재현 같은 거창한 의도가 아닌, 순수하게 음악적 취향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노선은 인디지만, 세간의 관심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여 메이저에서 성공한 신예 랩스타들에게 쏠리는 정도와 별다르지 않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이의 정규 데뷔작 [B4.DA.$$('Before Da Money')]는 두 개의 난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작게는 앞선 두 걸작 믹스테입을 통해 높아진 기대치에 부흥하는 것이고, 크게는 시대의 간극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특히, 큰 과제의 해결을 위해선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전통에 기반을 두되 바뀐 장르 씬의 흐름을 고려한 실험을 감행하여 새로운 붐뱁을 만들어낼 것인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직하게 정공법으로 돌파해나갈 것인가.

     

    앨범 발매 며칠 전, 프로 에라의 멤버이자 프로듀싱에도 참여한 척 스트레인저스(Chuck Strangers)‘HipHopDX’와 인터뷰에서 암시한 내용으로 미루어 추측했을 땐 의외로 전자가 되는가 싶었는데(‘많은 팬들이 기대하는 이스트코스트 힙합과는 다소 방향성이 다른 접근을 취했다.’), 막상 베일을 벗은 결과물은 후자다. 척 스트레인저스가 만든 두 트랙 “Escape 120”"Teach Me"는 과연 그의 말대로 정글 뮤직에 가깝지만, 이 곡들이 앨범의 분위기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많은 이가 예상하고 기대했듯이 [B4.DA.$$]는 그 타이틀처럼 돈 이전에조이의 음악적 의지와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로우(Raw)한 붐뱁 힙합 앨범이다.

     

    일단 첫 감상에서 큰 희열을 안기거나 전반적인 인상이 강렬한 편은 아니다. 이는 일부 조이가 중점을 둔 프로덕션 스타일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치밀한 샘플링과 두텁게, 혹은 깔깔하게 떨어지며 가슴 깊숙이 박히는 드럼의 조합을 앞세운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나 피트 락(Pete Rock)보다는 건조하고 탁한 드럼 위로 굉장히 제한적인 루프를 얹어 전개하는 로드 피네스(Lord Finesse)나 붓 캠프 클릭(Boot Camp Clik) 진영의 초기적 비트마이너즈(Da Beatminerz)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음산한 아우라를 뿜으며, 앨범의 전체적인 무드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싱글 "Big Dusty""Christ Conscious"는 그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조이의 취향은 앞선 믹스테입에서 그가 선택한 선배들의 기발표 비트들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디제이 프리미어의 비트가 수록되었지만(“Paper Trail$”), “Unorthodox” 때와 마찬가지로 분위기를 뒤집을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진 건 아니며, 제이 딜라(J Dilla)와 루츠(The Roots)가 함께 만든 "Like Me" 역시 그들의 기존 색깔에서 한발 물러나 본작의 무드와 궤를 같이한다.

     

    하나의 곡을 빌어서, 또는 랩과 가사 일부를 활용하여 흩뿌려놓은 ‘90년대 힙합에 대한 헌정을 목격하는 것도 중요한 재미다. “Paper Trail$”에선 우탱 클랜(Wu-Tang Clan) "C.R.E.A.M.", "Belly of the Beast"에서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 "Gimme the Loot", "Run Up on Ya"에서는 역시 노토리어스 비아이쥐의 "One More Chance (Remix)", "Piece of Mind"에서는 나스(Nas) "One Love",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프로 에라 멤버를 포함하여 소멸한 이들을 추모하는 가슴 찡한 곡 "On & On"에서는 갱스타(Gang Starr)"Moment of Truth" 등으로부터 라인을 가져와 적절하게 녹여냈으며, "Christ Conscious"2015년판 다스 이펙스(Das EFX) "Mic Checka"와도 같다. 또한, 두툼한 베이스 뒤로 역동적인 드럼이 내리꽂히며 원초적인 바이브를 선사하는 트랙 "No. 99"은 프로덕션은 물론, 도입부에 등장하는 후렴구까지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Scenario"에 표하는 멋들어진 오마주 그 자체다.  

     

    한편, 바리톤의 목소리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목을 혹사하며 뱉던 조이의 랩핑은 대부분 곡에서 여전하다. 이러한 소리 내는 법은 대개 자메이칸 랩퍼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실제 조이의 핏속에 자메이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충분히 의도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겠다. "No. 99"이나 “Paper Trail$” 같은 곡의 일부 구간에서 아예 자메이칸 랩 플로우를 구사하는 것만 봐도 이는 뒷받침된다. 이전 믹스테입과 "On & On"에서처럼 그로울링을 어느 정도 절제한 랩핑이 더 매력적이긴 하지만, 곡의 메시지와 무드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곡에 강렬함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랩핑도 탁월하다. 이를 바탕으로 조이는 영리한 워드플레이와 재치있는 펀치라인으로 무장한 채 한바탕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필자 주: 자기 과시, 특히, 일종의허풍을 가미한 과시)를 펼쳐내면서도 최근 미국 사회와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들, 대표적으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흑인 청소년 사망 사건 같은 민감한 쟁점을 녹여내며 의식 있는 랩퍼로서 면모를 보인다. 다만, 곡 하나를 통째로 할애하거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러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의 흐름에 맞춰 라인 단위로 군데군데 박아넣는 식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곡이 한두 곡쯤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으나 많은 힙합 뮤지션과 매체, 그리고 산업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던 그의 랩핑 능력을 만끽하기엔 충분하지 않나 싶다.

     

    결과적으로 본작은 기대치를 웃돌진 않지만, 모자라지도 않다. 한편으론 앞서 언급했듯이 프로덕션의 주요 방향성과 전반적인 무드가 다소 탁하다 보니 붐뱁 힙합의 열혈적인 측면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구성상에서 아쉬움이 들지도 모르겠다. 탄탄한 곡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지만, 본작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던 두 장의 믹스테입보다 프로덕션적으로 더 인상적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서부 갱스터 랩의 새 지평을 연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Good Kid, m.A.A.d City]나 한때 천대받았던 남부 힙합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부활시킨 빅 크릿(Big K.R.I.T.) [Live From The Underground]처럼 데뷔 클래식이 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B4.DA.$$]가 동부 힙합에 심취한 신예의 진중하고 패기있는 태도가 탄생시킨 걸작임은 분명하다. 조이 배드애스는 여전히 많은 뮤지션이 애정을 표하고 음악적 뿌리로 삼지만, 주류에서는 완전히 밀려난 지 오래인 붐뱁 힙합에 대한 희망을 멋지게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8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Drizzy (2015-09-09 18:46:55, 218.39.217.**)
      2. 올해 정말 인상적으로 들은 몇 안 되는 앨범 중 하나.
        리뷰들을 보면 리드머는 빅 크릿의 음악을 정말 높게 쳐주는 것 같아요. 개인 취향의 차이는 항상 존재하지만 빅 크릿의 데뷔 앨범이 과연 켄드릭과 같이 언급될 만큼의 "데뷔 클래식"인지에 대해서는... 글쎄요, 저에게는 그냥 평범한 수작 정도로밖에 안 느껴졌네요. 개인적으로 데뷔 앨범으로서 좋았던 건 조이 >>>>>>>>>>> 빅 크릿 이었습니다
      1. 이재호 (2015-02-08 19:43:50, 175.197.141.*)
      2. 개 좋음
      1. i boy (2015-01-30 04:32:13, 175.200.66.***)
      2. 와 죽이는데요? ㅋㅋㅋㅋ
      1. blanq (2015-01-29 10:42:06, 1.232.255.***)
      2. 페이보릿 엠씨중 하나 앞으로행보가 더 기대되네요
      1. The Neptunes (2015-01-28 20:24:34, 61.102.87.***)
      2. 트랩이라는 사막에서 헤매고 헤매다 만난 오아시스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