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BadBadNotGood & Ghostface Killah - Sour Soul
- rhythmer | 2015-03-03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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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adBadNotGood & Ghostface Killah
Album: Sour Soul
Released: 2015-02-24
Rating:
Reviewer: 강일권
완성도를 담보한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다작왕'으로서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행보는 실로 존경할 만하다. 열한 번째 솔로 작 [36 Seasons]를 발표한 지 채 석 달도 안 돼서 이렇게 또 한 장의 앨범을 내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솔로와 합작을 가리지 않는 창작욕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캐나다의 인스트루멘탈 재즈/힙합 밴드 배드배드낫굿(BadBadNotGood)과 함께 만든 [Sour Soul]은 일단 외형상으로 [36 Seasons]와 닮았다. 합작은 아니었으나 프로덕션의 실질적인 키를 쥔 더 레벌레이션스(The Revelations)가 소울/펑크 밴드였다는 점과 그들의 연주만으로 완성된 트랙이 구성의 한축을 담당했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두 밴드가 추구하는 장르가 다르듯이 내용물 역시 차이가 있는데, 무엇보다 이번엔 음악적으로 밴드의 성향이 더욱 부각되었다.
앞서 고스트페이스 킬라를 중심으로 언급했으나 사실 본작의 무게 중심은 배드배드낫굿에 쏠려있다. 재즈를 근간으로 힙합과 소울을 머금은 그들의 연주 속에 고스트페이스 킬라가 뛰어든 그림이다. 흡사 라이브 현장을 듣는 듯한 기분도 드는데, 배드배드낫굿의 연주가 공연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고스트페이스 킬라와 초청된 랩퍼들이 때에 맞춰 무대에 올라 랩을 뱉고 빠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여느 때보다 고스트페이스의 랩이 주는 쾌감은 덜한 편이다. 지난 연속된 두 작품이 확실한 컨셉트와 이야기 구조를 갖췄었다는 점 때문에 체감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합작 앨범으로써 미덕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배드배드낫굿이 사이키델릭 소울 사운드를 중점적으로 연출하며 형성한 일관된 무드가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랩과 잘 어우러진 덕이다. 무엇보다 여기선 지난 아드리안 영(Adrian Younge)과 합작 [Twelve Reasons to Die]의 프로덕션 방향과 비슷하여 비교 대상이 될 소지도 있으나 사이사이 재즈 특유의 즉흥 연주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 가미되는 등, 보다 리얼 연주의 색을 살린 음악으로 인해 두 작품 사이에도 일정 거리가 생성된다. 배드배드낫굿의 세 번째 앨범 [III]에 수록된 "Kaleidoscope"에서 드라마틱한 구성을 재현한 듯한 "Mind Playing Tricks", 엠에프 둠(MF Doom)의 곡이라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듯한 "Ray Gun", 여유롭고 서정적인 연주로 시작되어 건반과 기타가 합쳐지며 역동적인 파트를 연출하는 "Nuggets of Wisdom", 멜로트론(melotron)의 향이 살아 있는 애잔한 무드와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Food" 등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들이다.
비록, 거리에서 생존 전략을 설파하는 "Nuggets of Wisdom"처럼 주제를 너무 진부하게 풀어낸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랩이 아쉬운 지점도 존재하나 32분에 이르는 짧은 러닝타임이 아쉬울 만큼 [Sour Soul]은 몰입도가 상당하다. 같은 캐나다 출신으로 배드배드낫굿의 앨범을 공동 프로듀싱했던 프랭크 듀크스(Frank Dukes)의 재능이 또 한 번 조력한 것도 주효했다. 그동안 치열하게 결과물을 만들어 온 두 아티스트 모두에게 어쩌면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와도 같은 앨범이지만, 그들의 빛나는 재능이 이마저도 기억에 남을 순간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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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nq (2015-03-04 11:02:27, 110.14.180.**)
- 정말 의외의 조합이였는데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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