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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ig Sean - Dark Sky Paradise
    rhythmer | 2015-03-09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ig Sean
    Album: Dark Sky Paradise
    Released: 2015-02-24
    Rating:
    Reviewer: 조성민









    라디오에 출연하기 위해 디트로이트(Detroit)로 날아간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방송을 끝내고 스테이션을 빠져 나오기 바로 직전, 어떤 비리비리한 꼬마 앞에 가로막힌다. 칸예에게 16마디를 뱉을 순간을 달라고 요구한 그 꼬마는 마지못해 기회를 준 칸예 앞에서 당돌하게 랩을 뱉는다.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2007, 그 꼬마는 빅 션(Big Sean)이라는 이름을 달고 칸예의 레이블인 굿 뮤직(G.O.O.D. Music)에 입단, [Finally Famous: The Mixtape]을 발표하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그야말로 신데렐라 스토리다. 특히, 성공을 위해 갖춰야 할 기본덕목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빅 션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빛이 찬란하게 빛날수록 그림자는 더욱 길어지는 법. 칸예 웨스트를 등에 업고 발표한 여러 장의 믹스테잎에서 호평을 얻고, 씬을 이끌어갈 차세대 랩퍼 중 한 명으로 일찌감치 주목 받은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빅 션은 여태껏 두 장의 정규 앨범 [Finally Famous] [Hall Of Fame]을 발표하며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심지어 2 [Hall Of Fame]에서는 데뷔 앨범보다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두 앨범을 결코 성공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모두 오리지널리티와 자기주도적인 영향력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딜레마는 아티스트에게 참으로 치명적인 것인데, 빅 션 자신도 이를 인정했으며, 오리지널 사운드를 찾는 것이 다음 앨범에서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빅 션은 그의 세 번째 정규작 [Dark Sky Paradise]에서 그 과제를 풀어내는 데에 성공했을까? 앨범을 돌린 후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은 단 하나였다: 성공적.

     

    이 앨범을 작업하면서 빅 션은 큰 결단을 내렸다. 전작들의 제작을 담당했던 프로듀서 노 아이디(No I.D.)의 손길을 과감하게 걷어낸 것이다. 노 아이디는 여태껏 [Finally Famous]“I Do it”, “Live This Life”부터 [Hall Of Fame]“10 2 10”“Ashley”까지 사운드적으로 폭넓은 스펙트럼 아래 다양한 트랙들에 관여하며 앨범의 뼈대를 만들었던 중추적인 인물. 그런 그를 프로덕션 라인에서 제외하고 바이널즈(Vinylz), 티 마이너스(T-Minus),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 같이 둔탁하고 어두운 비트를 찍어내는 데에 일가견 있는 프로듀서들과 현재 힙합 씬의 사운드를 주도하고 있는 디제이 머스터드(DJ Mustard),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디제이 다히(DJ Dahi), 그리고 기존 프로덕션 라인의 핵심적 인물들인 키 웨인(Key Wane)과 칸예 웨스트 등을 포함하여 프로덕션 라인을 개편했다. 이들은 대체로 다운템포를 바탕으로 한 어둡고 둔탁한 비트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앨범의 통일성과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에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 말하고 싶다. 그의 전작들은 너무나 다양한 사운드를 포용한 탓에 앨범보다는 싱글 모음집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으니까.                           

     

    프로덕션이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은 첫 트랙인 “Dark Paradise”부터 다섯 번째 트랙인 “Play No Games”까지 이어지는 초반부와 “I Know”“Deep”으로 이어지는 후반부의 트랙배치다. 특히, 디제이 머스타드와 키 웨인이 함께 담당한 곡들인 “I Know”에서 “Deep”으로 넘어갈 때의 트렌지션(transition)은 굉장히 자연스럽기 때문에 앨범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다음 트랙으로 넘어간 건지, 아니면 트랙 내에서 비트에 변화를 준건지 모를 수도 있다. 초반부의 트랙배치 역시 탁월하다. 무엇보다 다섯 곡 전부 다른 프로듀서들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각자 다른 개성을 보이지만, 동시에 사운드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디스토션(distortion)을 주며 공간감을 줄이고 둔탁한 질감을 강조한 킥과 드레이크(Drake)의 목소리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바이널즈의 곡 “Blessings”, 칸예 웨스트와 트래비스 스캇(Travi$ Scott)이 앰브로시아(Ambrosia) 1978년도 히트곡 “How Much I Feel”의 후렴구를 감각적으로 샘플링해 소울풀한 느낌을 더한 “All Your Fault”, ‘80년대 후반부터 활동한 알앤비/뉴잭스윙 그룹 가이(Guy)의 데뷔앨범 [Guy]에 수록된 “Piece of My Love”를 샘플링하며 끈적한 느낌을 가미한 키 웨인의 트랙 “Play No Games”까지 질적인 면에서도 어느 한 곡 뒤처지지 않는다. 이처럼 프로덕션 측면에서 균형이 잘 잡혀 있기 때문에 앨범 전체적으로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중반부로 전개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또한,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가 참여한 “Deserve It”과 여자친구인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가함께한 트랙인 “Research”를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한 것은 과감한 선택이자 절묘한 한 수로 작용했다. 이 두 트랙은 싱글로도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었겠지만, 보너스 트랙이 아니라 정규 트랙으로 수록되었더라면, 앨범 전체적으로 지금만큼의 유기적인 흐름이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곡들만 수록하고, 성격과는 다소 맞지 않는 싱글들을 과감히 제외했다는 점에서 빅 션의 앨범을 구성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프로덕션에 이어 빅 션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랩을 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변화가 발견된다. 일단 유명해지고 싶다는 의욕을 서슴없이 드러낸 1 [Finally Famous]와 성공적으로 메이저 무대에 안착한 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던 2 [Hall Of Fame]은 앨범 타이틀에서부터 아직 젊고 두려울 것 하나 없는 패기만만한 야망과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위를 쌓고 레이블을 설립하며 신진세력을 키우고 있는 그의 또래들처럼 빅 션 역시, 이제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자신이 성공해왔던 길을 돌이켜본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을 갖고 싶은지에 대해서보다는 무엇이 좋은지, 또 그것들을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빅 션은 또한, 전작들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힙합 씬에서의 위치에 대한 불안함(“Win Some, Lose Some”, “Deep”), 할머니의 죽음(“Blessings”, “One Man Can Change The World”), 약혼녀였던 나야 리베라(Naya Rivera)와 파혼(“All Your Fault”, “I.D.F.W.U.”, “Stay Down”) 등등, 최근 몇 년 동안 겪었던 아픔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슈퍼스타가 되기 전에는 내보이지 않았던 취약함을 오히려 지금 드러내는 모습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한 그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확실히 최근의 빅 션은 랩에 물이 올랐다. 페이스와 목소리 톤을 급격히 올림과 동시에 엇박에서치는 플로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며 진정한 의미로 비트와 밀당을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이는데, 이는 곡에 제대로 긴장감을 부여한다. 특히, 이미 싱글로 발표되어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만든 “Paradise”의 새로 공개된 두 번째 벌스와 “All Your Fault”에서 칸예 웨스트와 랩을 주고 받는 세 번째 벌스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그가 랩을 할 때 사용하는 레퍼런스들 중에 몇몇은 예전 믹스테잎 시절 때부터 사용해온 표현들이라 신선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때문에 멋진 플로우에 기대감이 확 올랐다가 너무 뻔한 레퍼런스의 사용으로 인해 김이 빠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앞서 성공적이라고 밝혔듯이 앨범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 그 어느 때보다 그의 강점으로 꼽히던 킬링 트랙이 다량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앨범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가 적정선 내에서 그들의 역할을 한 덕분에 전작들에서 가끔씩 치명적으로 작용했던 주객전도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확실히 이전까지 빅 션에게는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은 느낌이 있었고, 그동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 [Dark Sky Paradise]를 통해 빅 션은 자신을 향했던 의심의 시선을 말끔하게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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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오상민 (2015-03-30 20:56:39, 211.106.34.**)
      2. 마이 페이버릿
      1. 김선생 (2015-03-09 18:06:50, 223.33.160.**)
      2. 갈수록 앨범이 좋아지는 빅션!
        심지어 리드머 리뷰도
        1집은 별 3개 2집은 별 3개반
        지금 3집은 4개니...
        그렇담 4집은 클래식 수준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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