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huko - For The Love Of It
- rhythmer | 2015-03-11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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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huko
Album: For The Love Of It
Released: 2015-01-30
Rating:
Reviewer: 이진석
10년이 넘은 경력을 가진 독일의 베테랑 프로듀서 슈코(Shuko)는 자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러시아, 미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경을 넘어 광활한 작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리고 [For The Love Of It]에서 그는 여느 프로듀서들과 같이 그간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하여 자신이 만든 판 위에 배치했다. 힙합 본토인 미국 베테랑 랩퍼들의 참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슈코가 직접 독일어로 곡에 참여했으며, 투엔티실(20syl)이나 넥퓨(nekfew) 등의 프랑스 뮤지션까지 합류하여 이루어진 다국적 랩퍼 간의 협연이 색다른 인상을 준다.게스트 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비-리얼(B-real)이나 씨엘 스무스(CL Smooth) 같은 거장들부터 사이공(Saigon), 비니 패즈(Vinnie Paz), 알에이 더 러기드 맨(R.A. The Rugged Man) 등등, 평소 합을 맞추어온 이들까지, 앨범 전체를 덮고 있는 밝고 희망찬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들이지만, 베테랑답게 자신에게 주어진 벌스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특히, 첫 트랙이 끝난 뒤 “Heatwave”로 가볍게 치고 나가는 탈립 콸리(Talib kweli)가 곡에 잘 녹아 들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Allow Me”나 “The Same”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언어 간의 조합 또한 백미이다.
슈코의 프로덕션은 평소 붐뱁 드럼을 기반으로 둔탁한 리듬 파트를 강조하는데, 본 앨범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이어간다. 의외인 점은 그가 앨범 전체에 걸쳐 유난히도 가볍고 발랄한 무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곡에서 보컬 샘플을 사용하거나, 객원 보컬을 영입하여 이러한 분위기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 한 명의 프로듀서가 여러 객원 랩퍼들을 모아 만든 이러한 형태의 앨범에서 안정된 구성을 위해 프로덕션의 중심을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다만, 지나치게 한 가지 분위기로 치중되는 와중에 분위기의 반전이나 앨범 자체의 서사를 찾을 수 없다 보니 절묘한 구성적 묘를 느끼긴 어렵다.
이렇듯 결론적으로 무난한 결과물이 나왔지만, 그가 데려온 게스트들의 역량이나 평소 작업물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아쉬움이 남는 앨범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한 가지 무드로 일관성 있게 몰고 가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장르적인 멋이 다소 줄어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붐뱁을 주 무기로 고집해온 프로듀서로서 그가 데려온 여러 참여 진의 역량을 온전히 끌어내기엔 핀트가 다소 어긋난 지점이 종종 눈에 띈다. 의외로 자연스레 녹아 든 모습을 보인 이들도 있으나, 역시 그들이 고수하던 본래의 모습을 받쳐줄 수 있는, 완벽하게 짜인 멍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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