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Ludacris - Ludaversal
- rhythmer | 2015-04-01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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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udacris
Album: Ludaversal
Released: 2015-03-31
Rating:Rating:
Reviewer: 예동현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애틀랜타의 맹주였던 루다크리스(Ludacris)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의 전성기는 저물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발매한 넉 장의 앨범은 미국 내에서만 1,1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절정의 인기를 과시했으나 2008년 야심작이었던 [Theater Of The Mind]의 만족스럽지 못한 상업적, 비평적 결과는 솔로 뮤지션으로서 그가 가진 무게감을 상당히 약화했다. 그래서 원래 그의 장점이었던 커머셜 파워에 더 집중했음에도 역시 신통찮은 성적을 기록하며 구차한 기획물이 되어버린 [Battle Of The Sexes]는 그런 루다크리스의 하강 곡선에 무게추를 더 달아준 셈이 되었다. 사실 그는 이제 뮤지션보다는 배우로 더욱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루다는 디스코그래피를 채우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그것도 양질의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스크린에서 만나는 루다가 반가웠지만, 이젠 스피커에서 듣는 그의 라임이 더 반가운 지경이다.그러나 오해는 마시라. 뮤지션으로서 루다크리스가 본업에 다소 소홀했을지언정 퍼포머로서 실력은 여전하다. 게스트로 참여하여 곡의 원래 주인을 탈탈 털어버리는 플로우를 과시하는 그의 위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이번 앨범 [Ludaversal]에서도 루다의 랩은 매우 즐겁다. “Beast Mode”나 “Call Ya Bluff”처럼 작정하고 쏟아내는 곡은 여전히 압도적이고, “Grass Is Aways Greener”, “Good Lovin”같은 커머셜 트랙에서도 최적화된 맞춤 플로우를 선보인다. 어떤 템포든, 어떤 멜로디든, 어떤 테마든 그의 플로우는 곡을 매끄럽게 끌고 가고 인상적인 포인트들도 군데군데 심어놓는다. 메이저 데뷔 15년 차에도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쯤 되면 장인이다. 프로덕션도 [Battle of the Sexes]보다는 제법 안정적이다. 다만, 루다크리스의 징크스대로 수록곡의 평균점이 높은 만큼 킬러 트랙의 강도는 떨어진다. 굳이 그의 과거 앨범과 비교하자면, [Word of Mouf]나 [Chicken-n-Beer]처럼 굉장한 킬러 트랙과 반대 의미로 또 굉장한 스킵 트랙이 교차하는 앨범보다는 [The Red Light District]나 [Theater of the Mind]와 비슷한 느낌이다.
콘텐츠는 그리 대단하거나 새로울 것도 없이 딱 루다의 것이다. 그의 최고의 장점이 직관적인 가사와 딜리버리이긴 하지만, 때때로 너무 일차원적이었건 게 사실이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고 발전해왔으나 그는 애초에 대단한 깊이를 담아내는 유형의 가사를 쓰는 래퍼는 아니었다. 아무튼, 이런 그의 면모가 지금까지 루다크리스의 앨범에서 단점이 되었던 적은 없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조금 애매하게 작용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것일까? 이번엔 전작보다 설교조의 가사가 자치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 그렇다 보니 그의 직관적인 가사가 랩적인 쾌감이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어른의 설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앨범 전체에서 그런 유형의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고 여전히 다채로운 테마를 다루고 있지만, ‘Move~ Bitch!’, ‘Ass Up, Face Down!’을 외쳐대던 그의 면모와는 아무래도 괴리가 있다. 이전에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면서도 적절한 팝적 터치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주제를 전달하며 찬사와 성공을 동시에 얻었던 “Runaway Love”을 떠올려보면, 루다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좀 더 적절한 접근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런 아쉬움은 “Grass Is Aways Greener”와 같은 트랙에서도 느껴지는데, 루다크리스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의 양면을 직관적으로 풀어내며 곡을 끌고 가다가 약간 비트는 후렴구의 가사들은 메타포라기엔 너무 쉽고 별 특징이 없어서 큰 재미를 주지 못한다. 이런 면들이 유독 이 앨범에서는 눈에 띄는 편이고, 그 때문에 메시지들이 각각 따로 논다는 느낌이 전보다 훨씬 강하다. 싱글의 모음 형태였던 전작들은 그나마 루다크리스가 가진 특유의 이미지 덕분에 이러한 단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는데, [Ludaversal]은 전체적인 메시지가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각 트랙이 앨범 단위의 일부처럼 작용하면서 메시지 사이의 간극이 제법 크게 다가온다.
사실 그동안 루다크리스의 앨범을 돌이켜봤을 때 이상의 아쉬움이 새롭게 발견한 문제는 아니다. 한편으론, 루다크리스다운 앨범을 만든 셈이다. 힙합 역사를 통틀어 가장 대단한 랩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그가 역사에 남는 앨범을 남기는 건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하지만, 이제 그런 건 별로 상관없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루다크리스처럼 대체 불가능한 퍼포먼스의 랩퍼가 돌아와 괜찮은 완성도의 앨범에서 압도적인 랩을 들려준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하니까. 모든 랩 앨범이 힙합 클래식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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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맘바 (2015-04-11 21:37:18, 118.36.243.***)
- 명반은 언제 만들지 모르지만 평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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