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uture - DS2
- rhythmer | 2015-08-18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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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uture
Album: DS2
Released: 2015-07-17
Rating:
Reviewer: 강일권
퓨쳐(Future)가 데뷔 앨범 [Pluto]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그의 음악에 관한 현지 매체와 힙합 팬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굳이 따졌을 때 불호 쪽이었던 관점에서 말하자면, 일단 지나친 오토튠(Auto-Tune)의 사용이 문제였고, 스타일로 치켜세우기엔 랩과 보컬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간간이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 피처링했을 때 후렴 킬러로서 돋보인 적은 있지만, 앨범 한 장을 통해 듣는 그의 랩/보컬은 아무래도 지루했다. 그런 가운데, 작년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Honest]는 탄탄한 프로덕션과 게스트의 협력으로 이러한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묘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2014년의 킬링 힙합 싱글 중 하나라 할만한 "Move That Dope"가 좋은 예다. 이전보다 벌스에서도 비트에 능숙하게 묻어가는 퓨쳐의 보컬 역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게스트의 후광은 셌고, 앨범의 주인공으로서 퓨쳐의 위치는 견고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단 한 명의 피처링('Drake')을 제외하고 전부 퓨쳐가 주도하는 곡들로 구성한 건 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다.
확실히 퓨쳐 특유의 스타일이 이번에 제대로 빛을 발했다. 정석적 기준에서 랩핑의 빈도를 전보다 줄이고, 분위기 전환에 대한 강박을 버린 채, 한결같은 무드에 동화되어 끝까지 밀어붙인 게 묘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냥 흘러가 버린 듯하다가도 곡이 끝나면, 어느샌가 그의 중독적인 보컬과 멜로디가 계속해서 귀에 맴도는데, “Real Sisters”와 “Rich $ex” 같은 곡이 대표적인 예다. 무엇보다 이러한 퓨쳐의 랩-보컬은 섹스, 마리화나, 약물, 자기과시 등을 소재 삼아 재치 있는 허세로 감싼 가사와 만나 소재 밖에 있는 이들까지 분위기에 도취하게 하는 결정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이제 퓨쳐는 후렴구에서만이 아니라 비로소 자신의 작품을 장악하게 된 셈이다.
지난 2011년에 공개했던 믹스테입 [Dirty Sprite]의 속편을 표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DS'는 'Dirty Sprite'의 약자이며, 이는 흔히 마약 대용의 혼합 약물로 유명한 'Purple Drank'를 일컫는다.) 이번 역시 프로덕션은 (어디까지나 은유적 의미에서) 약 기운이 충만하다. 가사는 물론, 프로덕션과 보컬 모든 부분이 환락에 젖어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시끌벅적함보다 은밀한 무드로 표출되는 편인데, 전작에서 불규칙한 톤의 보컬에 잘 어울리는 그윽한 비트("Honets", "I Won")를 선사한 메트로 부밍(Metro Boomin)이 메인 프로듀서라는 점에서 본작이 추구하고자 한 프로덕션의 방향성은 잘 드러난다. 트랩 뮤직에 근간을 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전반적으로 더 어둡고 차분해졌다.
메트로 부밍을 중심으로 애틀랜타의 주력 프로듀서들인 소니 디지털(Sonny Digital), 사우스사이드(Southside), 제이토벤(Zaytoven) 등이 가세하여 주조한 곡들은 특별히 강렬한 지점을 만들어내진 않지만,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은근하게 피어오르는 환락의 기운 안에 듣는 이를 가두고 취하게 한다. 그만큼 [DS2]는 프로덕션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킬링 트랙보다도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무드와 사운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작품이고, 이는 매우 성공적이다. 그런 와중에 부유하는 신스의 운용이 일품인 “Freak Hoe”라든지 관능미가 넘실대는 트랩 알앤비 곡 “Rich $ex” 같은 곡들이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퓨쳐는 초반의 혹평과 편견 어린 시선을 꾸준함과 발전의 조화를 통해 말끔하게 걷어냈다. 그것이 비록,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킬만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이제 퓨쳐의 랩-보컬과 음악은 독특하다는 걸 넘어 앨범 한 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고유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DS2]는 그 뚜렷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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