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inale - Odds & Ends
- rhythmer | 2015-09-08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Finale
Album: Odds & Ends
Released: 2015-08-14
Rating:Rating:
Reviewer: 이진석
디트로이트 힙합 씬의 신성으로 주목받았던 랩퍼 피날레(Finale)는 2009년 발매한 [A Pipe Dream and a Promise]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후, 별다른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눈에 띈 활동이라 해봐야 몇몇 앨범에 참여한 피처링 활동 정도. 그렇게 수년 동안 청자들의 가시권에서 멀어져 있던 그는 불현듯 몇 해의 공백을 깨고, 새 둥지 멜로 뮤직 그룹(Mello Music Group)에서 다시 한번 디트로이트를 외치며 새 앨범을 발표했다. 곡 수는 전작에 비해 다소 단출해졌지만(10트랙), 그 완성도만큼은 탄탄하다.
사실, 이 성공적인 작품이 탄생한 공적의 절반은 오디시(Oddisee)에게 있다. 이는 전작과 가장 비교되는 부분인데,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 제이 딜라(J. Dilla), 블랙 밀크(Black Milk)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듀서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디트로이트의 지역색이 짙게 배었던 [A Pipe Dream and a Promise]와 달리, 이번엔 레이블의 간판 프로듀서 오디시에게 프로덕션의 전권을 일임한 것이다. 얼마 전 [The Good Fight]로 절정에 달한 기량을 펼친 그는 본작에서 역시 물오른 감각을 과시했다. 초반부의 “Cut Day”, “Just Due”, “7 Days”에선 분위기를 타이트하게 꽉 조이다가도, “Spike the Punch”나 “Hard to Kill” 등에선 그의 앨범에서 들을 수 있던 경쾌하고 시원시원한 진행으로 변모한다. 이처럼 자유자재로 여러 스타일을 넘나들며 피날레를 조력하는데, 그것들을 모두 말끔하게 조율해 일체감을 만드는 솜씨가 탁월하다.
피날레의 활약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다. 그간의 공백에도 단어를 하나하나 씹어 뱉는 동시에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특유의 랩핑은 녹슬지 않았다. 몇몇 트랙에선 담담한 톤을 유지하며 유려하게 뱉다가도, 여성 랩퍼 인빈시블(Invincible)과 함께 앞뒤 볼 것 없이 내달리는 드럼 루프 위로 시종일관 타이트하게 몰아치는 “The Revival”은 강한 쾌감을 선사한다. 객원 랩퍼들 역시 적극적으로 기용했는데, 홈보이 샌드맨(Homeboy Sandman), 하산 맥키(Hassaan Mackey) 등 유수의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복합적인 구조의 라이밍과 탄탄한 플로우를 바탕으로 쉬이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존재감을 지킨다는 것 또한 괄목할만한 지점이다.
사실 마지막 트랙을 제외하면 객원 보컬이나, 보이스 샘플의 사용조차 절제한 채 오로지 래핑만으로 꽉 채워진 구성이 자칫 지루함을 유발할 법하지만, 단 10개 트랙으로 앨범을 구성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어느 정도 피해갔다. 물론, 이 역시 피날레를 필두로, 참여한 랩퍼들의 퍼포먼스가 일정 수준 이상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오디시는 여러 스타일로 변모하며 자신이 가진 패를 하나씩 꺼내놓고, 피날레는 그것들을 온전히 씹어 삼켜 본인의 색채에 맞게 소화해낸다. 이 과정에서 두 아티스트의 장점이 어우러지며, 괜찮은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디트로이트 언더그라운드의 촉망받던 엠씨와 동부의 스타일을 독자적인 방향으로 계승해 나가고 있는 한 프로듀서가 보여준 협연은, 비록, 크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점은 없지만, 1인 프로듀서 체제의 힘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현하며 단단한 작품으로 피어났다.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