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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o.B - Psycadelik Thoughtz
    rhythmer | 2015-09-13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o.B
    Album: Psycadelik Thoughtz
    Released: 2015-08-14
    Rating:Rating:
    Reviewer: 조성민









    데뷔 이래 재기 넘치는 모습을 선보여왔던 비오비(B.o.B.) 1집과 2집을 통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 두 앨범에서 바비는 폭넓은 사운드를 적극 포용했고, 타이트한 랩과 심상찮은 보컬 능력을 선보였는데, 그러한 재능은 랩을 기본으로 한 멜로디컬한 팝 트랙을 만들어내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했고, 속이 꽉찬 그의 히트곡들은 라디오를 강타했다. 그럼에도 비오비를 단순히 상업적 성과 좋은 랩퍼로만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재치 있는 가사를 적을 줄 아는 랩퍼이며, 마음만 먹으면 곡을 빈틈없이 풀어내는 작가적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비록, 앨범 기획 능력에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메이저 데뷔 순간부터 그의 양 손아귀에는 두 마리의 토끼가 붙들려있었다.

     

    하지만 과감한 트랩 어프로치를 선보인 3 [Underground Luxury]의 대실패는 그에게 예상치 못할 만큼 큰 타격으로 다가왔고, 이러한 결과는 약 1년 반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앨범 [Psychadelik Thoughtz]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발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예전 작품들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흡사 무관심에 가까운 미온적인 반응이 이어진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이 앨범을 이대로 지나치기엔 아쉽다. 3집 이전의 결과물로 이미 증명된 비오비의 번뜩이는 창작능력과 실험정신이 다시금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비오비가 여타 랩퍼들과 명확히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깃든 음악적 다재다능함과 반()장르제한적 성향, 그리고 어느 한쪽으로 치중되지 않는 랩과 보컬 능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말했듯이 이 앨범은 1집과 초창기적 믹스테잎에서 느껴질 법한 대담한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전작과 달라진 농익은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80년대 펑크(Funk)와 신스 팝(Synth Pop), 그리고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대중적인 감각으로 버무린 비오비는 일렉트로닉 기타와 공격적으로 운용한 신시사이저를 통해 폭넓은 영역대의 사운드를 쌓아올려 절묘하게 마블링 시켜놓았는데, 이는 풍부하고 적인 느낌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Confucious", "Back and Forth", "Hourglass" 같은 트랙에서 빛을 발한다. 동시에 그가 1집과 2집에서 꾸준히 선보여왔던 어쿠스틱 기타를 적극 이용한 "Violet Vibrato"나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앨범 초반부의 묵직한 "Violence"를 통해 단순히 새로운 사운드만 지향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사실 이 앨범에서 아쉬움은 프로덕션보다 기획력에서 발견된다. 그는 여전히 타이트한 랩을 선보이며 비트를 주도하지만, 앨범 내 랩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너무 적으며, 일관성이 결여된 들쭉날쭉한 주제의식은 때때로 작품의 전체적인 방향성까지도 모호하게 만든다. 물론, "Plain Jane"에서 훌륭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선보이고, "Have Nots"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나 조금 더 알차게 구성할 수 있었을 여지가 있음에도 꽤 많은 트랙들을 소모적으로(이를테면 마리화나를 태우는 것과 마리화나를 태우는 것) 써 버린 것 같아 아쉽다. 물론, 그가 애초부터 리리시스트를 표방하지도 않았으며, 가벼운 주제선정을 통해 대중친화적인 어프로치를 해왔기 때문에 치명적이라 할 순 없을지 몰라도, 기승전결이 부족해 집중력과 지구력을 잃은 모습들이 간혹 노출되는 건 분명 단점이다.

     

    비오비는 커리어에 오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3집 이후 긴 잠수를 탔으며, 이번 앨범에선 그동안 진지하게 고뇌했음이 느껴진다. 그가 내린 결론은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인 듯하며, 스스로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담아낸 결과물을 들고 왔다. 라디오를 위한 히트넘버도 포함되어 있고 청각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트랙들도 여럿 수록되어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에 비해 한결 가벼워진 피처링 라인업과 조금 더 농염해진 가사,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더불어 아직은 혈기왕성한 그에게 더욱 걸맞을법한 'X도 신경쓰지 않아, I don't give a fuck' 자세 역시 탑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Psychadelik Thoughtz]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그가 아티스트로서 인생의 제 2막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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