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Fetty Wap - Fetty Wap
- rhythmer | 2015-10-07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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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etty Wap
Album: Fetty Wap
Released: 2015-09-25
Rating:Rating:
Reviewer: 강일권
그저 랩과 노래 사이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트리면서 나아가는 보컬 형식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릴 웨인(Lil Wayne)이 이를 통해 새로운 서던 랩핑의 활로를 연 이후, 트랩(Trap)과 래칫(Ratchet) 뮤직의 영향권 아래 있는 신예들은 이 방면에서 확실한 영역을 구축하고 성공을 일궈냈다. 그들의 보컬은 음정과 화성이 어긋나는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규칙없이 읊조리거나 비슷한 라인을 무한 반복하며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퓨쳐(Future),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 리치 호미 콴(Rich Homie Quan), 영 떡(Young Thug) 등은 이러한 스타일의 선두주자이자 돈을 부르는 피처링 킬러들이다. 그리고 페티 왑(Fetty Wap)은 이 리스트에 추가해야 할 신성이다.그가 발표한 이번 정규 데뷔작의 음악은 뒤늦게 폭발한 싱글 "Trap Queen"이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범은 기본적으로 트랩 뮤직, 그중에서도 노래 피처링이 잘 어우러질 만한 프로덕션의 방송 친화적인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악기 소스의 활용이 적극적이고 꽤 빈틈없이 맞물려 간다. 팝 랩, 혹은 트랩 알앤비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인데, 무엇보다 페티 왑의 보컬이 결정적이다. 그의 보컬과 멜로디는 비슷한 부류의 아티스트들보다 구성이 다채롭고 폭이 크며, 기승전결이 뚜렷한 편이다. 흡사 오토튠(Auto-Tune)을 사용한 듯하지만, 실제 보컬이라는 사실도 흥미롭고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대표적으로 "Trap Queen"을 비롯한 "Again", "My Way", "No Days Off", "Rock My Chain" 등이 이러한 특징에 멜로디를 짜는 탁월한 능력이 더해져서 탄생한 곡들이라 할 수 있겠다. 몇 번 들어보면, 이른바 싱글감이 될만한 곡들이 여럿 귀에 밟히고 듣는 즐거움이 쏠쏠한 작품이다.
그러나 '트랩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쏟아진 평작 이상의 커머셜 힙합, 알앤비 앨범들 사이에서 [Fetty Wap]이 점하는 위치는 평범하다. 앞서 언급한 보컬의 특징이 예로 든 다른 아티스트의 단순한 아류로 전락하는 걸 피하는 요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며, 이러한 보컬과 프로덕션 모든 부분에서 오늘날 트랩 뮤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메인스트림 알앤비 싱어들의 결과물과 차별성도 희미하다. 더구나 그가 다루는 주제 및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과 표현 또한, 그리 특별할 게 없다 보니 앨범 전반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지점을 찾기 어렵다. 단번에 깊이 각인되는 'Trap Queen' 같은 몇몇 번뜩이는 표현이라든지 거칠고 상스러운 가사 이면에 자리 잡은 순정 마초 캐릭터를 발견하는 재미 정도가 있을 뿐이다.
페티 왑의 실력은 분명 눈 여겨볼 만하고, [Fetty Wap] 속엔 매끈한 완성도의 곡들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의 폭발적인 반응이 그저 왑의 신체적인 배경(실명)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지만 그가 만약 걸작에 대한 욕심이 있는 아티스트라면, 가사든, 프로덕션이든, 지금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듯하다. 그의 장점만을 생각하며 듣기엔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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