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Apollo Brown - Grandeur
- rhythmer | 2015-10-1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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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pollo Brown
Album: Grandeur
Released: 2015-09-25
Rating:
Reviewer: 이진석
멜로 뮤직 그룹(Mello Music Group)의 메인 프로듀서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은 컷 앤 페이스트(Cut and Paste)를 작법적 기조로 하는 샘플링의 귀재이자 ‘90년대 동부식 붐뱁 스타일의 계승자이다. 동시에 그는 매년 2~3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다작형 뮤지션이기도 한데, 음반 작업과 객원 참여를 통해 쉴 틈 없이 곡을 찍어내면서도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유지한다는 점은 그를 ‘믿고 듣는’ 프로듀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유의 짧고 감각적인 커팅과 힘껏 내리치는 둔탁한 리듬 파트의 조화는 이제 아폴로 브라운 고유의 스타일이라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폴로 브라운은 그간 쌓아온 작법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며,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함께 작업했던 유수의 랩퍼들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그것도 무려 더블 CD 구성으로.아폴로 브라운이 정성스레 깔아놓은 판 위에, 초빙된 초호화 랩퍼 군단은 [Grandeur]을 서로의 기량을 겨루는 경연장으로 만들어버린다. 각자 다루는 주제 또한 대단히 방대하다. 오디시(Oddisee)처럼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What You Were Lookin’ For”), 마스타 에이스(Masta Ace)는 워즈워스(Wordsworth)와 함께 금전을 주제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Money”). 예전 합작 앨범 [Blasphemy]를 통해 종교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냈던 래스 캐스(Rass Kass)는 여전히 거침없고 냉소적이며(“Enemies with Benefits”), 걸작 [Trophies]를 함께 탄생시킨 진정한 베테랑 오씨(OC)와 조합 역시 건재하다(“In the Moment”). 치노 엑셀(Chino XL)과 피날레(Finale),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는 곡예에 가까운 랩핑으로 청자의 혼을 쏙 빼놓고, “Yesman Shit”에선 지금은 세상을 떠난 고(古) 션 프라이스(Sean Price)의 랩핑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아폴로 표 프로덕션의 진수는 역시 날카로운 샘플 컷과 청자의 예상을 빗겨 넘나드는 기발하고 치밀한 운용능력이다. 기존 아티스트의 트랙에 샘플링되어 어느 정도 귀에 익은 곡들도 특유의 감각적인 해석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일례로 엠오피(M.O.P.)와 함께한 “Detonate”의 경우를 보자. 피프티 센트(50cent)의 “Financial Freedom”과 같은 엘로이(Eloy)의 “Isley Of Sun”을 원곡으로 하는데, 아폴로 브라운의 손을 거쳐 더욱 파워풀하게 완성되었다. 우탱 클랜(Wu-tang Clan)의 “Tearz”로 익숙한 웬디 린(Wendy Rene)의 “After Laughter”의 반가운 인트로를 지나, 예측한 루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조립된 “Triple Beams” 또한 백미이다.
[Grandeur]을 통해 새삼 실감하게 되는 건, 이 프로듀서가 주목받는 이유가 단지 과거의 스타일을 계승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과거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아폴로 브라운만의 정체성을 입혀 완성된 소울풀한 루핑은 오직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을 고스란히 뿜어낸다. 열아홉 트랙에 걸쳐 때론 타이트하게, 때론 비장하게 몰아치는 샘플의 향연과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올스타 랩퍼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그야말로 여태껏 그가 꾸준히 쌓아온 경력과 시간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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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ual (2015-10-25 14:28:35, 112.161.189.***)
- 정말 좋아하는 프로듀서인데, 객원 초이스도 너무 나이스 해서 좋게 들었어요 ㅋㅋ
특히 샘플 컷과 관련해서는 필자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네요 ㅋㅋ 핵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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