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GoldLink
Album: And After That, We Didn’t Talk
Released: 2015-11-13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워싱턴 D.C. 출신의 신예 랩퍼 골드링크(GoldLink)는 등장 때부터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스스로 ‘퓨쳐 바운스(Future Bounce)’라고 명명한 그의 음악은 일렉트로닉과 하우스, 그리고 펑크로부터 파생되어 '70년대 후반까지 유행한 고고뮤직(Go-go Music)이 힙합과 적극적으로 접목되었고, 레게통에 영향받아 복잡하게 설계된 라임을 빠르게 내뱉는 랩이 가미된 형태다. 2013년 씬에 등장한 이후, 1년 만에 발표한 믹스테입 [The God Complex]는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 집단 소울렉션(SOULection)의 프로듀서들과 긴밀하게 작업하며 이러한 그의 음악 스타일을 매우 잘 드러낸 결과물이었다. 앨범은 평단과 리스너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XXL 2015 Freshman'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주가가 상승하였다.

골드링크가 이번에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 [And After That, We Didn’t Talk]은 프로덕션적으로 전작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이다. 특히, 비중이 늘어난 골드링크의 보컬이 눈에 띈다. 중반부에는 아예 보컬로만 채운 트랙들이 이어질 정도. 그러나 큰 감흥을 줄 만한 실력이라고 볼 수 없는 탓에 집중력을 흐리는 편이며, 번뜩이는 라인으로 채운 랩과는 달리 다소 평이한 표현의 가사와 밋밋한 멜로디 라인 탓에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일례로 고고 뮤직을 표방한 “Unique”에서는 골드링크의 보컬보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파트가 곡을 주도하는 인상이다.

이번 앨범을 돋보이게 하는 건 랩과 프로덕션이 잘 어우러진 앨범의 초반과 후반부 트랙들이다. 오늘날 블랙 커뮤니티 내에 만연한 사회적인 문제를 연인과 이별이라는 사적인 문제에 비유한 서사 구조가 특기할 만하다. “After You Left”는 대표적인 예다. 그는 이 곡에서 데뷔 이후 부와 명성을 쌓은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도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드러내는데, 다음 트랙인 “Zipporah”에서 그 연인이 바로 자신을 희생하여 모세를 구원한 모세의 부인, 십보라(Zipporah)를 지칭한 것임이 드러난다. 현재 미국 내에서 흑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토로하며 십보라로 대표되는 신의 부재를 탓하는 이 곡 덕분에 연인과 만남 및 이별을 이야기하는 다른 트랙들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흑인 사회와 힙합 문화 내의 문제점을 또다시 짚으며 은근슬쩍 자신의 포부를 드러내는 “New Black”도 흥미로운 트랙이다.

이 밖에도 미씨 엘리엇(Missy Elliott)의 “She’s A Bitch”에서 인트로를 샘플링하여 후렴구로 사용하고, 속도감 있게 뱉어내는 골드링크의 랩과 필리핀어 내레이션이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Spectrum”, 일렉트로닉 하우스를 트렌디한 힙합 사운드에 접목시킨 “Dance On Me”, 웅장한 드럼 라인과 비장한 코러스 라인이 어우러진 “Polarized”, 느릿한 베이스 라인으로 앨범을 잘 마무리해주는 차분한 느낌의 재즈 힙합 트랙 “See I Miss” 등도 주목해야 할 곡들이다.

골드링크는 [And After That, We Didn’t Talk]을 통해 본인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더욱 확고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보컬의 비중을 늘린 걸 비롯하여 일부 설익은 시도 탓에 전작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으나, 댄서블한 트랙들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진중한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아 전달하는 그의 전략은 유효했다. 앨범의 음악이 마냥 전형적이고 신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